내 손안에 서울

세운상가 기발한 제품 한 곳에 다 모았다!

문서 본문

청계상회에서 볼 수 있는 제품, 아쿠아포닉스 실내용 소형 스마트팜

청계상회에서 볼 수 있는 제품, 아쿠아포닉스 실내용 소형 스마트팜

80년대, 나는 워크맨을 사기 위해 세운상가로 갔다. 세운상가는 그 시절 최고의 종합전자상가였기 때문이다. 5층부터는 주거공간도 있었는데, 그곳에 살던 사촌언니의 집에서 며칠씩 머물기도 했다.

’세상의 기운이 모인다‘는 뜻의 세운상가는 1967년 설립됐다. 한국 전쟁 후, 청계천 판자촌과 상권이 활발해진 공간에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건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주상복합건물로 설립 된 세운상가는, 주거 시설과 상업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선 최초의 건물이기도 했다.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는 세운상가 보행데크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는 세운상가 보행데크

국내 최초 종합전자상가로 전성기를 누리던 세운상가에서는 전자제품의 판매와 수리, 컴퓨터의 부품과 새로운 미디어를 복제, 개발하는 기술문화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강남개발과 용산전자상가 등이 들어서면서 그 명성이 지속되지 못했다.

때문이다. 1995년, 세운상가 부근의 재개발 계획과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 등을 이유로 몇 차례의 철거 고비를 넘겼다. 그 뒤 세운상가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시작했다. 2014년,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과 더불어 말이다.

버스를 타고 광장시장 앞에서 내려 세운상가를 향해 걷는 마음은 남달랐다. 전자기기는 물론, 각종 조명기기, 음향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즐비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세운상가 건물로 들어서기 전, 건물을 연결하는 ’보행데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곧바로 그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가 안에는 촘촘하게 들어선 전자상가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3층의 건물 밖, 보행데크로 나오니 또 다른 공간이 시작됐다.

세운전자 박물관

세운전자 박물관

수리하는 장인이 모이는 ‘수리수리협동조합’과 세운상가 기술기반 기업 입주를 돕는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그리고 5층에 위치한 ‘팹랩’은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등 모든 기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보일러실이었던 지하 공간을 워크숍과 시제품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세운베이스먼트‘ 등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자리 잡은 특별한 공간들이 적지 않았다.

세운전자 박물관의 한쪽을 리뉴얼해 문 연 청계상회

세운전자 박물관의 한쪽을 리뉴얼해 문 연 청계상회

’세운전자 박물관‘의 한쪽을 새롭게 리뉴얼해 문을 연 ‘청계상회’도 그 중 하나다. 지난 해 4월 문을 연 세운전자 박물관은 우리나라 기술문화의 발전에 기틀을 닦은 세운상가와 청계천 일대의 역사와 기술자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기기의 역사를 세대별로 정리해 놓아 보기에 좋았다. ‘소리미디어 시대’의 1세대(1950~60년대)는 진공관 라디오부터, 원형 브라운관이 있었고, 멀티미디어 시대의 2세대(1970~90년대)는 카세트레코드와 인켈 오디오 컴퍼넌트, 전자오락기가 있었다. 네트워크미디어 시대의 3세대(2000~현재)에는 3D프린터와 진공관 스피커 등을 선보이며, 세대별로 기술이 진화하는 모습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1세대는 낯설고, 추억과 함께한 2세대의 제품들은 반가웠고, 3세대의 기기들은 흥미로웠다. 80년대 삼보의 8피트 개인용 컴퓨터, 뒤가 불룩 튀어나와 있는 이 묵직한 컴퓨터를 초창기에 사용했었다. 또한, 인켈 오디오 컴퍼넌트 역시 사용했던 제품으로 2019년 전자박물관에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청계상회는 세운상가 일대 기술 장인, 소상공인, 신진작가들이 만든 주요 제품들을 선보인다

청계상회는 세운상가 일대 기술 장인, 소상공인, 신진작가들이 만든 주요 제품들을 선보인다

박물관 한 쪽에 마련된 청계상회는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세운상가 일대 기술 장인, 소상공인, 신진작가들이 지역 내 기술과 자원으로 제작·판매한 주요 총 43개 제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집중해서 보다보면, 신기하고 흥미로운 게 가득했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새로운 LED조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청년기업 ‘아트 LED’와 2016년에 창립, 금속 가공, 금속 집기, 테이블 제작 등 인테리어 소품 및 현장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메탈 101’도 있었으며, 개발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진공관 블루투스 오디오는 가격이 책정 돼 있는 제품이었다. 무엇보다 갖가지 전자기기들 사이에 살아 숨 쉬는 식물이 자리해 있어 눈길이 갔다.

랩앤스튜디오 보리×씨에이씨 제작사의 ‘아쿠아포닉스 실내용 소형 스마트팜’으로, 식물의 아래에 수족관이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물고기의 분변이 식물의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한 식물재배 방업으로 최소한의 물을 사용하는 순환구조였다. 수족관과 식물재배 농장을 가구 크기로 모듈화 해 가정과 사무실, 농장에서 원격자동시스템으로 관리 할 수도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들 바로 앞에는 홍보물을 비치해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제품들 바로 앞에는 홍보물을 비치해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청계상회는 제품 전시뿐 아니라. 실제 구매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각 제품 앞에는 금액, 업체 연락처, 구매방법 등 설명이 적힌 홍보물이 함께 비치되 있다. 서울시는 지역재생과 연결해 향후 직접 구매·결제도 가능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마련, ‘청계상회’를 세운상가 일대 특색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편집숍으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가 3D프린터로 축소된 모형제품을 뚝딱 제작하는 모습을 봤다. 신기술을 접목한 젊은 기능인들의 제품들은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3D프린터와 전자부품 조립용 납땜인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3D프린터와 전자부품 조립용 납땜인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는, 시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종로에서 청계천, 을지로를 이어주는 길인 ‘세운보행테크’와 종묘와 남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심 속 전망대 ‘세운옥상’, 등도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휴식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세운상가는 서울시 도시개발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며, 동시에 살아있는 기술 장인을 키우는 공간이었다. 사람들과 호흡하기 위한 세운상가의 노력과 변신은 기꺼이 매력적이었다. 한국의 ‘맥가이버’를 탄생시키는 세운상가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문의 : 역사도심재생과 02-2133-8503

문서 정보

세운상가 기발한 제품 한 곳에 다 모았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은영 생산일 2019-03-25
관리번호 D0000035865261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