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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공부"...순성길 숭례문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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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숭례문구간에서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회 정동교회

한양도성 숭례문구간에서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회 정동교회

가을이 익어간다. 소중한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으며 걷기 좋은 계절이다. 교통체증까지 참아가며 굳이 멀리 떠날 필요 있을까, 서울에도 가을에 걷기 좋은 곳이 많이 있다.

한양도성 순성길 숭례문구간도 그 중 하나이다. 비록 성벽의 대부분은 없어졌지만 한양도성과 함께 했던 건축물들이 옛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색다른 도성 탐방의 재미를 쏠쏠하게 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7분이면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에 있는 돈의문 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부터 숭례문 구간이 시작된다. 창덕여자중학교~구 러시아공사관~이화여자고등학교~정동교회·배재학당~정동전망대~소의문 터~대한·서울상공회의소 성벽~숭례문~남대문시장·칠패시장~백범광장 입구에 이르는 약 1.8km의 도심, 특별히 대한제국의 역사와 함께 한 구간이다. 놓치면 후회할 이 구간 탐방 포인트를 소개한다.

창덕여자중학교~이화백주년기념관까지는 담장으로 쓰인 옛 성곽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창덕여자중학교~이화백주년기념관까지는 담장으로 쓰인 옛 성곽의 일부를 볼 수 있다.

① 성벽의 일부가 남아있는 ‘창덕여자중학교 담장’

돈의문과 정동 일대의 성벽은 일제강점기 시구개수사업(1915) 과정에서 대부분 없어졌으나 창덕여자중학교 담장에는 그 일부가 남아 있다. ‘서대문 성벽의 옛터’라는 안내문이 담장에는 붙어있고, 19세기 초 순조 때 쌓은 성벽이 50m 정도 이어진다. 또한 개화기 프랑스공사관이 있던 자리로, 정문 왼쪽에는 개화기 프랑스어(法語,법어)를 가르치던 곳을 뜻하는 ‘관립법어학교’라는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개화기 프랑스어 교육의 산실이었다.

고종이 아관파천했던 구 러시아공사관 탑과 정동공원

고종이 아관파천했던 구 러시아공사관 탑과 정동공원

② 아관파천의 ‘구 러시아공사관’과 ‘정동공원’

구 러시아공사관은 고종 27년(1890)에 완공된 르네상스식 건물로서 정동의 상징적 건축물이었다.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끼던 고종이 1896년 2월 이곳으로 피신해 1년 간 머물렀다(아관파천). 한국전쟁 중 건물 대부분이 파손되었고 현재 탑 부분만 남아있다. 1973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한 후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보수하였고, 탑 아래 공터는 ‘정동공원’이 되었다. 때마침 공원에서는 대한제국 13년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사진전 ‘대한제국의 길’이 열리고 있어 구한말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었던 이화학당 현재는 이화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었던 이화학당. 현재는 이화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이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관순 열사의 명예졸업장과 훈장

이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관순 열사의 명예졸업장과 훈장

③ 유관순의 교실 ‘이화박물관’(이화여자고등학교 심슨기념관)

창덕여자중학교와 인접하여 이화백주년기념관이 있다. 최근 종영된 TV드라마 <션샤인>에서 ‘글로리호텔’로 등장했던 ‘손탁호텔’이 있었던 자리이다. 맞은편에는 1915년에 준공된 이화학당 교사(校舍)가 있다. 이화학당은 1886년 미국 감리교 여선교사인 메리 스크랜튼이 창설한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다. 현재 이화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이화학당’이란 이름은 1887년 왕후가 지어준 것이란다. 경내에는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터와 동상, ‘한국여성 신교육의 발상지’ 기념비가 남아 있다. 지난 9월 28일은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지 98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화박물관(심슨홀)’에서 유관순 열사의 삶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④ 미국 문물의 교류 통로 ‘정동교회’와 ‘배재학당’

이화학당에서 몇 걸음 내려오면 정동교회를 만난다.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회이다. 고딕풍의 붉은 벽돌 건물로 1897년에 완공했다.

정동교회에서 서소문로를 향하면 1916년 준공된 배재학당동관이 보인다. 배재학당 역시 1885년 아펜젤러가 설립한 학교로서, 1886년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 되라는 뜻으로 고종이 ‘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초창기 배재학당은 미국 문물 교류의 통로로서 수많은 근대 지식인을 배출한다. 이승만·주시경·김소월·나도향·오긍선·신봉조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배재학당은 현재 역사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상여를 내보내던 '소의문 터' 표석, 호암아트홀 건너 길 모퉁이에 설치돼 한양도성 순성의 성곽길을 알려주고 있다.

상여를 내보내던 '소의문 터' 표석. 호암아트홀 건너 길 모퉁이에 설치돼 한양도성 순성의 성곽길을 알려주고 있다.

⑤ 상여를 내보내던 ‘소의문 터’(昭義門)

서소문로를 건너 호암아트홀 앞 길 모퉁이에 ‘소의문 터’라는 문화유적 표석이 있다. 한양도성의 서남쪽에 있는 사소문 중 하나로 1396년 한양도성과 함께 축조될 당시 이름은 소덕문(昭德門)이었다. 영조 20년(1744) 문루를 개축하면서 소의문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이곳은 광희문과 함께 성 밖으로 상여를 내보내고, 사형수를 처형장으로 끌고 나갈 때 사용된 ‘공포의 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천주교 순교자들도 소의문 밖에서 처형당하는 등 소의문 밖은 조선시대 사형 집행장이었다. 1914년 시구개수사업 과정에서 헐렸고 ‘소의문 터’라는 표석만이 지난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⑥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한·서울상공회의소’부근

소의문 터에서 숭례문을 향하면 대한·서울상공회의소 건물이 보인다. 이곳에는 성벽 일부가 담장처럼 남아 있어 한양도성이 이곳으로 연결되었음을 말해준다. 1907년 본격적인 도성의 철거작업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장은 물론 체성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훼손되었는데, 최근 성돌 흔적 위에 새로 몇 단을 쌓아 올려 한양도성 성벽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동쪽과 서쪽의 성벽의 일부를 다시 축성하였다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동쪽과 서쪽의 성벽의 일부를 다시 축성하였다

⑦ 사대문 중 유일한 세로 현판의 ‘숭례문(崇禮門)’

숭례문은 한양도성의 남대문이자 정문이다. 1398년 완공하였고, 1448년에 개축하였다. 1899년 전차가 개통됨에 따라 숭례문은 더 이상 정문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1907년 성벽이 헐린 뒤부터는 문화재로만 남았다. 이후에도 남대문로 주변에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성벽은 철거된다. 2008년 2월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2013년 5월 복구된다. 이때 서쪽 16m, 동쪽 53m의 성벽을 복원 연결하였다.

숭례문은 한양도성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판이 세로로 써 있다. 관악산의 강한 화기(火氣)가 들어오지 못하게 누르기 위한 방책이라는 설과 ‘례(禮)’는 사람을 바로 세우는 덕목이어서 글씨도 세워 썼다는 설이 있다. 현재 숭례문 일대는 공원이 되어 연중 관람이 가능하다.(월요일 휴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시장인 남대문 시장 모습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시장인 남대문 시장 모습

⑧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시장 ‘남대문시장’과 ‘칠패시장’

숭례문공원 안내소 옆 지하통로를 따라가면 남대문시장에 다다른다. 1897년 1월에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상설시장이다. 조선 초 이곳에는 상평창이 있었는데, 17세기 대동법을 시행하면서 선혜청 창고로 바뀐다. 상업이 발달한 조선 후기에는 문 안 선혜청 창고 앞에는 남대문 조시(朝市)가, 문 밖에는 칠패시장이 만들어진다. 이중 칠패시장은 종루(鐘樓,종로4거리), 이현(梨峴,흥인지문 안) 시장과 함께 ‘도성삼대시(都城三大市)’가 되었고, 남대문 조시는 오늘날 남대문시장이 되었다. 칠패라는 명칭은 이곳이 어영청 제7패의 순라길이서 붙은 이름이다. 남대문시장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최초의 전통시장이다.

‘여행이란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공부’라는 말이 있다. 비록 1.8km의 짧은 숭례문구간이지만 두꺼운 역사책을 펼쳐놓은 듯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는 알토란이다. 산책하기 좋은 가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나들이 코스로 적극 추천한다. 성벽의 대부분은 흔적뿐이지만 당시의 건물들을 둘러보는 재미는 역사 속 보물찾기 여행 같은 특별함이다.

■ 한양도성 순성길 숭례문구간 안내

○ 탐방구간 : 창덕여자중학교~구 러시아공사관~이화여자고등학교~정동교회·배재학당~정동전망대~소의문 터~대한·서울상공회의소 성벽~숭례문~남대문시장·칠패시장~백범광장 입구(약 1.8km)

○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7분 → 돈의문박물관마을·강북삼성병원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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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공부"...순성길 숭례문구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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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용수 생산일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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