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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인 듯 쇼핑 같은 ‘정릉 개울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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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 개울장

정릉 개울장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노래로 널리 알려진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가 떠올려지는 곳,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시장에 위치한 정릉천이다. 노랫말처럼 실개천이 지줄대며 흐르고 있는 이곳 개울가에는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마다 특별한 장 하나가 선다. 정릉천을 따라 100여m가량 펼쳐진 장터의 이름은 ‘개울장’이다.

지난 4월 28일, 올해 첫 개울장이 열렸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개울장의 첫인상은 아담하고 소박했다. 햇빛을 막기 위해 공중에 드리운 오색의 천 조각은 장터 분위기를 띄웠고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흐르는 개울물은 더없이 투명해 보였다.

오색의 천막이 걸려있는 개울장

오색의 천막이 걸려있는 개울장

오후 2시, 개장한지 1시간이 지날 즈음 개울 따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좌판은 어림잡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옷, 신발, 장난감, 수제쿠키 등 다양한 물건을 갖고 나온 장꾼들이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북적이는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수를 친다거나 큰 소리로 외치면서 손님을 부르는 호객행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감각 있게 진열하거나 정성을 담아 만들고 착한 값을 매기는 것 등으로 대신하는 것 같았다.

개울가 담벼락에 진열된 옷

개울가 담벼락에 진열된 옷

시간이 흐르며 장터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 갔다. 개울가 담벼락에 옷을 걸어 진열하는가 하면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모두 끼운 채로 손을 흔드는 장꾼도 보였다. 토요일에 열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개울장의 장점이다.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판매자가 되기도 하고 구경꾼이 되기도 한다. 엄마를 따라 나와 물품 진열을 돕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개울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정릉 개울장

2014년부터 시작된 정릉 개울장

유아용 전집과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들의 옷가지를 들고 나왔다는 40대 주부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좌판”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회화를 전공한 이연주씨는 개울장에서 초상화와 작은 프로필화를 그리고 있다. 개울장에는 이처럼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공예품이나 쿠키 등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장꾼들도 많다고 한다.

개울장은 2014년에 지역의 대학생들이 정릉시장 앞 개울가에서 직접 만든 도자기나 쿠키, 향초 등을 팔기 시작했던 것이 시초다. 차츰 입소문을 타고 주위에 알려지게 됐고 마을 청년들은 재래시장인 정릉시장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정릉시장에 있는 정릉천변에 ‘개울장’이라는 이름의 마을장터를 열게 됐다.

개울가에서 펼쳐지는 장터라는 특별함 외에도 개울장엔 다른 시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징들이 있다. 개울장에 참여한 장꾼들이 옷깃에 부착한 이름표에서도 특별함은 묻어난다. 이름표에는 ‘팔장’이나 ‘손장’, ‘먹장’ 등이 명기돼 있는데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팔장’은 중고물품을 파는 것, ‘손장’은 직접 만든 수제물품을 파는 것이며 ‘먹장’은 정릉시장의 여러 음식점에서 음식을 파는 것을 뜻한다.

개울장에는 수제물품을 파는 ‘손장’이 있다

개울장에는 수제물품을 파는 ‘손장’이 있다

손장에선 솜씨 좋고 정성이 담긴 물품을 구경할 수 있어 좋고, 팔장에선 알뜰한 값에 물건을 장만할 수 있어 좋고, 먹장에선 정릉시장 안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재래시장인 정릉시장과 시장안 또 다른 시장인 개울장이 서로 돕고 함께 발맞추어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개울장에는 즐길 거리가 많다. 장보기는 뒷전인 듯 섬을 이룬 정릉천 복판을 천천히 거닐며 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냇가에서 뭔가를 관찰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도 마냥 평화롭다. 굴다리 아래 자리 잡은 미태극장 공연관람은 개울장이 주는 특별 선물이다. 잔잔한 기타 선율이 개울물과 함께 흐른다. 시원한 다리 그늘을 찾아 여기저기 모여 앉은 관객들은 모처럼 행복한 교감을 나눈다. 개울장이 자랑하는 문화공연장인 미태극장에서는 장이 설 때마다 인디밴드 초청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통일의 맛을 찾아라!

북한 주민에게 인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먹거리를 뽑는 행사 '통일의 맛을 찾아라!'

정릉천의 다리 위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캐릭터와 조형물로 가득하다. 개울장의 포토존인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리 위에서는 색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통일의 맛을 찾아라’는 정릉시장의 먹거리 중에서 북한 주민에게 가장 인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먹거리를 뽑는 행사다. 한 쪽에서는 통일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 남기기 행사도 진행됐다. 색지에 통일의 염원을 담아 글을 남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아이들 대상의 ‘초록보물찾기’도 열리고 있었다. 정릉천에서 자라는 풀, 나무, 송사리 등의 자연생물을 찾아보면서 정릉천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프로그램이다.

정릉천은 북한산 계곡에서 발원해 청계천을 지나 한강으로 흐르는 물줄기다. 실버들 사이로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는 송사리떼도 보인다. 정릉의 깨끗한 자연과 정릉천을 아끼는 시민들이 있어 정릉의 개울장은 도심 속 아름다운 장터로 자릴 잡아가는 것 같다. 우이신설선의 개통으로 북한산 등산객 등 먼 곳에서도 개울장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벽화골목길

벽화골목길

개울장에 가면 빠트리지 말고 마지막으로 둘러봐야 할 데가 하나 더 있다. 정릉시장 일대의 벽화골목길이다. 개울장을 빠져나와 정릉시장 골목길인 솔샘길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하나 둘 씩 줄지어 나타난다. 이곳 주민들 설명에 따르면 개울장을 조성할 당시 청년들과 마을주민들이 합동으로 그린 벽화라고 한다. 장터를 돌다 노곤해질 때쯤 만나게 되는 벽화라선지 괜스레 더 반갑다.

개울장은 11월까지 매월(7~8월 쉼) 둘째, 넷째 주 토요일(12:00~18:00)에 열린다. 개울장 판매자로 참여하려면 개울장 블로그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것은 마을인시장사회적협동조합(02-941-3683)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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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인 듯 쇼핑 같은 ‘정릉 개울장’ 나들이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8-05-08
관리번호 D000003356507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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