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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변 따라 가지각색 '도서관 테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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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미공원길의 무인 도서관 ⓒ김종성

서울 장미공원길의 무인 도서관

탁 트인 풍경, 천변에 병풍처럼 둘러선 아파트, 너른 강폭, 간선도로를 품은 중랑천(中浪川)은 여러모로 ‘형’ 격인 한강을 닮은 하천이다. 서울에서 의정부시를 지나 양주시까지 36.5km 이어지는 중랑천은 한강의 지류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길다. 여행 삼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좋다.

지난봄 중랑천변 둑길에서 매년 열리는 벚꽃축제 구경을 갔다가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을 만났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천변 둑길에 노란색 작은도서관이 잘 어울렸다. 알고 보니 중랑천변엔 산책을 나오거나 자전거 타러 오는 시민, 출퇴근길에 오가는 시민들을 위해 작고 개성 있는 도서관들을 많이 지어놓았다.

울창한 산과 숲이 연상되는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김종성

울창한 산과 숲이 연상되는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은 올 3월 한내 근린공원 내에 생긴 곳이다. 도서관 외양이 무성한 숲을 연상케 했다.

실제로 중랑천은 수도권의 명산인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을 꿰고 지난다. 이 도서관에서 ‘한내’라는 중랑천 옛 이름을 알게 됐다. 길고 큰 하천이다 보니 상류에서 하류까지 동네마다 샘내, 송계천, 한내, 서원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단다. 한내 혹은 한천(漢川)은 한강의 위쪽에서 흐르는 냇물이라는 뜻이다.

한국땅이름학회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낙원동처럼 중랑천도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아무렇게나 만든 의미 없는 이름이다.

2017년 서울 건축 대상을 받은 한내 지혜의 숲 ⓒ김종성

2017년 서울 건축 대상을 받은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는데 번거롭기보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삼각형 모양의 높은 천장, 공원이 훤히 내다보이는 큰 창문 등 보기 드문 내부 설계 때문이다. 마치 자연을 벗 삼아 책 읽은 기분이 든다. ‘작은도서관’이지만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답답하거나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은 2017년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도서관다웠다. 저렴한 가격으로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아동 돌봄 서비스, 마을 커뮤니티를 위한 정다운 공간이 있어 더욱 좋았다. 도서관 이름 옆에 ‘독서 돌봄 마을학교’라는 별칭이 붙을 만했다.

■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
○ 주소 :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2-8 한내근린공원 내
○ 문의 : 02-979-7420 (일요일, 법정공휴일, 임시공휴일 휴관)

울창한 벚나무길속에 자리한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 중랑천 둑길에 5km나 이어지는 장미공원 ⓒ김종성

울창한 벚나무길속에 자리한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 중랑천 둑길에 5km나 이어지는 장미공원

중랑천 둑길은 벚꽃길과 장미공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도 각각 작은 도서관이 있다.

오래 전 중랑천 둑길에 심어놓은 벚나무는 동네 주민들의 벗이 되었다. 봄엔 벚꽃이 피고 여름엔 햇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엔 운치 있는 단풍을 드리워준다.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에게 산책의 즐거움에 독서의 즐거움까지 더해주는 공간이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도서관 바로 옆에 쉼터와 무인 건강검진소까지 갖추었다. 공공기관이지만 ‘기관’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노란색 몸체 벽면에 쓰여 있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작문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F.베이컨

■ 장안 벚꽃길 작은도서관
○ 주소 :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481-2
○ 문의 : 070-8610-0301 (법정공휴일 휴관)

서울 장미공원길에 자리한 예쁜 장미 작은도서관 ⓒ김종성

서울 장미공원길에 자리한 예쁜 장미 작은도서관

서울시가 아름다운 봄꽃길로 선정한 서울 장미공원에는 장미 작은도서관이 있다. 천변 둑길에 5km나 길게 이어진 장미공원 가운데 위치한 도서관은 향긋한 장미 향이 느껴지고 이 길에서 만날 때마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중랑 구립도서관과 공립 작은도서관은 물론 새마을문고와도 상호 도서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다. 장미공원길엔 정자 옆에 ‘꿈꾸는 작은 책방’이라는 무인 도서관이 여러 개 있어 더욱 좋았다.

■ 장미 작은도서관
○ 주소 : 서울시 중랑구 중화동 346
○ 문의 : 070-4209-4306 (첫째, 셋째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휴관)

2층에 야외 테라스가 마련돼 있는 겸재 작은도서관 ⓒ김종성

2층에 야외 테라스가 마련돼 있는 겸재 작은도서관

최근(7월 17일)에 생겨난 겸재 작은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나라 전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겸재 정선을 기리며 만든 도서관이다. 국내외 여행책과 겸재 정선을 비롯한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등 조선 시대 대표화가 관련 도서 등 모두 2,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컨테이너로 만든 작은도서관이지만 2층에 다락방 같은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있다. 햇살 좋은 가을날이나 해 질 무렵 중랑천을 바라보며 책 읽는 기분이 참 특별하다.

■ 겸재 작은도서관
○ 주소 :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1031-22
○ 문의 : 070-4209-5138 (법정공휴일 휴관)

탁 트인 풍경이 좋은 중랑천 ⓒ김종성

탁 트인 풍경이 좋은 중랑천

중랑천 변엔 이외에도 폐차된 버스를 개조해 만든 창골마을 붕붕도서관(도봉구 창동 428-1), 공원 숲속에 자리한 상계 숲속 작은도서관(노원구 상계동 620-1) 등 도서관으로 테마여행을 하기에 좋은 이색 도서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 작지만 개성 있고 알찬 공간이라 산책하는 발걸음이 더욱 즐겁고, 지친 퇴근길에 힘을 북돋워 주는 곳이구나 싶다. 공공도서관 확충은 시민 복지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업계와 작가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도서관은 책을 출판하고 문학이 꽃을 피우며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언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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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변 따라 가지각색 '도서관 테마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종성 생산일 2017-08-30
관리번호 D000003121800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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