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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꿀꺽~ 스시 한 점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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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많은 이들이 스시를 떠올린다. 몇 년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총리가 도쿄 긴자의 작은 스시 집으로 그를 초청한 적이 있다. 격의 없이 식사하면서 양국의 현안을 논의하자고 마련한 자리이지만 전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음식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스시가 패스트푸드로 변화한 것은 정치권력의 이동 속에 일어났다.

에도의 거리음식, 스시

우타가와 히로시게 - 다나카와이십육야대유흥지도(高輪二十六夜待遊興之圖) 1837

우타가와 히로시게 - 다나카와이십육야대유흥지도(高輪二十六夜待遊興之圖) 1837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도쿠가와이에야스의 세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를 중앙 정계에서 배척하고 오다와라로 전봉시켰다. 간토로 이동한 도쿠가와이에야스는 에도를 근거지로 삼는다. 1603년 그가 쇼군이 되면서 이곳은 일본의 중앙 정치 무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도쿄이다. 1840년대 초 에도에 거주하면서 주로 상공업에 종사하는 비농민 계층인 죠닌(町人)들이 음력 7월 26일 저녁 무렵 에도 다카나와 해안가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날 달빛이 셋으로 나뉘어 빛을 발하면서 아미타불, 관음보살, 세지보살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믿었다. 사람들이 복을 기원하며 달을 잘 볼 수 있는 다카나와 해안으로 모여들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먹을 것을 팔려는 상인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이 같은 풍속을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동도명소다카나와이십육야대유흥지도(東都名所高輪二十六夜待遊興之圖)」에서 생생하게 묘사해놓았다. 이 그림에는 단팥죽, 경단, 메밀국수, 덴푸라, 스시를 파는 포장마차가 등장하는데 특히 스시를 파는 포장마차가 눈에 띈다.

인구가 100만 명이나 되었던 대도시 에도에는 18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번화가 마다 온갖 음식을 파는 가게들과 포장마차, 좌판들이 즐비하였다. 또한 목조 건축물이 대부분인 에도에는 화재가 잦아 화재가 일어났을 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곳곳에 빈터를 조성했다. 이렇게 조성된 빈 공간들은 서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활용되면서 번화가 기능도 맡게 되었다.

에도는 도쿠가와 막부가 허허벌판에 조성한 도시여서 건축 등 각종 공사를 위해 남성 노동자이 많이 거주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에도에 온 남성들이었다. 또한 화재가 잦아 늘 복구공사가 끊이지 않았던 에도에는 목수·미장이 같은 장인들도 많았다. 이들을 비롯해 대형 상점의 고용인이나 돈벌이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바로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판매 음식들이 인기가 있었다. 스시, 덴푸라, 메밀국수 등이 대표적인 포장마차 음식들이었는데 이것들이 바로 서민들의 패스트푸드인 셈이었다.

삭힌 생선으로 출발한 스시

스시

스시의 출발은 생선에 밥을 넣어 절이는 나레즈시이다. 이는 쌀 문화권에서 속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식해(食?)’로 잘 알려진 가자미식해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스시로는 시가현의 ‘후나즈시’가 유명하다. 후나즈시는 5월 초순 경 알을 낳기 위해 얕은 물에 모여드는 붕어를 잡아서 만든다. 붕어의 모양이 손상되지 않게 입으로 내장을 꺼내고 잘 씻어 그 속에 밥을 채우고 저장통에 소금을 뿌리면서 켜켜이 넣어 무거운 돌로 눌러서 절인다.

이 후나즈시는 밥의 유산발효를 이용하여 산미를 내고 생선을 숙성시키고 발효시킨 식품으로 만들어 먹었다.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숙성시키는 후나즈시에서 함께 절였던 밥은 시큼해지고 냄새가 심해 먹지 않고 생선만을 먹었다. 1336년부터 시작된 무로마치 막부 시대로 들어오면 ‘나마나레즈시’를 만들어 먹는다. 나마나레즈시는 배를 갈라 말린 생선에 소금으로 간을 한 밥을 채워 넣고 2주일에서 한 달간 절여두었다가 생선도 먹고 채웠던 밥도 함께 먹는다. 절이는 기간은 점점 짧아져 3~4일간으로 줄어들었다. 생선의 종류나 절이는 조건도 그에 따라 달라지면서 어느 사이에 밥이 주가 되는 음식으로 바뀌어 갔다. 이후 더욱 밥을 빨리 만들기 위해 밥에 소금과 식초를 넣어 간을 해 하루정도 숙성시켜 먹는 ‘하야즈시’가 등장하게 된다.

스시, 슬로푸드에서 패스트푸드로

스시

1820년을 전후로 하여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던 스시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는 ‘니기리즈시’가 출현한다. 이전까지 스시는 밥의 유산발효를 통해 신맛을 내는데 니기리즈시는 식초로 신맛을 낸 밥에 만에서 잡아 조미한 생선을 얹어 손으로 살짝 쥐어 뭉쳐서 만들었다. 이제 스시는 적어도 며칠 몇 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슬로푸드가 아니라 만든 것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변신하게 됐다. 더구나 먹는 사람이 여러 종류를 맘대로 골라 먹을 수 있었고 밥에 얹은 재료 그 자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도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파는 방식도 바뀌었다. 이전에 절이는 기간이 필요했던 스시는 스시 장수들이 둥글고 얕은 통에 종이 덮개를 몇 개씩 겹쳐 쌓아 스시를 사라고 외치며 팔고 다녔다.

그런데 니기리즈시는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포장마차에서 판매되었다. 스시 장수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시를 쥐어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먹는 재미가 그 맛을 더했을 것이다. 이렇게 포장마차의 니기리즈시는 서민들의 입맛에 맞는 패스트푸드로 자리를 잡아갔다. 또한 가게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점차 스시는 고급화된다. 포장마차에서 출발한 니기리즈시가 재료를 다양화하고 고급화하여 서민들뿐만 아니라 상류층계급에서도 즐기게 되면서 각계각층이 즐기는 일본의 국민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글 : 정한진(창원문성대학교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출처 : 서울시 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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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서울시 식품안전뉴스 생산일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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