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예전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골목에 모여 노는 아이들을 돌봐주곤 했다.

이웃이 아이를 함께 키웠던 셈. 그러나 대가족과 골목 공동체가 사라진 요즘,
돌봄 문제는 오로지 개인의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개인이 짊어진 보육 부담을 덜고,
우리동네키움센터, 우리동네열린육아방 등 마을과 사회가 함께 키우는
온마을 돌봄 체계를 마련한다.

아이 키우는 일은 전쟁이다. 독박 육아에 지친 엄마도,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맡기고 찾아오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맞벌이 부부도, 자식이 힘들까 봐 대신 육아에 나선 조부모도 모두 힘들긴 마찬가지. 해결책은 없을까?

도봉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 위치한 ‘도봉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아이들은 자유롭게 센터를 드나들며 또래 아이들과 놀고, 학교 숙제를 서로 도와주며 공부한다. 모르는 부분은 활동가 선생님이 친절히 가르쳐준다. 엄마나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무거운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대신, 공부와 놀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마을 활동가나 이웃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발레나 목공 수업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도봉 우리동네키움센터와 함께 노원·마포·성북 등 네 곳에 일제히 첫선을 보인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맞벌이 또는 한 부모 가정 초등학생 자녀들을 방과 후나 방학, 휴일 등에 돌봐주는 곳. 돌봄 교사와 관리자가 상주하면서 돌봄은 물론, 간식과 교육·놀이·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도봉 우리동네키움센터 채송아 사회복지사는 “이미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들을 모집해 운영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는 다양한 공간을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내어주는 주민들과 내 아이를 동네 아이와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재능 기부를 해주는 부모님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지난여름 석달 동안 준비한 1박 2일 캠프는 아이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아동 자치회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어린이날 잔치도 기억에 남는다. 중고생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등 어린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채 씨는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는 아이들부터 청소년, 학부모, 동네 어르신까지 온 세대가 함께 어우러진다. 마을 전체가 아이를 키우는 셈이다. 세대 간 소통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틈새 보육 메워주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첫선

네 곳의 시범 운영을 거쳐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인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이름부터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이를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키운다는 바람과 의지를 담고 있다. 도봉·마포·성북 우리동네키움센터는 기존에 마을 단위로 운영하던 틈새 돌봄 기관을 전환해 운영하고 있으며, 노원센터는 새롭게 조성해 문을 열었다.

도봉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우주공(돌봄 공간)·도서관·다목적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학기 중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방학 중에는 식비 월 6만 원). 마을 선생님 16명의 재능 기부를 통해 문화·사회·체육·예술 활동 등을 진행하며,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노원 우리동네키움센터는 같은 건물 2층에 자리한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운영해 놀이 공간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고, 기본 교육 프로그램도 공유·연계한다.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성북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성북구에서 2016년부터 운영해 온 틈새 돌봄 기관을 전환한 것으로, 장곡초등학교 주택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별다른 이용료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포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지난 2013년 ‘부모협동조합’으로 운영을 시작했으나 이번에 센터로 전환했다. 종일제 방과 후 돌봄, 시간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근 초등학교와 가까운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한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간제 돌봄도 가능하며, 아이의 등·하원도 지원해준다. 인근 도서관, 체육관, 박물관 등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등 지역 여건과 수요자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통합 돌봄 서비스다. 서울시는 앞으로 자치구, 서울시 교육청,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구립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이나 아파트 커뮤니티 유휴 공간 등 마을 내의 안전하고 접근성 높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봉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우주공(돌봄 공간), 별별학교 등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돌봄 서비스를 전환해 운영 중이다.

0~5세 가정 양육 돕는 ‘우리동네열린육아방’ 확대

초등학생 돌봄에 대한 공백을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해소 한다면, 0~5세의 아이를 나 홀로 키우는 가정 양육 부모를 위해서는 돌봄 소통 공간인 우리동네열린육아방이 도움을 주고 있다. 독박 육아로부터 탈출을 돕는 우리동네열린육아방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과 부모를 위한 공동 육아 품앗이 공간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동네열린육아방으로 지정된 ‘장미향기공동육아방’을 운영 중인 중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유기정 센터장은 “접근성 좋게 동별로 열린육아방이 생기면 가정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엄마를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조부모 등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열린육아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양육자를 위해 교육·힐링·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함께 아이를 돌보며 자조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장미향기공동육아방은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는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교구, 장난감 등을 테마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돌봄 인프라 없이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해서 출산율이 오를 리 없다. ‘노키즈 존’ 논란에서 보듯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서 “낳기만 하면 아이가 저절로 자라느냐. 차라리 출산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2분기 합계 출산율이 0.97명을 기록해 한 명도 안 낳는 초저출산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온 마을이 함께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는 0세부터 만 12세 아동에 대한 ‘온마을 돌봄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고, 공공 어린이집에 대한 투자를 늘려 공공 책임 보육을 실현한다. 아이 키우기 힘든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아이가 행복한 도시 서울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우리동네열린육아방으로 운영 중인 중랑구 중랑천로 장미향기공동육아방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열며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글 한해아사진 홍하얀

본 콘텐츠는 '서울사랑'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서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