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겼다 서울 인문학 살롱 ⑤]600년 역사를 품고 흐르는 아랫물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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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시설로 여기던 하수처리장이 시민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설비까지 갖춰 환경 수호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중랑물재생센터에 개관한 서울하수도과학관을 찾아 서울의 하수도 역사와 하수처리장의 변신을 살펴보았다.



문화재가 된 하수도가 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온갖 더러운 물이 흐르는 하수도가 문화재라니,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조선 건국과 함께 수도가 된 한양에는 거대한 수로가 조성됐다. 많은 사람과 건물이 들어서는 수도를 건 설할 때 배수 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에 건설된 수로는 한양 북쪽과 남쪽의 물길이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청계천에 합류하는 형태로, 서울 남대문로 아래에는 이때 만든 수로의 일부가 30m가량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화강암으로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든 덕분에 지금도 서울 시민의 하수관로로 사용하고 있다.

500년간 유지해온 한양의 수로는 100년 전인 1910년경, 근대적 지하 수로로 탈바꿈한다. 기존 조선의 물길에 근대적 토목과 건축 기술을 더한 근대 배수로가 서울 도심 전역에 놓였다. 이 중 서울광장 지하 배수로, 남대문로 지하 배수로, 태평로2가 지하 배수로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선 시대 하수관으로 근대 하수 체계의 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도는 청동기시대 하수도!

우리나라 하수도의 역사는 청동기시대(BC 1200~300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 시설로 추정되는 배수 시설이 울산에서 발견되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풍납토성 안에서 발견되었다. 상·하수도관이었거나 땅 아래 묻은 배수 시설로 추정되는 토관으로, 역사학자들은 적어도 백제 시대에는 풍납토성 내에 규격화된 상·하수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배수로 역할을 하는 물길은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양은 사면이 산악과 능선으로 둘러싸여 장마철이 되면 홍수 피해가 막심했다. 특히 태종 10년(1410)에는 한 해 동안 5월, 7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큰 홍수 피해를 입자 배수를 위한 개천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412년 완공한 1차 개천 공사는 수도 한양을 관통하는 배수 시설의 대간선을 새로 축조하다시피 한 대역사로, 이후 지방의 개천 정비 사업의 모범 사례가 되었고, 현재도 청계천은 서울의 중심적 우수 배수 시설로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1차 개천 공사로 한양의 간선 배수 시설은 갖추어졌으나, 지류와 세천(細川)은 자연 상태 그대로여서 장마철이 되면 지류와 세천이 넘쳤고, 청계천에 모인 큰물은 성곽의 좁은 수로를 빠져나가지 못해 도성 안은 늘 물바다가 되곤 했다. 이에 영조 때 이르러 1760년 대규모 개천 준천 공사를 실시했다. 이후 고종 26년(1889)에도 왕명으로 준천 사업을 또 한 번 실시했다.

준천시사열무도

영조 때 청계천 준천 사업을 그림으로 그린 김희성의 ‘준천시사열무도’(1709년)

서울 안 사람들 먹는 물이 대소변 거른 물

고종의 준천 사업은 개항의 영향이 컸다.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 눈에 조선은 불결함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실, 하수구 시설이 열악해 인분이나 분뇨가 집 앞 길가에 널려 있고, 도랑이나 수채에는 온갖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심각했던 것. 불결함은 외국인 눈에만 비친 것이 아니었다.

독립신문은 1897년 9월 2일 자 논설에서 “서울 안에 있는 우물 백분지 구십구분은 모두 지텬하고 쇽으로 통하야 개텬 물이 틈으로 시며들어 가니 대개 지금 서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먹는 물이 대쇼변 거른 물 석긴 물을 먹는 것이라. 그 물 한 방울을 현미경 밑에 놓고 보거드면 그득한 것이 버러지한 생물인데, 그 생물에 대개 열 사람이면 아홉은 체증이 있다든지 설사를 한다든지 학질을 앓는다든지 무슨 병이 있든지…”라면서 불결한 환경을 개탄하고, 환경이 각종 질병의 근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전염병 예방과 공중위생 향상을 목적으로 배수로 준설과 관리를 시작했다. 조선 시대까지 주로 빗물 배수 시설로 기능하던 개천이 중요한 위생 시설로 인식되면서 근대적 도시 하수도에 대한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남대문로 배수로

남대문로 지하 배수로

서울광장 배수로

서울광장 지하 배수로

청계천하수처리장 건설로 하수처리 시스템 구축

대한제국이 하수도 시설을 본격적으로 축조·개수하기 시작한 것은 한일병합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늘어난 인구에 비해 하수처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경오염이 야기되었다.

특히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청계천은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전쟁 통에 서울을 떠난 피란민과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 먹고살기 위해 농촌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청계천 주변으로 몰려들어 판자촌이 형성되었다. 당연히 이곳에서 나오는 하수는 그대로 청계천으로 흘러들었고, 위생 문제뿐 아니라 수해와 화재 위험까지 가중되어 인명 사고가 자주 났으나 손쓸 여력이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환경뿐 아니라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1958년 청계천 복개 공사를 시작했다.

산업화와 도심화로 청계천뿐 아니라 한강까지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 하수 종말 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1979년에는 중랑하수처리장을 건설해 기본적인 하수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난지·탄천·서남 하수처리장을 잇따라 건설해 1987년에는 하루 200만m³의 하수를 처리했으며,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는 본격적인 하수처리가 가능해졌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고도 처리 공정을 하수처리 시설에 도입하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1980~1990년대는 도약과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진 우리나라 하수도의 황금기라 할 수 있었다.

청계천

청계천이 오염되고 교통난이 심각해지자 청계천에 즐비한 판잣집을 철거하고 복개 공사를 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진화하는 물재생센터

서울시 하수처리장은 2000년대 ‘물재생센터’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 네 곳이 운영 중이다. 종로에서 노원에 이르는 동북부 10개 구와 의정부시 일부 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중랑물재생센터, 용산·은평 등 7개 구와 고양시 일부 하수를 처리하는 난지물재생센터, 송파·강남 등 4개 구와 하남시·과천시 일부의 하수를 처리하는 탄천물재생센터, 구로·강서 등 서남부 7개 구와 광명시 하수를 처리하는 서남물재생센터 등이다.

우리나라 하수도는 정수 차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수를 먹는 물 수준으로 재탄생시키는 정수 기술 발전으로 ‘물 순환 이용 시대’를 열고 있으며, 주민 혐오 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을 주민 친화 시설로 탈바꿈시켜 근린생활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역할도 한다. 네 곳의 물재생센터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유휴 공간에 신재생 발전 시설을 설치·가동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모두 7만437TOE(TOE는 석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6만4,000가구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에 해당하는 규모다.

물 재생센터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바이오 가스, 건조 하수 찌꺼기, 하수열 등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재활용과 태양광, 소수력 같은 친환경 발전 시설 가동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쉽게 점화되는 메탄 성분을 60% 이상 함유해 대체 연료로 주목받는 바이오 가스는 물재생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LNG 대체 연료로 썼다. 이를 통해 127억 원을 절감했고, 건조한 하수 찌꺼기 약 4만 톤은 화력발전소에 연료로 판매해 5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수 찌꺼기는 2013년 이전까지는 바다에 버렸지만, 함수율(수분이 들어 있는 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면 친환경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물재생센터 네 곳에서하루 650톤 규모의 찌꺼기 건조 시설을 가동한다. 하수 처리를 마치고 한강으로 내보내는 방류수는 동절기에도 평균 12℃를 유지할 정도로 따뜻해 겨울철 인근 지역 난방 열원으로 공급한다. 이와 함께 물재생센터 시설물 상부에 태양광(5.6MW) 발전 시설을, 방류 수로에는 소수력(116kW) 발전 시설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악취 풍기던 공간의 멋진 변신은 '무죄'

반가운 봄비로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인 5월, 중랑물재생센터 안에 들어선 서울하수도과학관을 찾았다. 대부분의 하수처리시설이 지하에 있고, 견학을 위해 개방해놓은 처리 시설도 지붕으로 덮여 있어 가끔 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냄새가 아니면 이곳이 하수처리장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은 2009년부터 시작한 물재생센터 시설 현대화 사업에 따라 조성되었는데, 중랑물재생센터 한가운데 있던 하수처리 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그 위에 지어 지난 해 9월 개관했다. 흐르는 물을 형상화한 듯한 유선형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총면적 2,365m²(약 717평)로 하수도 전시장(1층)과 어린이 체험·참여 시설(2층), 물순환테마파크로 구성해 우리나라 하수도의 역사와 하수처리 과정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활 속 하수와 수질오염, 환경보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물순환테마파크에는 연못, 물놀이터, 산책로, 습지, 실개천 등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다.

2007년 영국의 저명한 의학 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은 주요 선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150여 년간 의학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진전이 무엇이냐는 설문 조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물 위생’이 1위를 차지했다. 의사들은 상수도(소독한 물)와 하수도(도시 위생 확보)가 항생제나 백신보다 인류의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도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이 인류 문명과 함께했고 인류의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깨끗함’ 때문이다. 위로 흐르든 아래로 흐르든 물은 깨끗함이 중요한 요소다. 테마파크에 설치한 펌프에서 물을 길으며 신기해하는 아이를 보며 그 절대 명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서울하수도박물관

서울하수도과학관 1층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하수도 역사, 하수도 유적, 한양과 현재 서울의 하수도 발전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하수도의 역사

4~5세기

4~5세기 풍납토성 안에서 발견한 4~5세기 토관

조선 초기

조선 초기 청계천6가에 있던 조선 시대의 수문, 오간수문

1910년 전후

1910년 전후 일제강점기 시청 지하 배수로

1950년대

1950년대 집중호우로 가옥과 도로가 침수된 서울

1965

1965 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사람들과 아이들

1970

1970 1970년 6월 착공한 청계천하수처리장 공사 현장

1980

1980 한강종합개발계획 시행

1987

1987 서남하수처리장, 탄천하수처리장 준공

2007

2007 소규모 마을 하수도 정비 계획 실시

2017

2017 서울하수도과학관 개관

서울하수도과학관에서 즐기는 여행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1물, 서울을 만나다

진입로부터 광장, 서울하수도과학관까지의 공간. 저영향 개발 시설물인 서울하수도과학관의 옥상정원, 빗물나무 등을 설치했다. 우산과 물방울 조형물, 빗물저금통이 아기자기하다.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1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2물, 시민을 만나다

빗물정원, 식물재배화분, 빗물저금통 같은 시설이 있으며 특히 과학 물놀이 시설에는 아르키메데스 원리의 수차와 우물 펌프 등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물놀이 시설이 있다.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3물, 도심 속 정원을 만나다

자연형 실개천, 회복의 습지 등으로 꾸민 정원 공간이다. 실개천과 습지에 이용하는 물은 모두 재이용수 시설에서 처리한 물로, 식수 직전 단계까지 정수했다.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3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4물, 자연으로 돌아가다

빗물정원, 바람의 언덕, 억새밭 등이 조성된 산책 코스다. 바람의 언덕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고 초록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물순환테마파크 구역 4

아랫물길 세상 속, 체험하며 배우는 특별한 시간

친환경 꽃 화분 만들기

화분을 만들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교육 기간
6 ~ 12월, 마지막 주 화요일 13~15시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sssmuseum.org)
접수 대상
만 4세 이상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 단체

도란도란 동화 듣기

동화 구연으로 동화 연계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도란도란 동화

교육 기간
1~12월, 수요일 10시 30분~11시 30분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
접수 대상
만 4세 이상 미취학 아동 단체 및 개인

내 똥은 어디로 갈까

하수처리 과정 속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의 뜻과 역할을 알아본다.

교육 기간
1~9월, 화, 목, 금요일 10시~12시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
접수 대상
6~9세 어린이 단체

물속 생물 종이접기

수생 지표생물에 대해 알아보고, 종이접기 활동을 통해 수생식물을 만들어본다.

교육 기간
7~9월, 일요일 15~16시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
접수 대상
초등학생 이상 전 연령

재이용수 자동차 만들기

하수처리 전 과정을 배우고, 상수와 하수, 재이용수의 차이를 학습한다.

교육 기간
5~9월, 토요일 10시~12시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
접수 대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나만의 미생물 배지 만들기

하수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에 대해 알아본다.

미생물 배지

교육 기간
2~7월, 토요일 14~16시
접수 방법
홈페이지에서 예약
접수 대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나만의 미생물 배지 만들기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휴관
매년 1월 1일,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휴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문의문의
02-2211-2540
홈페이지홈페이지
sssmuseum.org

이정은사진 홍하얀일러스트 조성흠

참고자료 <한국상하수도발전사>, <한국 근대 보건의료체제의 형성(1876-1910)>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아카이브,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서울하수도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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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겼다 서울 인문학 살롱 ⑤]600년 역사를 품고 흐르는 아랫물길을 만나다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33714579 등록일 2018-07-10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8-05-28
라이선스 CC BY-NC-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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