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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추억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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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래가는 맛은 밋밋한 듯 수수하고 변함없이 정직하다.

많은 이가 추억의 맛으로 회자하는 ‘오래가게’가 그렇다.

태극당 70년간 숙성된, 맛있는 빵을 위한 철학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과자 중의 과자를 만드는 ‘태극당’. 고 신창근 창업주는 1945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해 1946년 태극당을 설립했다. 1951년에는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출시했다. 배고프던 그 시절, 내 가족과 이웃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애국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청년의 마음은 3대를 이어 계속 됐다.

70여 년이 흐르는 사이 서울은 참 많이도 변했지만, 태극당의 정신은 그때 그대로다. 평균 근속 연수 40년, 제과 장인들이 태극당의 명맥을 잇고 있다. 발효 시간과 과정이 참 중요한 빵 굽기처럼 태극당은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하나의 철학을 오랜 시간 숙성시켰다. 하지만 태극당을 이 자리에 있게 하는 건 무엇보다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마음으로 태극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그들에게 태극당의 맛은 현재진행형이다.

위치
중구 동호로24길 7
문의문의
02-2279-3152

태극카스테라는 부드러운 맛과 든든한 양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48년 아이스크림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태극당 모나카도 꾸준히 잘 나간다.

대구참기름집 정직한 기름을 향한 ‘고소한’ 외길

동네 토박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이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북촌 계동길. 낮은 지붕에 정겨운 간판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름집이 30여 년간이 골목을 지켰다. 노란색 바탕에 파란 글씨로 정직하게 쓴 ‘대구참기름집’ 간판은 좋은 기름 외엔 눈길 한 번 준적 없는 우직한 주인을 꼭 닮았다.

세 사람이 서 있기도 버거운 작은 기름집에서 서정식 사장이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기름 경력 42년인 그는 여전히 직접 기름을 짜고 한 병 한 병 담아 판다. 그 덕에 기름 짜는 모습을 직접 보겠다며 먼 곳에서 찾아오거나 지방에서 주문하는 이들, 한 번에 열댓 병씩 사 가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가끔 찾아오는 이웃 손님은 동네 사정을 살피고 이웃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가장 ‘한국적’이라지만 전통이 자꾸 자취를 감추는 이곳에 대구참기름집의 깨 볶는 냄새가 오래오래 퍼져나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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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종로구 계동길 67
문의문의
02-765-3475

인건비, 용기 제작비 등이 들지 않으니 귀한 몸인 국산 기름도 다른 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추귀순 사장은 얼마 전 무릎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 중이다.
노환으로 예전보다는 가게에 자주 나오지 못하지만, 엄마의 예쁜 웃음을 쏙 빼닮은 둘째 딸이 순희네반찬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순희네반찬 반백 년 한국의 식탁을 지킨 맛

얼굴을 보자마자 사장님보다는 어머님이라는 호칭이 불쑥 튀어나오는 ‘순희네반찬’의 추귀순 사장. 53년간 광장시장 한복판에서 터를 지켰다. 시장에 지붕도 없던 시절에는 온갖 풍파를 몸으로 맞으며 장사 했다. 매일 밤 각종 김치와 젓갈 등 갖은 반찬을 만들어 새벽에 다시 시장에 나오기를 반백 년 동안이나 반복했지만, 추 사장의 얼굴에서 고단함이나 억척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반찬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 있게 내세워봐야 손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 지나친 겸손을 반박이라도 하듯 반찬을 사 가는 손님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추 사장은 잘한 것도 없는데 찾아와주는 단골손님들, 묵묵히 도와주는 자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끝까지 겸손함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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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종로구 창경궁로 88
문의문의
02-2279-1855

손맛김밥 따끈한 김밥 한 줄과 엄마 생각

엽전 도시락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통인시장. 그 안에 어머니와 딸, 2대의 손맛이 그득한 ‘손맛김밥’이 자리하고 있다. 손맛김밥 간판 아래로 작게 적혀 있는 상호 ‘할머니김밥’이 어머니의 것, 손맛김밥은 정서윤 사장의 것이다.

정 사장은 스무 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김밥을 말았다. 통인시장 상인회 옛 사진에는 어머니는 물론 정 사장의 어린 시절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창때는 혼자 김밥 800줄을 말았다. 동틀 무렵 포장을 다 끝내면 아침엔 다시 장사를 시작한다. 대량 주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지만 예전처럼 팔을 쓸 수 없어 하고 싶어도 못 한다. TV 출연 요청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더 많은 김밥을 파는 것보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조리법을 고수하면서 맛있고 건강한 김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일보다 더 바쁜 주말에는 두 딸이 가게 일을 돕는다. 손맛김밥은 3대를 이어갈 수 있을까. “나야 우리 엄마 때문에 이렇게 됐지”라고 너스레를 떠는 정 사장은 두 딸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원하는 대로 살길 바란다. 진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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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문의문의
02-722-8389

속 재료를 모두 익혀 주문 즉시 바로 싸기 때문에 따끈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설탕, 소금, 간장 외에는 어떤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꽉 찬 속 재료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니 절로 엄마 생각이 난다.

시민 추천,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종로·을지로 일대의 ‘오래가게’ 39곳이 소개됐다.
<서울사랑>은 지난 호부터 3회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양인실사진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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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추억의 맛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7-11-28
관리번호 D000003217312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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