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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식] 공공 미술, 시민에게 상상할 권리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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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미술관

서울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서울시는 공공 미술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지난 6월 3일 ‘서울은 미술관’ 자문단을 출범했다. 이에 안규철 자문단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을 만나 서울의 공공 미술 현주소와 ‘서울은 미술관’이 앞으로 그려나갈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살펴봤다.

 

“서울은 OECD 도시 가운데 가장 과밀화된 곳입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여백이 거의 없습니다. 빈 공간이 있어야 예술 작품을 가져다 놓고 감상할 텐데, 모든 것이 밀집해 있지요. 발상을 뒤집어 먼저 빈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안규철 ‘서울은 미술관’ 자문단장은 서울의 공공 미술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렇다면 공공 미술이란 무엇일까? 흔히 공공 미술 하면, 고층 빌딩 앞에 놓인 거대한 조각품이나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도심 속 랜드마크 예술품이 먼저 그려진다.
건축비의 1%를 공공 미술에 쓰도록 한 제도 때문에 매달 30여 점의 건축물 미술 작품이 탄생하는데, 1년이면 300점에 이른다. 실제로 서울에는 현재 3,000여 점이 넘는 건축물 미술 작품이 존재한다.
“누구도 서울시라는 전체 그림을 놓고 공공 미술이 어떠해야 한다고 평가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건축물 미술 작품은 특정 업계, 특화된 작가만이 관행적으로 관여해왔습니다. 제도화된 부분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시가 앞으로 시민 생활 공간, 공공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한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장소를 찾아 작품을 만들어 설치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안규철 자문단장은 서울시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일관된 기준 아래 도시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에게는 도시 공간이 어떠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와 더불어 참여해 만들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의 도시 공간과 장소의 기억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시민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문래동, 성수동 등 도심 제조 지역은 도시 환경이 낙후되고 방치된 곳들입니다. 그런 지역 안에서 예술가들이 공공 미술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해온 방식과는 반대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공 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문래, 성수, 을지로, 용산 등 제조 산업이 활성화된 도심 제조 지역 공공 미술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장인의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도심 낙후 산업을 창조 산업으로 재탄생시키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정되면, 공공 미술 및 지역 전문가로 구성한 동행자 그룹 ‘도시창조 랩’과 함께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아트 플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한 작품에 한해 제작을 지원한다. 개인의 아이디어와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해 작품을 생산해온 기존 공공 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와 연계해 만리동 공원에 공공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모두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이 벽화를 훼손한 이화마을의 이야기는 공공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안규철 자문단장은 낙후된 인프라를 그대로 둔 채 예쁘게만 꾸미는 것이 공공 미술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공공 미술은 결국 이화마을 벽화와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된다. 공공 미술이 주민의 생각, 생활, 생업을 방해해도 되는지 질문을 안고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민이 동의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 미술

“서울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공공 미술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을 아름답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복잡하고 흉물스러운 도시로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일시에 모든 것을 철거하고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당장 눈에 들어오는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천천히 느리게 제대로 가야 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규철 자문단장이 말하는 공공 미술은 미술을 보는 안목이나 예술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공간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논의 과정이자 협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공공 미술은 무엇보다 ‘공공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서울의 공공 미술을 대하는 시민에게 안규철 자문단장이 전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시민에게는 도시 공간이 어떠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와 더불어 참여해 만들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그 동안은 공공 기관과 전문가들이 알아서 주도했기에 시민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죠. 서울의 도시 공간과 장소의 기억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시민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앞으로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전문가 제안과 논의 과정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공공 예술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서울’이라는 미술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서울시 공공 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서울은 기업, 예술가, 시민 등 다양한 민간 자원이 참여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통해 즐거움과 활기가 넘치는 ‘문화도시’로 변화한다.
예술로 시민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닌, 예술을 통해 시민을 만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공공 미술로 전환한다.
‘서울은 미술관’은 도시재생 계획 단계부터 공공 미술을 고려하며, 시민 참여와 민관 협력을 통해 시민을 위한 예술 도시 서울을 선보인다

글 한해아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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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식] 공공 미술, 시민에게 상상할 권리를 허하라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9-02
관리번호 D000002803709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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