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나의 서울] 동서고금을 맛볼 수 있는 국수 여행 어떠신가요?_홍난영

문서 본문

동서고금을 맛볼 수 있는 국수 여행 어떠신가요?



추석 때 아주 오랜만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게 되었다. 작은 휴게소이기도 했고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한식류와 우동만을 팔고 있었다. 늦은시간에 한식은 부담스러워 선택한 것이 유부우동이었다. 빠르게 나온 우동에 고춧가루를 풀어 넣고는 오동통한 우동을 한 젓가락 크게 입에 넣고 우물거리자니 나는 어느새 초등학생의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서울 태생인 나는 방학 때마다 외갓집이 위치한 경북 군위군으로 내려가곤 했다. 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주신 휴게소의 우동을 잊을 수가 없다. 6개월마다 한 번씩 즐길 수 있는 ‘우동 빨리 먹기’는 그 자체가 재미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행여 버스가 떠나버릴까 봐 발을 동동거리며 우동이 나오길 기다렸고, 나오자마자 그릇을 부여잡고 호호~ 불어가며 우동을 먹었다. 노란 단무지 한 입도 빠질 수 없는 맛이다. 그 시절의 우동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오랜만에 먹는 휴게소의 우동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먹었던 그때의 우동을 떠올리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국수가 빠져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좋은 날이 되면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도, 엄마가 없는 날 동생과 끓여 먹던 라면도, 학창 시절 친구들과 땀 흘리며 먹던 매운 쫄면도 다 그런 종류의 기억들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른 음식들보다 유독 국수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인사이트 아시아 - 누들로드>에 의하면 서아시아의 밀가루가 유목민에 의해 중국으로 전파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수의 초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이 탄생했다. 초기 버전의 국수는 중국의 굽고, 삶고, 튀기는 조리 문화를 만나 꽃을 피웠다. 오래전부터 중국과 교류가 많았던 한국에서도 당연히 이 국수를 받아들였다. 다만 한반도에서는 밀이 귀했기 때문에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국수의 붐이 생겨난 것일까? 한국의 국수 대중화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밀가루 무상 원조가 시작되면서 밀가루가 흔해지고, 1960년대에 혼분식 장려운동이 시작되면서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누들로드>를 쓰면서 1년간 서울의 국수 여행을 했던 나는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국숫집의 역사는 대부분 50~60년이라는 것이었다.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만 그 국수를 외식으로 정착시킨 시기는 대부분 1950년 전후였던 것이다. 음식 문화는 정치·경제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국수 역시 그러했다. 다만, 냉면은 주원료가 메밀가루이다 보니 대중화된 역사가 좀 더 길다.


또 재미있는 것은


역사가 있는 국숫집들은 대부분 사대문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이야 그런 구분이 무의미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큰 시장은 사대문 안에 있지 않았던가. 사대문 안에서도 특히 시장을 중심으로 국수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방산시장 근처의 ‘우래옥’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하고, 중부시장 근처엔 오장동 함흥냉면집들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명동엔 두부를 넣은 국수로 유명한 ‘할머니 국수’와 영화 <북경반점>의 모델이 되기도 한 중국집인 ‘안동장’이 있다. 남대문시장도 빼놓을 수가 없다. 그곳엔 칼국수를 파는 곳이 많다. 시장이란 곳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늘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기도 하니 아마도 후루룩 재빠르게 한 그릇을 먹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국수가 더 인기 있지 않았을까.

 
시대가 변하고 이젠 강남, 홍대, 이태원 등 일종의 신시가지들이 ‘핫’해졌지만 국숫집은 여지없이 들어섰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라멘, 쌀국수, 태국국수, 홍콩국수, 완탕 등 다른 나라의 국수는 물론, 제주도의 대표 국수인 고기국수도 상륙한 지 오래다. 서울이라는 곳이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국수 가게들이 유지가 될 수 있을 게다. 물론 외식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되지 않아 현지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국수들이 더 많고,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1년 동안 국수를 먹는 여행을 해봤지만, 고작해야 50~60곳밖에 가보지 못했으니 서울에서 국수 여행을 해도 평생이 걸릴지 모르겠다. 더구나 새로운 국수는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으니까.


이런 점에서 국수 여행은


내게 흥미진진한 게임과도 같다. 국수의 종류별, 나라별로 임무를 완수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국수 여행을 게임으로 치자면 서울 사대문 안의 국숫집들은 최고의 수준에 해당되리라. 전통시장을 재미나게 둘러보고 국수 한 그릇으로 자신만의 추억에 빠져보는 ‘도심 속 여행’ 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홍난영 : 음식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다. 현재 먹는언니 컴퍼니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lt;서울 누들로드(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여행)gt;, lt;대한민국에서 공짜로 창업하기gt;가 있다.)





문서 정보

[나의 서울] 동서고금을 맛볼 수 있는 국수 여행 어떠신가요?_홍난영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912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