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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동물과 인간, 자연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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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돌고래 제돌이 방사에 앞장섰던 최재천 교수가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 된 것은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동물과 인간, 자연이 어우러져야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그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립생태원에서 자연이 주는 은근한 멋과 느림의 미학을 누구나 즐기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내가 학문을 하는 이유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

 
생물학자이자 동물생태학자, 사회과학자인 최재천 원장은 2013년 ‘제돌이 야생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에 놓아주는 일을 성공시켰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규명하며 부계 중심 사회에 대한 과학자의 의견을 제출해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기도 했다. 또 국내에 ‘통섭’이라는 개념을 소개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낮추는 등 우리 사회에 학문 간 소통 열풍을 일으켰다.
 
“모든 학문 활동의 목적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문학도 그렇고 사회과학도 그렇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학문을 하는 데는 인간을 알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크죠. 어떤 교수가 저보고 왜 생물학자가 인간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길래 ‘인간은 생물 아닌가?’라고 반문한 적이 있습니다. 생물학 하면 개구리나 귀뚜라미 같은 것만 떠올리는데 인간의 행동이나 질병 연구 등 인간도 당연히 연구 대상이어야 하죠.” 라고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은 말했다.
 
같은 맥락일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생태를 위한 연구·전시·교육의 장으로 제 기능을 열심히 수행하듯 또한 서천 구민과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개원 이후 관람객 100만 명씩 다녀가도록 애쓴 것도 단지 개인이나 국립생태원의 공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서천 구민과 상생하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눈도장만 찍고 후딱 돌아가기보다 구석구석 찬찬히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한산에도 들러 소곡주 한잔 마시고 하룻밤 묵고 가는, 그런 느릿느릿한 여행이 되길 진심으로 바랐다.


마을에서 살고 일하며 나무 아래에서 쉴 수 있는 서울

 
최 원장은 서울의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도 풀어놓았다.
 
“서울은 도시화 개발로 큰 나무들이 사라졌는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는 비단 서울만이 아닌 세계 대도시의 공통된 문제예요. 그런 와중에도 나무를 보존하면서 집이나 빌딩을 짓는 곳이 반드시 있죠. 최근 서울도 지속적으로 공원을 만들고 도시 재생을 꾀하고 있어 참 반가운 일입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연에 대한 갈망도 커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설악산이나 오지에서 살 수 없다면 서울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말했다. 서울이 자연이 되면 진정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고, 살기 좋은 곳에 인재도 모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인간도 동물처럼 어울려 살아야 행복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둥지 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익명성을 요구받으며 사는 삶에 행복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판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며 전혀 낯선 이들과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인 동시에 한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가 전체의 기준이 돼버렸어요. 마을이 형성되고 그런 마을이 모여 하나의 도시, 서울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을 안에서 거주와 일, 만남이 얽히고설켜야 합니다. 걸어 다니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합니다.”
 
최 원장의 말처럼 인간은 스스로 힘들게 만들어놓고는 울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스스로 웃을 방법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동식물의 자연 발생적 삶과 관계 맺음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국립생태원 한가운데 서서 눈을 부릅뜨고 그걸 지켜본다.


5월의 국립생태원을 만나는 것은 행운

 
5월에 국립생태원을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한가득 만발한 하얀 찔레꽃의 환대를 받을 것이다. 넓은 평야에 우거진 신록은 또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지, 지천에 핀 새초롬하게 귀여운 자태를 뽐내는 들꽃에게도 인사를 전해야 한다. 사막여우, 노루, 고라니, 개구리, 두꺼비에 이곳으로 놀러 온 중대백로와 쇠오리까지 만날 수 있어 더욱 행운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열대 지역도 가야 하고 사막도 거쳐야 하며 지중해도 들러야 한다. 축구장 92개를 모아놓은 크기의 국립생태원에서 기르는 동물은 282종 3,746마리, 식물은 5,152종 116만여 개체다. 한마디로 ‘작은 지구’인 셈이다. 그리고 드디어 개미와의 조우가 있다.

최재천 원장은 국내에 ‘통섭’이라는 개념을 소개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낮추는 등
우리 사회에 학문 간 소통 열풍을 일으켰다.

“제게는 여태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왜 그렇게 개미를 좋아하는지 궁금한 것이죠. 평생 개미를 연구했고 숱하게 개미 전시를 기획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개미에 열광하는 이유를 콕 집어 알 수 없으니 늘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만큼 개미에 관심이 높은 민족을 못 봤다는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의 말을 입증하듯, 지금 국립생태원에서 열리는 개미 전시관에는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5월 국립생태원의 하이라이트 역시 개미 전시다.


동식물과 인간, 자연의 관계 맺음을 보여주는 곳

 
2008년 국립생태원을 총괄 기획한 데 이어 2013년 초대 수장으로 부임한 최재천 원장은 전시 테마를 크게 세 가지로 집약했다. 동식물이 사는 모습을 자연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생태 전시’, 전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연구 전시’, 다양한 체험과 배움을 통해 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교육 전시’가 그것이다.
 
“생태란 말을 자주 하는 시대지만 정작 생태의 개념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생태는 말이 지닌 의미 그대로 ‘사는 모습’입니다. 많은 분이 여기가 식물원이냐 아니면 동물원이냐, 혹은 자연사박물관하고 뭐가 다르냐고 하는데, 모두 맞기도 틀리기도 합니다.” 

생태원은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인 생태학을 기반으로 생물과 생물 간 관계, 환경과 생물 간 관계를 보여주는 곳이다. “마음 같아서야 아프리카에 있는 세렝게티를 옮겨오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요”라며 껄껄 웃는다. 그럴 때 개미는 가장 최적화한 표본이 된다고 최 원장은 설명했다. 작은 공간에서 사는 모습, 즉 생태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개미를 전시하고 연구하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 침팬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유전자가 흡사할 뿐 행동 양식은 전혀 다릅니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나라를 세우고 농사짓고 전쟁을 하며 고도의 분업을 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개미입니다.”
 
지구 최초의 농사꾼으로 알려진 잎꾼개미는 열대 지방에서만 서식하는데, 나뭇잎을 잘라 그걸 거름 삼아 버섯을 키운다. 최재천 원장은 5월이면 잎꾼개미의 활약과 먹이가 가장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녹색을 띤 베짜기개미를 들여올 예정인데, 인근 한산에서 모시 축제를 벌일 때 함께 전시하면 재미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국립생태원 봄 행사

우리나라 야생화를 주제로 5월 22일까지 봄 특별 행사인 ‘알면 사랑한다, 우리 들꽃 이야기’를 국립생태원 야외 공간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자연물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석회암 지대 식물 생태 전시 등 야생화를 주제로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생태 문화 체험 행사로 진행한다.
또 5월 31일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들꽃 포토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 공모전은 이번 국립생태원의 봄 특별 전시를 주제로 글과 사진을 접수받으며, 전용 누리집(www.niephotoessay.com)을 통해 온라인에서 받는다. 개인, 학교(단체) 등 부문별로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최재천 원장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다.
시민 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 출연,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개미제국의 발견>, <인간과 동물>, <통섭의 식탁>, <거품 예찬> 등 수십 권의 저서가 있다.

글 양인실 사진 문덕관(램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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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5-09
관리번호 D000002803656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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