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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시간이 켜켜이 밴 한옥에서 문화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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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100년 된 근대 한옥 ‘휴안’은 윤형준 씨의 집이자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한옥에 살면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소중함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는 주인장을 만났다.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다 유독 담장이 눈에 띄는 집을 찾았다. 한옥을 빙 둘러싼 담장 벽에는 나무 위에 그린 벽화가 붙어 있다. 결이 고스란히 비치는 나무에는 옻칠이 되어 있다.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마당과 툇마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촌지기 윤형준 씨가 사는 한옥이다. 북촌은 윤형준 씨가 십수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한 동네로, 그는 2012년부터 아예 북촌 한옥마을 주민이 됐다.


“덴마크 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고성(古城)을 찾았다가 버스를 놓쳤어요. 어부들이 살던 민박에서 머물렀는데,모두 200년이 넘는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옛날 우리 초가집 같은 분위기여서 신기하고 친숙했죠.”


출장을 마치고 북촌으로 왔지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북촌에 덴마크 바닷가 민박이 겹치면서 가슴속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안락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여행 안내자가 되고 싶었다. 문화 허브 역할을 할 숙소를 제공하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자신이 살고 싶은 한옥을 찾아 나섰고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한옥 자체를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최선

휴안은 백두산에서 온 목재로 지은, 100년 된 근대 한옥이다. 북촌에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1960년대에는 학생들이 묵는 하숙집이었다가 다섯 가구가 살던 터전에서 지금은 다시 여러 나라에서 오는 이들이 묵는 게스트하우스로자리 잡았다. 북촌 한옥은 100년 이상 살아왔고 지금도 그 삶의 흔적이 가장 큰 매력이다. 휴안도 수차례 개조하고 손을 보면서 일상의 더께와 사람의 체취가 더해졌다. 집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북촌 한옥은 그 정의에 가장 가까운 사례라 할 수 있다. 휴안은 게스트하우스이자 윤형준 씨가 거주하는 집이다. “한옥은 생활 소음이나 겨울철 웃풍 등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불편함이 어느덧 생활이 되고 이를 즐기면서 비로소 한옥에 살고 있구나 느끼곤 하죠. 1년에 한두 번씩 지붕에 올라 기와를 살피고 찢어진 창호지를 덧붙이는 게 일상의 재미가 되었어요.”


윤형준 씨는 목조건물이 인체 건강과 정서 안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4년간 살아온 시간에 빗대어 설명했다. 한옥의 사계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봄에는 화단에 핀꽃을 보거나 나물을 뜯어 무쳐 먹고, 여름에는 마당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활짝 열린 문틈으로 들리는 옆집 사람들의 목소리도 반갑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 빗질을 하고, 겨울이면 기와에 핀 눈꽃이 경이롭다. 휴안에서는 작은 음악회와 전시회도 열린다. 문화 기획자로도 활동 중인 윤형준 씨는 동네에 사는 음대생을 모아 클래식 공연을 선보였다. 홍대 밴드와 한옥의 만남은 뜻밖의 궁합을 보여줬다. 판소리와 민요는 물론 재즈를 공연할 때 한옥은 훌륭한 무대가 됐다. 휴안 담장은 앞으로 다양한 전시를 정기적으로 선보일 갤러리로 거듭날 예정이다.


시간의 두께에 흔적을 더하는 한옥 여행

한옥은 마루를 중심으로 방과 방이 연결되어 있다. 마루를 거쳐야 자기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마루는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의 공간이 된다. 낯선 이들이 모이지만 곧 마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이 된다. 한옥에 살며 찬찬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엿보고 흔적을 찾는 자신도 여행 중이라고 윤형준씨는 말한다. “600년 발자취가 새겨진 북촌, 100년 동안 사람과 함께하는 한옥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끔 복덕방과 미용실에서 주민들과 수다를 떱니다. 그 이야기는 북촌의 역사와 문화, 향기가 되죠. 북촌과 한옥은 계속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며 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위대함을 하나하나 포착할 것입니다. 그것을 다른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한옥 그 자체를 경험하고 즐길 것’. 윤형준 씨의 한옥 예찬은 어딘가 담담하다. 그러나 지역의 역사나 고유성을 존중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향유할 자세만 있다면 한옥은 최상의 건축이자 문화가 된다는 설명에는 절로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북촌 한옥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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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인실 사진 문덕관(램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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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시간이 켜켜이 밴 한옥에서 문화를 나누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2-26
관리번호 D000002803649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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