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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된 것들] 도시공원과 문학의 만남,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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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도읍 한양은 동서남북 네 개의 산을 잇는 울타리를 쌓아 만든 성곽도 시였다. 그 남쪽에 있는 산이 남산이다. 지금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한가운 데 우뚝 솟은 가장 큰 공원으로 많은 시 민들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곳이다. 이 런 자연 속에서 문학과 책을 이야기하는 장소들이 있다. 그야말로 근사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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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집 상임이사 전목주 작가 -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주위 안전기획부 청사 건물들은 현재 유스호스텔을 비롯해 TBS교통방송국, 대한적십자사, 서울소방방재본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이 일대는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문학관에서는 문인들의 담론이나 수요문학특강, 시낭송회, 시서화전, 친필전 등이 열린다. 처음 문학관이 만들어질 때 서울시와 함께 유한킴벌리라는 제지회사의 후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 문국현 사장도 열렬한 문학가로 문학의 집 임원이었다고 한다.

남산의 풍류를 살려가는 곳 문학의 집

남산의 북쪽 기슭은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장소다. 또한 지리적인 특 징뿐 아니라 자연의 풍치도 뛰어났던 것 같다. 예로부터 도교 사상에는 신성한 영물로 ‘푸른 학’을 쳤는데, 남산에서도 가장 으슥하고 아름다운 북쪽 골짜기에 청학(靑鶴)이 산다하여 청학동이라 불렸던 것이다. 이 청학동은 한양에서도 인왕동, 삼청동, 백운 동, 쌍계동과 더불어 경치 좋기로 소문난 동네로 많은 권문세가들이 정자를 짓고 머물 렀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들 가운데 조선 전기의 문신이었던 권람의 집도 있었다. 권람 은 수양대군을 도와 단종의 왕위 찬탈에 가담했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임금이 된 세조는 이후에도 자주 권람의 집에 들러 후조당이라는 정자에서 놀고 근처 벼랑 밑에 서 솟아오르는 샘물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세조가 청학동에 기거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이 동네의 절경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또한 한양을 손에 넣으려던 일본 역시 오래전부터 이곳을 탐냈다. 이미 임진왜란 때부 터 왜군이 주둔했는가 하면, 일제의 통감부가 처음 설치됐던 곳도 남산의 북편이었다.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관저도 역시 이곳에 있었다. 푸른 학은 멀리멀리 날 아가버리고 어두운 역사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광복 후까지 이어 졌다. 1961년 군사정권은 ‘반인권기관’이라는 오명이 늘 붙어 다녔던 안전기획부를 이 곳에 들여놓아 남산이라는 이름을 무겁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당시 “남산에 가면 못 돌아온다.”는 웃지 못할 말이 나돌 정도로 쓰라린 역사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남산에도 다시금 봄은 찾아왔다. 안전기획부가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서 초구로 떠나면서 남산은 빠르게 옛 모습을 되찾아갔다. 현재 옛 안전기획부의 여러 건 물들은 용도만 바뀌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안전기획부장의 공관으로 사용되던 가옥의 변신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주택의 원형을 유지·보수해 문화 공 간으로 2001년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피천득 작가의 강론을 시작으로, 현재 활동 하는 문인들부터 작고한 문인들까지 작가와의 만남을 마련하는 문학관으로 거듭났다. 본래 남산에는 가난하지만 청렴하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선비들이 모여 살아 이른바 ‘남산골 샌님’이란 말이 나왔다. 비록 임금님이 마시던 샘을 간직했던 옛 청학동은 개 발로 인해 멀어졌지만 문인들의 글소리가 울려 퍼지는 남산 자락이야말로 선비들의 정신이 이어지는 작지만 기분 좋은 변화가 아닐까. 피천득 작가는 <인연>이라는 수필 에서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고 말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 들을 전부 사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이 세상은 좀 전과 는 다르게 펼쳐질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남산 기슭을 바라보며 ‘문학’이라는 꿈결 같은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마음속을 맴도는 그 의미가 메아리치듯 산을 감싸 도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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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산의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들고 있는 책장을 넘길 생각도 잊은 채 푹 빠져들고야 만다.- 추락 방지를 위해 파이프가 가로지은 오래된 계단 난간의 디자인이 특이하다.- 언덕 위로 우람하게 서 있는 이 건물은 1970년 처음 어린이회관으로 개관되었다가 1974년 이내 국립중앙도서관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훗날 국립중앙도서관이 서초동으로 이사를 간 후에 교육연구정보원이 된 곳이다. 당시만 해도 을지로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을 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런 산 위로 떠밀 듯 올려 보낸 문화에 대한 푸대접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만일 을지로 롯데백화점 자리에 작게나마 국립중앙도서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시내 중심부의 풍경은 또 얼마나 다르게 다가올까.또한 일제강점기 이 언덕 위에는 조선신궁을 만들었던 일본의 야욕을 잊어서는 안 된다.광복 후 이승만 정권 때에는 국회의사당이 신축될 계획도 있었다 4·19혁명으로 모든 계획이 바뀌어 지금 모습으로 남았는데, 한 장소의 변천이 흥미롭기만 하다.- 한때는 인기 많았던 회전전망대 그림

서울 최초의 공립 공공도서관 남산도서관

소파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머지않아 남산도서관에 도달한다.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도서관은 1922년 명동에서 개관한 서울 최초의 공립 공공도서관으로 경성부 립도서관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시작은 비록 일제의 식민지 교화라는 위장된 문화정 책이었다지만 광복 후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공공도서관으로 그 의미가 깊다. 이후 남대문을 거쳐 1964년 현재의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보금자리를 마련 하기까지 반세기를 넘게 남산에 책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 앞에는 김소월의 시비(詩碑: 시를 새긴 비석)가 있다. 남산 여기저기에 세워진 수많은 동상들은 예나 지금이나 남산의 상징성을 담으려는 듯 퍽퍽하게만 느껴진다. 그 위인들 사이에서 마음 하나 쉬어갈 수 있는 문인의 시비가 그저 반갑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의 시 <산유화>를 음미하며 천천히 산정을 향해 걸었다. 서서히 발밑으로 펼쳐지는 서울을 바라본다. 오직 해가 기울고 있을 뿐 산 위에서 바라보는 이 도시는 제법 감미롭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의 서울은 그림처 럼 평화롭게 보인다. 꽤나 오랫동안 하얀 스케치북에 서울을 담아왔지만 무릇 감상에 젖어들어 그리기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풍경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한동안 서 울의 풍경 속에 젖어 있다가 천천히 가방을 둘러메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다음번 쉬는 곳에서는 다시금 스케치북을 펼쳐 들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명 서울 어딘가에서 서울의 다음 풍경과 만날 테니까.

서울 최초의 공립 공공도서관 남산도서관

2년여 동안 ‘서울의 오래된 것들’을 담아온 스케치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서울은 오래된 도 시라고 말하지만, 정작 둘러보면 오래된 것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 않는 도시이기도 합니 다. 그래서 더욱 ‘오래된 것들’을 만나고, 또 그림으로 담아보고 싶었나봅니다. 전 오래된 것들이 좋습니다. 오래된 책, 오래된 건물, 오래된 골목, 오래된 사람들. 시간은 꾸준히 흐 를 테니 우리들 주변에 많은 것들도 언젠가 분명 오래될 것입니다.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 것들을 지켜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후세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현재 우리들 손 안에 있습니다. 거창한 문화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서울의 소소한 것들 이 미래에는 의미 있는 즐거움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조금 더 서울의 많은 것 들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볼 뿐입니다.

 

 

이장희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서울의 시간 을 그리다> <사연이 있는 나무이야기>가 있다.

서울시 미래유산 홈페이지
futureheritage.seoul.go.kr
서울시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남길 만한 소중한 근현대 서울의 문화와 유산 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지원합니다.
<서울의 오래된 것들> 칼럼은 서울시 선정 미래유산을 중심으로 꾸며집니다.


글·일러스트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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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오래된 것들] 도시공원과 문학의 만남, 남산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1-12
관리번호 D000002803648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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