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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시민에게 개방된 서울역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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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에 완공된 이후 45년 간 차량의 통행만이 가능했던 서울역 고가가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보행로로 전환된다. 얼마 전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착공에 들어간 서울역 고가의 옛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행사가 지난해 12월 25일 진행됐다.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비니마스의 설계안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바닥에는 실물크기의 그림이 그려졌다. 곳곳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함께 고가 위를 걷는 시간도 마련됐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태어날 고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함께 걸었다.


왼쪽) 서울역 고가 위에 들어설 화분의 위치에 우리만화연대의 만화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민들도 그림을 그리거나 소원을 적어보는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오른쪽) 서울도보여행프로그램인 ‘산책버스’ 가이드와 함께 걸으며 서울역 고가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 모습.


왼쪽) 가지치기로 버려진 목재가 한석현 작가의 손을 거쳐 대형 트리로 변신했다. 이날 방문한 시민들이 직접 소원 리본을 달아 장식했다.
오른쪽) 폐자재를 활용한 자전거 버스가 고가 위를 달리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이밖에도 고가 곳곳에서는 간단한 먹을거리와 꽃, 향초, 책 등을 판매하는 부스가 마련돼 시민을 반겼다.

지역 발전의 동력은 곧 주민

서울역 7017 시민모임인 고가산책단은 지난 8월부터 서울역 주변의 서계동, 중림동, 만리동과 염천교 수제화 거리, 봉제 공장 등 지역 산업별로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주민활력모임’은 그중에서 서울역 7017 프 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지역 주민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십여 명 정도의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 고, 사십여 명 정도가 SNS를 통해 의견을 교류한다.

“처음에만 해도 ‘서울역 7017 진짜 하는 거 맞나’, ‘그냥 재개 발해서 용적률을 올려주면 안 되나’ 이런 의견을 가진 사 람이 많았는데 이제 반 년 정도 지나니까 ‘도시 재생을 어 떤 방향으로 할지’, ‘어떻게 하면 봉제 산업이나 염천교 수 제화 산업을 살릴 수 있을지’같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요.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거죠.”_김명진

사실상 이들도 처음에는 도시재생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고가산책단과 함께 이야기 하면서, 그리고 주변 지역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저도 도시의 ‘도’자도 몰랐어요. 저도 처음 공 부를 하는 거예요.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에 대해 인터넷으 로 찾아보기도 하고요. 이 지역을 재생하는 데, 전문화된 인력도 필요하지만 실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도시, 도시재생에 대해 공부해야 돼요.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제 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_위승배

주민이 직접 만든 잔치라야 흥겹다

지난 10월 24일에는 고가산책단과 ‘주 민활력모임’이 함께 지역 축제인 ‘서울 力 가을산책’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는 서울역 일대와 서울역 7017에 대한 내용을 알리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서울봉제산 업협회 서부지부와 염천교 수제화 상인회에서 기증한 의류와 수제화가 판매됐다. 지역의 특징을 살려 기획된 것이다.

“당시에 여론이 많이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돌파구 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론이 우호적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난 5월에 고가도로를 시민에게 개방했을 때예요. 그런데 그 후에 아무 행사가 없었거든요.”_김명진

“한편으로는 이제는 시가 아니라 우 리가 만드는 축제를 할 때라고 봤어요. 국지적으로 이벤 트를 해야 하는 거죠.”_윤태환

‘서울力 가을산책’은 1,500여 명의 주민을 불러 모았다. 몇몇 지역 어르신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제 기억을 더듬어보 면, 서계동 안쪽에 사거리가 있는데 거기에 일주일에 한 번 씩 뻥튀기 아저씨가 왔어요. 그럼 그날은 그곳이 축제 의 장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옆에는 노점들이 생겼어 요. 할머니들이 고추 가지고 나와서 팔고, 마늘 까서 팔고 그랬거든요.”_윤태환

“이번 축제가 예전의 정겨운 분위기 를 다시 살린 것 같아요.”_김명진

세대 공감 지역 부흥을 향해

‘주민활력모임’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기간은 겨우 2개월 남짓. 하지만 오늘 모인 이들은 서로 뜻을 같이 하는 주민 들을 알게 되면서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저는 ‘교통 문제’, ‘남대문 시장 문제’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전혀 다른 요구가 있다고 생각해요.”_김명진

이에 고가산책단은 ‘주민 활력모임’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행정에 따른 지역 구분, 세대, 소득 등 여 러 차이들을 떠나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는 주민이자 서 울시민으로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원한다.

“어떤 어 르신은 한 신혼부부가 세입자로 들어오고, 애를 낳아서 그 애가 열 살이 될 때까지도 임대료 한 번 안 올리셨대요. 젊은이들과 이어지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계신 거죠. 하 지만 젊은 세대들과 연결할 만한 사다리가 없어요. 그분 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지역 활동을 보여줄 필요도 있고요. 조금 더 선진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 해요.”_윤태환


글·사진 윤인주(고가산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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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1-12
관리번호 D000002803647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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