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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책 읽고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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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울 착한 경제 (52) 이색 동네 서점 북티크

바다로 산으로 시원스레 떠나고픈 여름이다. 하지만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 일부 행락객의 무질서까지, 생각만 해도 슬며시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설까? 최근 들어 서울에서 여름을 나는 실속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휴가를 떠나 한적해진 서울에서 여유롭게 즐기겠다는 것이다. 골목여행, 맛집 탐방, 문화 답사, 야시장 투어, 여름축제 등 서울의 알짜 휴가지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동네 서점 나들이. 서울의 개성만점 동네 서점을 돌아보며 책의 숲에서 똑똑한 휴가를 보내겠다는 것인데, 이색 동네 서점 중 한 곳인 북티크를 찾아보았다.

서점휴가

카페야? 서점이야? 독서문화공간이야?

높은 천장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실내 분위기는 쾌적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입구 쪽 바에 자리 잡으면,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노트북을 하거나 책 읽는 사람들, 언뜻 보면 카페 같은데 벽면 가득 책장의 책들을 보니 북카페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책들은 대부분 판매용 책, 서점이란 얘기다.

“이곳 서교점은 서점 안에서 카페를 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쪽엔 독서모임 등이 가능한 4개의 룸이 있고요. 논현점은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운데, 카페형 서점, 독서모임 공간에서 나아가 저자와의 대화나 강연 등이 가능한 공연장 역할도 합니다.”

서점휴가

북티크 박종원 대표의 설명이다.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되어 설립된 북티크는 2014년 12월에 논현점을 열고, 최근 서교점을 열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는데, 문득 ‘사회적기업이라기 보다는 좀 특별한 서점일 뿐 아닌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출판 시장이 인기 작가나 출판사에 맞춰져 있는데, 독자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북티크는 책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죠. 독자가 없다는 것이 출판업의 한계라지만, 저는 오히려 아직 발굴할 독자가 많다는 것으로 봤어요. 그래서 독서모임에 주목했습니다. 이곳 북티크는 겉으로 보기에는 카페, 공간 사업 비즈니스라고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수익사업일 뿐이고, 독서모임을 전국적으로 많이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문학권력, 출판 권력이 여전히 출판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책을 즐기는 독자 중심으로 바꾸려는 이러한 시도는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몇몇 영향력 있는 작가나 출판사, 대형 서점에 끌려다니는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북티크는 2014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참가팀 중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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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에 취해볼까? 독서모임과 불금 심야 서점

지난 17일, 북티크 논현점 모임 공간에서는 ‘챌린지 ? 책의 바다’ 일요팀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챌린지는 정해진 기간 동안 목표 권 수를 정해 목표를 채워가며 독서습관을 들이는 독서모임이다. 읽을 책은 각자 자유롭게 정하는데, 리딩 카드에 독서 목록을 작성하고 매주 한 번씩 모여 한 주간 읽은 책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가 읽은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에요. 완전 반전이 있는 책이라,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어느 선까지 소개해야 할지 난감한데요. 음.. 이 책은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70대 노인이 자신이 죽인 여자의 자식을 키우며 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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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간략한 줄거리를 얘기하거나, 인상적인 부분, 읽은 소감, 작품의 특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눈물 상자’를 읽은 참가자는 “최근에 울어본 적 있으세요?”,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는 경험은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책 소개를 이어가기도 했다.

“모임에 참가한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제가 읽고 싶은 책만 읽었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의 책 소개를 듣고 흥미가 생겨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저 같은 경우는 설명을 잘해주시는 분들의 얘길 들으면, 자극받아서 어떻게 하면 설명을 잘할 수 있을지 배우게 돼요. 확실히 삶의 경험이 많고, 글을 자주 쓰시는 분들이 설명도 잘하시는 것 같아요.”

이명구 씨는 챌린지 모임 포함 3개의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평소에도 꾸준히 책을 읽는 독서광이었는데, 혼자 읽을 때는 사고가 고립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독서모임을 하면서 거의 해소가 되었다고 한다.

챌린지 모임은 논현점과 서교점에 각각 2팀씩 진행될 만큼 인기가 많은 독서모임이다. 독서모임은 현재 논현점에서만 10여 개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모임도 있지만 1년 넘게 이어온 모임도 있고, 주 1회 정해진 요일에 만나기도 하지만 격주로 모이기도 한다.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는데, 1회 참가비는 만원 (음료 포함) 선으로 부담 없는 수준이다.

매주 금요일 밤 이곳 논현점에선 심야 서점도 열린다. 밤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와서 책을 읽으면 되는데, 새벽 2시에는 졸음 방지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 또한, 희망자에 한해 각자 읽던 책을 소개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도 열린다. (참가비 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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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책의 숲

북티크 이용자들은 대부분 포털 검색 등을 통해 독서모임을 찾아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체계적이라 이곳 북티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문 공간에서 독서리더가 진행하는 방식이라 ‘무의미하게 시간 낭비하는 것만은 아니겠다는 신뢰감이 있었다’고들 한다.

“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분이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특정 주제에 대해 얘길 하다 보면 공격받기 쉬운데, 여기서는 그런 분위기 아니라 들어주고, 더 생각할 수 있게 하니 그런 부분에서 고맙다고. 그리고 삶의 활력이 된다는 분도 계세요.”

북티크 논현점 권인걸 점장은 1년여 독서모임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몰라요’에서 ‘알고 싶어요’로 바뀌는 변화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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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아이템을 찾아, 창의적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돌아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르고 나면 늘 ‘그래 문제는 사람이야’ 라는 얘기들을 하게 된다. 인기 저자나 출판사가 아닌, 독자 스스로가 책으로 소통하고 즐기며 성장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은 어찌 보면 ‘사람이 힘이다’라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깨달음과도 닿아있는 듯싶다.

이번 여름은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북티크에서 책과 사람에 취해보자. 책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니만큼 가볍게 불금 심야 서점에 참가하거나, 마음에 드는 독서모임에 참가해보면 더욱 좋을 듯싶다. 물론, 바에 걸터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슬며시 책 얘기를 건네봐도 좋겠다. 북티크 직원 중엔 바리스타도 있지만, 큐레이터 직원이 따로 있으니 책에 대한 조언이나 추천 등 책 관련 이야기도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적당한 독서모임도 추천받아 참가해본다면, 여름을 가장 멋지게 나는 비법이 아닐까 싶다. 북티크 독서모임이나 공간 소개 및 저자와의 만남 등 각종 강연 행사 안내는 블로그(booktique.kr)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booktique77)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 논현점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1-3 제이빌딩 B1

?- 전화 : 6204-4774

?- 운영시간 : 평일 9시~22시, 주말 10시~20시

○ 서교점

?- 마포구 서교동 459-13 원방빌딩 1층

?- 전화 : 6204-4772

?- 운영시간 : 평일 9시~ 23시 주말 10시~23시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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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책 읽고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6-07-20
관리번호 D000002681104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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