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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시간도 잠시 숨 고르는, 정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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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정동 전경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정동 전경

대한제국의 중심공간이자, 19세기 후반 근대 문물의 중심지였던 ‘정동길’ 주변은 서울의 대표적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1킬로미터 남짓 이어지는?길 주변엔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어 체험학습 코스로도 제격이다.

정동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비인 신덕왕후 정릉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근대 서양 강대국들의 영사관이 밀집했던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근대 초기에 지은 종교 및 교육시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특히 독립 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달 16일 시청역 2번 출구를 나와 정동길을 걸어보았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70미터 정도 떨어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청사 1동 13층 `정동 전망대`였다. 이곳에 오르면 덕수궁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높게 솟은 현대식 빌딩들 사이에서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대한성공회 성당의 모습도 눈에 띈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젊은 시민이 어르신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 모습

덕수궁 대한문에서 젊은 시민이 어르신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 모습

정동 전망대에서 관람을 마치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200미터 떨어진 서울시립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대표 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서울시립박물관 건물은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에 경성재판소로 지어졌고, 광복 이후에는 대법원으로 사용되었다. 지난 1995년 대법원이 서초로 자리를 옮긴 뒤, 아치형 현관 일부만 남기고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문화 공간으로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이날도 아이와 함께 찾은 학부모부터 젊은 청년까지 관람객이?다양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은 ‘SeMA 블루 2016’ 기획전을 열고 있다. ‘서울 바벨’을 주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예술 플랫폼과 이들의 창작 활동을 보여준다.

서울시립박물관 좌측 길 건너에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된 배재학당 동관이 위치한다. 이곳은 옛 배재학당 교실 건물로 한국 근대 건축의 중요한 지표로 남아 있으며, 현재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재학당 동관

배재학당 동관

배재학당을 나와 덕수궁 중명전으로 향했다. 유관순 열사의 장례식이 거행된 장소이며, 일제강점기 항일 활동의 거점 공간이었던 ‘정동제일교회’를 지나 약 50m 쯤 걸었을까. 정동극장 앞으로 중명전을 표시하는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에 따라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서니 홀로 떨어진 중명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중명전의 처음 이름은 ‘수옥헌’이었다. 1904년 덕수궁이 불타자 고종의 집무실로 사용되었고, 을사늑약 체결의 아픔이 서린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정동제일교회(좌), 중명전(우)

정동제일교회(좌), 중명전(우)

중명전을 나와서 정동길을 따라 약 200미터를 더 이동하면 이화여고 심슨 기념관이 나타난다. 이곳은 옛 이화학당 건물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신교육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화학당은 3?1운동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를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다.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건물.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건물.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화여고 심슨 기념관 맞은편에는 옛 러시아 공사관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서 180미터 정도 떨어진 옛 러시아 공사관의 모습은 탑 부분만 남아 있어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 곳은 을미사변 이후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궁궐을 떠나 약 1년 간 피신했던 장소다. 한국 전쟁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나, 복원해 정동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지금은 주변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찾는 휴식 공간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의 탐방은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막을 내렸다.

정동공원에 위치한 구러시아공사관

정동공원에 위치한 구러시아공사관

한편 지난 10일, 서울시 의회는 대한제국의 흔적을 되살려 국세청 별관 부지부터 덕수궁, 옛 러시아 공사관, 배재학당을 지나 정동전망대까지 2.5킬로미터에 이르는 ‘대한제국의 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가 정동길 주변을 산책하는 데 약 두 시간 정도 소요됐다. 정동길은 좀 더 여유 있게 둘러봐야 하는데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정동 전망대에서 본 글귀가 머릿속을 맴돈다.

“속도가 미덕인 시대, 일분일초도 쪼개어 써야 할 만큼 분주한 일상은 늘 저만치 앞서 달리는 시간을 쫒기 바쁘다. 그러나 정동에 이르면 서둘러 달아나던 시간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 서울시립미술관 이용안내

?○ 전시시간

??- 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7시(동절기엔 오후 6시까지 운영)

??※ 뮤지엄나이트: 매월 2회(첫째, 셋째 화요일) 오후 10시까지 연장 개관

■ 덕수궁 이용 안내

?○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9시(오후 8시까지 입장 가능)

?○ 휴관일: 월요일

■ 정동 전망대 이용 안내

?○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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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시간도 잠시 숨 고르는, 정동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상국 생산일 2016-03-03
관리번호 D000002539937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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