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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지? ‘선·정릉’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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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왕릉’을 빼놓을 수 없다. 수백 년 된 노송(老松) 숲과 먼 옛날 왕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심 한복판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서울 인근엔 지하철 ‘선릉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왕릉이 있다. 바로 기자가 찾은 ‘선릉과 정릉(이하 선·정릉)’이다.

선릉의 황금빛 잔디에도 가을이 익어간다

선릉의 황금빛 잔디에도 가을이 익어간다

‘선·정릉’은 조선의 9대 임금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의 무덤인 ‘선릉(宣陵)’과 그의 아들 11대 중종의 능인 ‘정릉(靖陵)’을 일컫는 말이다. 1979년 서울시에서는 이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능이 3개 있다하여 ‘삼릉공원’이란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지금도 ‘삼릉공원’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빼곡한 빌딩 숲 가운데 떠있는 ‘오아시스’ 같은 조선왕릉이다.

역사문화관의 전시내용을 둘러보는 관람객

역사문화관의 전시내용을 둘러보는 관람객

매표소 입구를 들어서면 ‘역사문화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종과 중종의 생애, 왕가의 계보도, 왕릉이 만들어진 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특히 왕릉은 사전 배경지식을 가지고 둘러보면 훨씬 많은 것이 보인다. 문화관을 지나면 전통한옥 형태의 ‘재실’이 나타난다. 왕릉의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곳으로, 능을 관리하던 ‘능참봉’이 상주하던 집이다. 뜰 안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이 가을 햇살에 익어가고, 재실 밖에는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500년을 넘은 긴 세월 동안 왕조의 이야기를 온전히 간직한 채 왕릉을 지켜온 ‘능 지킴이’의 모습이다.

500년 수령의 능 지킴이 은행나무

500년 수령의 능 지킴이 은행나무

‘선릉’은 매표소의 좌측에 있다. 홍살문과 정자각을 가운데 두고, 서쪽 언덕에는 성종의 능이 그리고 동쪽 언덕 위에는 계비 정현왕후의 능이 있다. 왕과 왕비의 무덤이 같은 능역(陵域)에 있으면서 언덕을 달리하고 있는 이른바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이다. 성종은 재위기간 25년 동안 경국대전(법전) 반포, 홍문관 설치, 동국여지승람·국조오례의 편찬, 창경궁 창건 등 조선을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선릉에는 탐방객의 관람편의를 위한 계단이 능 옆으로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봉분과 병풍석, 난간석, 문·무인석 등 왕릉의 모든 것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중종의 무덤 정릉, 홀로 있어 외롭게 보인다

중종의 무덤 정릉, 홀로 있어 외롭게 보인다

선릉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앞쪽 언덕 위에 ‘정릉’이 보인다. 정릉으로 가는 탐방로는 울창한 소나무, 산벚나무, 참나무, 산수유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다. 잠시나마 도심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는 산책로이다. 중종의 무덤인 ‘정릉’은 원래 장경왕후의 능과 함께 고양시 원당리에 있었으나, 제 2계비인 문정왕후가 ‘자신이 죽으면 중종과 함께 묻혀야겠다’는 욕심에서, 1562년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홍수가 날 때면 홍살문이 한강물에 잠기는 피해가 계속되자 그녀의 아들 ‘명종’은 어머니 문정왕후를 ‘태릉’에 안장한다. ‘악행(惡行)의 업보(業報)’인가, 결국 문정왕후는 중종과 함께 묻히지 못하였고, 중종의 능 또한 ‘단릉’이 되어 지금까지 쓸쓸하게 홀로 남아있다. 한 여인의 과욕이 낳은 역사의 현장 ‘정릉’은 ‘선릉’과 대비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선·정릉을 찾아 망중한을 즐기는 초등학교 동창생들

선·정릉을 찾아 망중한을 즐기는 초등학교 동창생들

쾌청한 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라서 일까. ‘삼릉공원’에는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선릉·정릉 스탬프투어’에 참가한 언주중학교 학생들, 선생님과 함께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에 대해 공부하는 초등학생들, 결혼식장에서 만나 오랜만에 능을 찾은 중년의 동창생들, 책 읽어주는 젊은 엄마, 할머니 손을 잡고 산책하는 할아버지, 모두 선정릉에서 만난 늦가을 풍경이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고 있는 스탬프 투어 중인 언주중학교 학생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고 있는 스탬프 투어 중인 언주중학교 학생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의해 왕릉이 몽땅 파헤쳐졌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어요”라고 말하던 언주중학교 김세영 학생(14세, 가명)의 말이 기자의 머릿속에서 한참동안 메아리로 반복되었다.

■ 선·정릉 관람 안내

?○ 관람시간 :

??- 3월~10월(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11월~2월(오전 6시 30분 오후 9시)

??-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일, 오후 8시 이후는 입장 불가

?○ 교통 :

??- 지하철 : 2호선/분당선 선릉역 8번 출구 도보 5분

??- 버스 : 472, 6411, 4412, 3219

??- 자가운전 : 테헤란도-선릉역사거리-강남구청방향 300m-선릉입구

?○ 문의 : 문화재청 중부지구 관리소(☎ 02-568-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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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지? ‘선·정릉’에서 배운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용수 생산일 2015-11-23
관리번호 D0000024698821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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