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 대한 알권리는 '비겁한 변명'

문서 공유 및 인쇄

문서 본문

김현중 진흙탕 사태와 알권리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108

김현중에게 거의 매장선고가 내려졌다. 최근 김현중의 전 여자친구인 A씨 측의 문자 공개로 인해 벌어진 여론재판 때문이다. A씨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김현중의 말이 맞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향후 어떤 판결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김현중은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일은 작년 8월에 A씨가 김현중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김현중이 사과하고 둘은 원만히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재결합설이 나오더니 올 초엔 A씨가 임신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런데 A씨가 올 4월에 김현중을 상대로 16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김현중의 폭행으로 유산까지 했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현중 측 변호인은 임신, 폭행, 유산 등 A씨의 주장이 모두 의심스럽다고 반격했다. A씨 측이 침묵함에 따라 여론이 A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었다.

그러던 차에 A씨 측에서 김현중 측의 의혹 제기에 반박한다면서 새로운 근거들을 언론에 제공해 보도되도록 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여론재판을 초래한, A씨와 김현중 사이에 오고간 문자다. 김현중 측 변호인은 김현중이 그동안 A씨에게 속았다고 주장한다. A씨가 임신했다거나 유산했다고 말한 것을 김현중은 모두 믿었는데, 변호인이 따져보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다면 A씨의 일방적인 말을 그대로 믿은 상태에서 오고간 문자메시지는 그 중요성이 약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엔 A씨가 문자 아닌 다른 객관적인 증거를 내놓기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통은 증거가 제시되면 복잡한 논란에 가닥이 잡히기 마련인데, 문자메시지라는 모호한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에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일이 더 커진 것은 공개된 문자메시지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김현중과 A씨 사이에 사적으로 오고간 대화가 무차별적으로 까발려졌다. 심지어 성적인 내용의 대화까지 들어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연예인 김현중에겐 극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 여론재판으로 이미 벌어지고 말았다. 이번에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는 김현중을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A씨 측에서 사적인 대화를 무단으로 공개한 것부터가 문제였고, 그것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도 문제다. 설사 그런 자극적이고 은밀한 대화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보도를 안 했어야 했다. 보도하더라도 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부분만 제한적으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언론사는 전면공개를 택했다. 심지어 ‘A씨가 김현중과 여자연예인 J가 알몸으로 누워있는 걸 목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그대로 보도해 다른 연예인들한테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런 건 언론윤리도, 시민윤리도 아니다.

공화국의 그 어떤 개인에게도 다른 개인의 사생활을 무단 공개할 권리가 없다. 보통 우리 언론은 사생활 까발리기를 국민의 알권리라며 정당화하는데, 그런 알권리는 공화국에 없다. 공화국의 시민은 모두가 평등한 자유인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사적인 면에 대해 알권리를 갖지 않는다.

알권리를 갖는 건 상전이다. 대통령 이하 권력자들은 국민의 공복이기 때문에 국민이 그들의 상전이다. 따라서 국민은 대통령, 장관 등의 사생활에 대해 알권리를 갖는다. 연예인은 공복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개인이다. 연예인에 대해 알권리를 주장하는 건 대중의 저열한 호기심과 그것을 이용한 매체의 장삿속을 정당화하려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A씨의 주장이 모두 맞을 수도 있다. 그것과 별개로 김현중의 사적인 문자가 무단공개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분노할 일이었다. 우리 민주주의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 바로 이렇게 사생활 무단공개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성숙을 보여준다. 타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줄 알아야 결국 자신의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서 정보

연예인에 대한 알권리는 '비겁한 변명'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23112913 등록일 2015-08-05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8-04
라이선스 CC BY-NC-ND
이전페이지로 돌아가기 목록 문의하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