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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해야 걸을 수 있는 맨발의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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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다른 길에 비해 힘든 구간 하나 없이 넓고 완만한 길이 길게 이어지는 곳은 우이령 숲길이 아닐까 싶다. 우이령은 71.5㎞에 이르는 21개의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하나다. 다듬어지지 않고 조금은 험한 산길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이른 더위가 찾아온 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좋은 길이다. 동행했던 친구도 평소 등산은 즐기지 않았는데, 우이령 숲길은 즐겁게 걷기 좋았단다.

탐방안내소에서 인터넷에서 예약한 확인증과 신분증을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다.

탐방안내소에서 인터넷에서 예약한 확인증과 신분증을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둘레길과 달리 맨발 산행이 가능하다니 더욱 기대가 된다. 우이령 길은 가족이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산길이지만 길이 넓어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도 된다.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산행 길은 흔치 않을 것 같다. 가파르거나 험한 구간이 없어서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잘 걷는다.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약 6.8km 길이라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맨발로 걸을 수 있어 좋은 우이령 숲길

맨발로 걸을 수 있어 좋은 우이령 숲길

소의 귀를 닮았다는 바위 ‘우이암’을 따라 이름 붙여진 우이령 길은 상장능선과 송추 남능선 사이에 난 길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다. 서울과 경기 북부를 잇는 지름길로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길이다. 예전에 우마차가 다니던 좁은 길이었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 공병대가 군사작전도로로 길을 닦았다.

1968년 북한 공작원 김신조 일당이 이곳을 통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발생한 뒤 폐쇄됐다가 40여 년 만에 개방됐다. 귀하게 얻는 길이라선지 찾아가기 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reservation.knps.or.kr)을 해야 한다. 길 입구에서 예약확인 시 신분증(예약자, 동행인)이 필요하다.

한편, 우이령 길은 이흥렬(李興烈, 1907~1980) 선생이 작사 작곡한 의 배경이 된 길이었다.?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 민족의 비운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나다./ 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님이 즐겨즐겨 꺾어주던 꽃/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40년이 넘게 동식물과 곤충들이 마음 놓고 자랄 수 있던 곳에 잠시 허락을 받아 들어가서인지 등산객들의 가방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여러 음악소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목책으로 만든 길 너머로 숲이 우거져 있고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보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했다. 가을에는 단풍이 우거져 무척 아름답겠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5개의 북한산 봉우리가 장관이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5개의 북한산 봉우리가 장관이다

우이령 길을 걷다보면 이 길의 백미 오봉을 만나게 된다. 높이 660m의 다섯 개 봉우리다. 처음엔 서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봉우리들이 우이동쪽으로 걸어가 면 갈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다섯 개의 봉우리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는 풍광은 우이령 길이 선사하는 선물 중 하나다.

오봉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보면 넓은 유격장과 작은 호수에 다다른다. 실제로 이곳은 군인들이 훈련을 받는 장소. 유격장 뿐 아니 라 둘레길 곳곳에 군사훈련시설이 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격장 우측에는 둘레길이 계속 이어지고 좌측에는 오봉산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석굴암은 둘레길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은 곳이지만, 이름 그대로 돌을 파서 만든 흔치 않은 암자가 있는 천년고찰이기에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올라 산세가 둘러쳐진 풍경이 멋진 일주문까지 가보았다.

나무 그늘 시원하고 싱그러운 6월의 숲길

나무 그늘 시원하고 싱그러운 6월의 숲길

산행 중 흔히 마주치는 가파른 경사 길을 조금 더 쉽게 오르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경사 길을 일직선으로 오르지 않고 지그재그, 갈지자 모양으로 걸어가는 것. 그렇게 걷다보면 다리에 무리도 덜 하고 지루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경사 길을 내려올 때 도 마찬가지, 지그재그로 내려오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 않아 발목에 힘이 덜 가고 급하게 속력이 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계속해서 걷다보면 난데없이 커다랗고 시커먼 콘크리트 덩 어리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어 어리둥절해지게 되는데, 생뚱맞게도 ‘대전차 장애물’이다. 본래 우이령 길은 수도권과 경기북부를 잇는 지름길이 자, 농산물과 생필품을 반출·반입하던 좁은 길 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에 의해 군사작전도로로 개통되면서 이런 군 시설들이 자리하게 된 것.

우이령 길에 남아있는 전쟁의 상처들

우이령 길에 남아있는 전쟁의 상처들

전쟁과 남북냉전이 남긴 유물의 하나인 ‘대전차 장애물’은 유사 시 받침대에 올려져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아래로 떨어뜨려 적의 탱크 진입을 막았던 군사 시설의 하나다.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냉전 시대의 아픔을 엿볼 수 있는 군사시설물을 보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오래 전,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서울이나 수도권 곳곳에 남아있는 전쟁의 잔해와 흔적들은 전쟁의 폭력성을 증언하고 일깨워주는 듯했다.

우이령 숲길은 나무 공부하기 좋은 길이기도 하다

우이령 숲길은 나무 공부하기 좋은 길이기도 하다

오랜시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덕분에 우이령 길은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나무 공부하기 좋은 길이기도 하다. 침엽수와 활엽수 나무가 어울려 수목이 울창하다. 특히 옛날 이정표삼아 오리마다 심었다고 해서 지은 오리나무, 국수나무, 물푸레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의 나무를 알게 되어 좋았다. 나무 옆 안내판에 이름과 설명이 쓰여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참 좋다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참 좋다

‘맨발로 느끼는 우이령숲’이라는 키 작은 팻말을 보고, 처음으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우이령 길을 걸어본 날. 덕택에 걸음은 더욱 느려졌지만 발바닥 맨살이 땅에 닿으니 오감이 저절로 열리는 것 같았다. 마치 제 길 가듯 눈앞으로 쓱 지나가는 다람쥐, 유월의 싱그러운 바람에 묻어오는 흙 내음, 꽃잎에 사뿐히 앉은 나비의 우아한 날개 짓이 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졌다.

○ 탐방 예약 및 교통편 정보 : reservation.knps.or.kr

○ 예약확인 시 신분증 지참 (예약자, 동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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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해야 걸을 수 있는 맨발의 숲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종성 생산일 2015-06-26
관리번호 D000002274786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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