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업계의 봉이 된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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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원료에서 가짜 원료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지난 4월, 서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계자가 백수오 유전자 추출 전처리과정 작업을 하고 있다

백수오 원료에서 가짜 원료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지난 4월, 서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계자가 백수오 유전자 추출 전처리과정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97

최근 백수오 제품에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가 들어있다는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동이 터져 충격을 안겨줬다. 이엽우피소 유해성 논란도 벌어졌다. 가짜 백수오를 만든 제조사의 주가는 폭락했고 홈쇼핑 업체도 곤경에 처했다. 가짜 제품을 만들고 판 것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원료를 속인 가짜 제품은 당연히 나쁘다. 그런데 원료를 안 속였으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진짜 백수오였다면 믿고 사 먹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에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 근거가 애매하다.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논문이 두 편인데 그 두 편 모두 백수오 관련 업체 관계자가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진짜 백수오도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발표도 있었다.

요사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글루코사민도 그 효능의 근거가 애매하다. 글루코사민 관련사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에선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왔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관절 영약인 것처럼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백수오 제품은 식품의약안전처의 생리활성기능 2등급 인증을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식약처 인증이라고 하면 확실히 효능이 확인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2등급 인증의 요건은 1건 이상의 시험 결과에 불과하다. 1건이나 소수의 시험은 이례적인 수치가 나올 수도 있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객관성이 의심되는 시험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일부 업체에서 임상시험이 이루어질 때 몰래 피실험자들을 파견한다는 폭로보도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시험 결과로 효능을 인증한다는 건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TV 건강토크쇼에선 한 가지 논문의 사례를 들어 해당 식품의 효과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방송이 이어진다. 그들은 그런 방송이 끝난 후엔 자신이 직접 그 제품의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시민들은 식약처 인증에 이어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까지 효과를 보증하니까 믿고 사먹게 된다. 하지만 최근 백수오 파동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이 재조명되면서 시민들이 그동안 속아왔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과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커져서 2009년 1조 1600억 원 규모에서 2013년 1조 7920억 원 규모가 됐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는 반면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온갖 전문가들이 나와 효능을 선전하는 TV 토크쇼가 가장 큰 문제다. 한두 개의 논문이나 자신의 경험 등을 근거로 효능을 자신하는 방송이 잇따라 쏟아진다. 백수오 열풍도 TV가 불을 지폈다. 방송사들이 이런 토크쇼를 앞다투어 편성하는 것은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심이 큰 고령 시청자들의 시청 때문인데, 바로 그런 시청자들을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봉으로 만드는 역할을 방송사가 하고 있다. 여기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식약처의 효능 인증까지 허술하다.

유럽은 건강기능식품의 사전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이고, 미국은 사전 관리가 약한 반면 일단 문제가 생길 경우 집단 소송을 통해 엄청한 손해배상을 물리기 때문에 업체들이 알아서 관리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사전, 사후 관리가 모두 약하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계속해서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봉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엔 또 사은품을 준다며 유혹하는 '건강기능식품 떳다방'까지 창궐해 고령 시민들을 봉으로 만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 분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술은 앞으로 더 지능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시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TV에 나오는 전문가의 말이나 소문을 맹신해선 안 된다. 2013년의 한 조사에선 한의사 중 64.6%가 홍삼 등 건강식품 부작용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은 결코 치료제가 아니며, 사람에 따라 효능이 다를 수 있고, 함부로 먹을 경우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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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업계의 봉이 된 소비자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22494441 등록일 2015-06-03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6-02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