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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숲을 걸으니 여름철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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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전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의보감이 지난달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2005년 3월에 개관한 허준박물관도 마침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의성 허준(許浚·1537~1615)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다. 허준은 지금의 강서구 등촌2동 봉제산 아래서 태어났고, 허준박물관이 세워진 지금의 가양2동 탑산 일대서 성장했다.

약초원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약초원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탑산에 세워진 허준박물관에는 이맘때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박물관 옥상 옆, 탑산 정상에 자리 잡은 ‘약초원’이다. 동의보감에 실린, 사람 몸에 약이 되는 다양한 약초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 옥상에서 약초원을 향해 걷다보면 야트막한 동산, 탑산이 나타난다. 2600㎡ 규모의 약초원에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110여 종의 약초가 자라고 있다. 장마 지기 전인 4월부터 7월까지는 향기가 진동하는 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지난 5월 셋째 주 주말 허준 박물관의 ‘약초원’을 찾았다. 산의 형세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가깝게 꾸며진 ‘약초원’은 인공과 자연의 절묘한 조우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코끝에 감겨드는 알싸한 꽃향기가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하얗게 핀 산딸나무 꽃이 입구에서 먼저 반긴다. 덜꿩나무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혀있다. 빨강과 주홍 분홍빛깔의 한련과 꽃양귀비, 패랭이꽃들이 무리를 이뤄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고 지고 있었다.

약초원의 약용식물 `꽃양귀비`

약초원의 약용식물 `꽃양귀비`

명이나물로도 불리는 산마늘이 산사나무 아래 꽃을 피우는가 하면 길게 뻗은 둥글레 가지는 오종종한 귀여운 흰꽃을 매달았다. 예전에 흔했던 풀인 뱀딸기도 여기에 오면 볼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향기는 비단 초화류의 꽃에서 뿐 아니라 오가피와 엄나무 등 나무들의 푸른 이파리에서도 듬뿍 묻어 나와 허브정원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이곳은 왠지 길 이름도 색다르다. 입구에는 십전대보탕길, 총명환길 등 한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약첩에 따라 약초를 분포해 탐방객들에게 한방과 약초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쉽게 풀이 하려는 박물관의 배려다. 가령 이곳의 총명환길에는 한방약인 ‘총명환’에 들어가는 감초와 산사 석창포 등의 약용식물을 한데 심어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약초가 즐비한 산책로는 걷기만 해도 힘이 난다

약초가 즐비한 산책로는 걷기만 해도 힘이 난다

또한 허약한 체질에 도움이 된다는 십전대보탕길로 들어서면 인삼과 황기, 백출, 숙지황 등의 약초를 볼 수 있다. 건망증을 치료하며 꾸준히 복용하면 하루 천 마디의 말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총명해 진다는 효능이 있는 ‘총명환’과 보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약첩 ‘십전대보탕’등 보약에 쓰이는 진귀한 약재를 탐방객들은 스토리텔링 하듯 표현한 길에서 재밌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햇빛 보다는 그늘을 좋아하는 음지 식물이 있는 곳엔 화살, 매자, 탱자나무 등의 관목을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 인삼 또한 햇빛을 피해 까만 비닐을 드리운 그늘 막에서 자라고 있다. 뿌리에 독이 있다고 알려진 무서운(?) 천남성도 있다. 그 독성을 약화시켜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을 했다고 하니, 허준의 숭고한 의학 정신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조팝나무와 옥잠화 접시꽃 등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도 있어 한방약재로 사용하고 있음이 놀랍기도 하다.

패랭이꽃(좌), 삼지구엽초(우)

패랭이꽃(좌), 삼지구엽초(우)

엄마 손 잡고 따라온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한 곳에서 떠날 줄 모른다. 얌전히 고개를 수그린 채 다닥다닥 매달린 매발톱꽃이 신기해 보였나 보다. 약초이름이 적힌 팻말에는 강장 지혈 등 약초의 특성과 효능도 함께 소개돼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사계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약초가 있는 이곳은 아이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어 자연학습장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다 돌아보는데 채 1시간이 안 걸린다. 동선은 짧지만 탑산의 정상 부분인 약초원 위쪽에 자리 잡은 정자 구암정에서 한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다보는 것은 또 다른 발견이다. 앞이 탁 트여 있어 서서 바라보면 한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찬다.?

봄 가뭄에 빗줄기가 아쉬운 때이지만 약초들은 탈 없이 잘 자라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허준박물관의 특별한 명소인 이곳 ‘약초원’에 머잖아 필 더덕과 참취꽃, 치자 마타리꽃, 보랏빛의 박하 등 향기 짙은 약초들이 또 한 번의 꽃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 위치 : 서울 강서구 가양2동 26-5 허준박물관 옥상정원

○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어린이 청소년 500원, 성인1천원(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무료, 주차비 무료)

○ 문의 : 허준박물관 02-3661-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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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숲을 걸으니 여름철도 거뜬!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5-05-29
관리번호 D000002246106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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