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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가 유승준에게 가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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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뉴시스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97

최근 유승준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국팬들 앞에 나선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병역기피를 위한 미국 시민권 취득 혐의로 13년째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이에 대해 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동정론이 있다. 병역기피 의혹을 받은 사람이나 해외 국적자들도 현재 문제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한 연예인이 TV에서 유승준에 대해서만 한국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말 유승준은 너무 가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유승준 사건이 너무나 유명해졌다는 데에 있다. 당시 유승준이 최고의 탑스타였고 그가 미국 시민권자가 된 스토리도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른생활 모범 청년 이미지의 스타로 해병대 홍보대사 활동까지 했었다. 그는 현역도 아닌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공인요원 복무와 연예활동의 병행을 허용하는 특혜까지 베풀었다. 입영 대상자의 해외 출국이 엄격히 통제됨에도 불구하고 병무청이 직접 나서서 보증까지 서가며 일본 공연을 위한 출국을 허가해주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유승준에게 배려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 공연 후에 귀국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이런 극적인 '배신' 스토리 때문에 유승준 사건은 대단히 유명해졌다. 연예인 병역기피 사건의 상징처럼 돼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승준 사건엔, 대한민국이 병역기피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의 성격이 생겨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국가가 유승준을 용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랬다간 한국이 병역기피를 위해 국적을 버려도 괜찮은 나라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경우 군장병들의 사기저하를 피할 수 없다. 또 군대에 다녀오고 예비군 훈련까지 꼬박꼬박 참여해야 하는 국민들과 앞으로 군대에 가야 할 국민들, 그런 자식을 둔 부모들의 분노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13년이 지났어도 유승준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여전히 곱지 않다. 이것은 한국인이 특별이 매몰차서가 아니라 모든 청년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정서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다. 병역기피 의혹을 받은 사람, 외국 국적자로서 군대도 가지 않고 국내에서 멀쩡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왜 유승준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지적 말이다. 한국사회가 연예인의 병역문제에만 유난히 가혹하다는 냉소도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유승준을 맞출 것이 아니라 유승준의 기준에 다른 사람들을 맞추면 된다. 그동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병역문제가 불거져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올 초 있었던 국무총리 청문회만 하더라도 총리 후보자의 병역 문제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후보자가 신체검사 관련해서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고위층 인사들이 본인과 자제의 병역문제에 대해 잠시 의혹을 받았다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 사안들의 진실 여부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국민들 사이에선 사회지도층 병역문제에 대한 근본적이 불신이 만연해있다. 일반인의 면제 비율보다 장차관 집안의 면제율이 훨씬 높다는 보도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었다.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버린 것 때문에 특히 비난을 받았는데, 고위층 자제들 중에도 외국 국적 취득으로 군대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지도층의 이런 행태가 그대로 묵인되면서 유승준에게만 엄격하다면 형평성 논란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승준 사건에서의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다른 사회지도층 인사와 그 자제의 병역 문제에도 유승준 사건처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에게도 엄격한 무관용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될 때 유승준에 관한 형평성 논란도 사라지고, 국민의 박탈감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지도층엔 관대하고 일부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분위기라면 우리 국가가 정상화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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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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