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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을이야기] 불광동 구름정원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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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름정원 사람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름정원 사람들

북한산 자락 아래 구름정원길, 새 소리가 들리고 굽이굽이 뻗어나는 적송이 펼쳐진 옆에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루어진 연미색 건물이 서 있다. 건축주 평균연령 52세로 여덟 가구가 함께 사는 실버형 공유주택 '구름정원 사람들'. 가스 배관을 제외한 모든 선을 벽 속으로 넣고 지었기에 도드라지는 게 없는 단순하면서 소박한 외관은 건축가의 의도대로 '북한산에서 굴러와 자리 잡은 돌멩이' 같다.

크기가 다른 창이 많이 났다는 것을 제외하면 구름정원 사람들은 특별할 것 없는 공동주택 같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한중간까지 빛이 들어오도록 고려한 채광창들, 벽 색깔만 봐도 몇 층인지 알 수 있는 널찍한 계단, 층마다 자리 잡은 공동마루 등 함께 사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많이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보일러를 빼고 큰 세탁기를 설치한 공동보일러실과 공동세탁실은, 평균 17~18평인 각 집의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널찍한 커뮤니티 룸은 입주민들이 아무 때나 모일 수 있고 마을 회의나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름정원 사람들의 자랑이다.

가구마다 개성을 살린 설계도

가구마다 개성을 살린 설계도

구름정원 사람들의 자랑, 맨 꼭대기 층의 커뮤니티 룸

구름정원 사람들의 자랑, 맨 꼭대기 층의 커뮤니티 룸

입주한 여덟 집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머리를 맞대고 직접 설계하여 각 가정의 필요에 따라 개성적으로 지어졌다. 출판사 대표인 남편과 작가인 아내가 사는 집은, 생활공간과 작업실을 분리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뜻에 따라 작업실은 소나무가 내다보이는 위층에, 생활공간은 아래층에 꾸렸다. 아이를 셋 둔 목사님 집은, 현관 옆에 안방을 두어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했고, 한편에는 작은 채광창이 딸린 기도하는 공간을 만들어 언제라도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세 집이 복층, 다섯 집이 단층으로 사는데, 하기홍 이사장 집을 비롯하여 단층인 경우에도 다락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척 아이들이 와서 묵을 때 더 재미난 추억을 남겨 주고 싶어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갈무리해 두기 위해서 등 목적도 다 다르다. 일반 아파트보다 층고를 높여 실제 면적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두 벽에 걸친 유리창이 특징적인 하기홍 이사장의 서재(좌), 복층 가구의 위아래 층을 잇는 계단(우)

두 벽에 걸친 유리창이 특징적인 하기홍 이사장의 서재(좌), 복층 가구의 위아래 층을 잇는 계단(우)

구름정원 사람들은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로 설계하고 지어졌다. 외벽과 내벽에 단열재를 보강했고, 외벽으로 난 창은 모두 가스를 충전하여 단열 기능을 높인 3중 유리창이다. 구름정원 사람들의 벽 두께가 일반 주택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은 단열을 위한 꼼꼼한 설계 때문이다. 옥상에는 태양광 집열판을 두어 전기를 최대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10월 25일에 준공한 이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구름정원주택협동조합 하기홍 이사장이 20년 동안 단독주택을 짓고 살던 땅이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땅을 내놓고, 뜻을 함께 모아 공동주택을 짓고 살 사람을 모으고, 철거부터 준공까지 내내 현장을 지킨 하 이사장은 '혈연·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적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불광동이 좀 더 친환경적인 마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구름정원 사람들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구름정원 사람들 건물 곳곳에는 채광창이 뚫려 있어 건물 내부가 전체적으로 환하다.(좌), 보일러실과 세탁실은 공용 공간에 따로 마련하여 실내를 더 넓게 쓸 수 있다.(우)

구름정원 사람들 건물 곳곳에는 채광창이 뚫려 있어 건물 내부가 전체적으로 환하다.(좌), 보일러실과 세탁실은 공용 공간에 따로 마련하여 실내를 더 넓게 쓸 수 있다.(우)

연달아 뚫린 창 세 개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경제학자 정승일 박사 집

연달아 뚫린 창 세 개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경제학자 정승일 박사 집

○ 설계: 인터커드 건축사사무소 윤승현 소장
○ 시공: ㈜공정건설(대표 기노채) / 기노채 대표는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함
○ 대지면적: 511㎡
○ 비용: 가구당 약 2억 4,000만원(땅값과 시공비). 공동소유인 1층과 지하상가를 위해 7,800여 만원씩을 추가로 들였으며, 80평인 상가는 세대별로 10평씩 지분을 갖고, 발생 수익은 연말에 공평하게 배분.

[인터뷰] "이웃과 함께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며 노후 설계까지 꿈꿉니다"
구름정원주택협동조합 하기홍 이사장

하기홍 이사장

- 개인 소유의 단독주택을 허물고 공동주택을 짓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불광동은 재건축 추진지역이었다가 2013년에 해제됐어요.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건 동네가 상당히 노후했고 슬럼화 되었다는 얘기죠.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도 공동체가 유지된다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세입자는 쫓겨나고, 동네는 파괴됩니다.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면 외로운 사람이 많아지고 고독사도 늘어나죠. 그래서 저는 재건축을 반대했고, 남남이라도 서로 기대어 대가족을 이루어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하우징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3, 4년쯤 전에는 마포의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약칭 '소행주')'의 박흥섭, 류현수 대표와 은평에 공동주택을 만드는 이야기를 했어요. 소행주 3호를 이곳에 짓고 싶어 했죠. 그러는 사이 두꺼비하우징 등이 등장하고 은평 자체의 역량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두꺼비하우징은 집수리나 리모델링은 가능해도 신축할 수 있는 역량까지 미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신축 가능한 전문가 집단과 집을 원하는 입주자 집단, 말하자면 생산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이 함께 공동주거를 해결하고자 설립한 것이 2013년 6월 하우징쿱협동조합이었고 '공동육아'로 묶인 소행주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건물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광동은 마포에 비해 시내에서 멀지만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시니어가 많이 거주하는 동네라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인생 이모작을 원하는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자기 일을 찾을 수 있는 실버형 주택'으로 콘셉트를 잡고, 기본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했습니다.

1. 공동체 주택일 것
2.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친환경 주택일 것
3. 노후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일 것

북한산이라는 자원을 살려 집집마다 텃밭이 있고 꽃밭을 가꾸는 아름다운 불광동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여 구름정원 사람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2013년 은평포럼에서 함께할 사람들을 만났다고 알고 있는데 입주자를 모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일단 구름정원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했고, 그런 대신 땅값을 좀 저렴하게 내놓았어요.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 동네 자체를 바꿔보자는 생각이었기에 함께할 수 있는가라는 의지가 중요했어요. 자기 주장을 양보하고 남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사람,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공동체 의식이 있는 사람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참여하는 입장에서도 전 재산을 집에 투자하는 데다 앞으로 죽 살아야 하니,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지요. 자신은 취지에 동감하더라도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자녀의 교육문제가 발목을 잡는다거나, 금전적인 제약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같이 살려는 훈련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웃으로 모이기까지 4, 5개월이 걸렸습니다. 30세대 정도를 만나서 여덟 세대가 모였지요.

사람을 모은 다음에는 1박2일 MT도 같이 가고, 완공하기까지 1년 동안 매주 한 번씩은 만나 회합하고 토론하고, 갈등 훈련 프로그램, 서로 이해하기 프로그램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기에 입주한 다음에는 갈등이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 출판사 사장, 작가, 선생님, 목사, 경제학 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가치관이 통한다고 할 수 있죠.

- 1층에는 마을기업이 입주한다죠? 구름정원 사람들은 마을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상가 자리 셋 중 하나에는 커피숍이 들어와 있습니다. 잘 되고 있어요. 나머지 두 곳에 어떤 가게가 입점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의견이 분분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산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을재생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을 북카페는 북한산 관광을 위한 정보도서관 역할을 하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여 민박을 운영하고, 북촌 한옥마을부터 은평 한옥마을까지 탐방하는 코스를 개발한다든가, 옛 질병관리본부 자리에 입주한 청년허브 등과 더불어 불광동을 공동체적 마을로 소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북한산 둘레길, 진관사, 한옥마을까지 포함해서 지도를 만들면 관광객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장미공원까지의 꽃마을도 구상중이고요.

이렇게 해서 재미있고, 동네가 살기 좋아지는 활동이라면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겠죠. 동네 환경이 좋아지면 불광동에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구름정원 사람들 각자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은평 지역사회와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테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더해지므로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 더 좋은 계획들이 앞으로 나올 겁니다.

1층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입주민들. 1년 여를 매주 만나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격의 없는 사이다

1층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입주민들. 1년 여를 매주 만나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격의 없는 사이다

■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 카페 : cafe.daum.net/housecoop
○ 페이스북 : ko-kr.facebook.com/housingcoop

출처 : 서울마을이야기 vol.27호(2015.4.22.)
글과 사진 : 김민주(자유기고가)
사진제공 : 구름정원 사람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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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내 손안에 서울 생산일 2015-05-14
관리번호 D000002231851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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