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서울 둘레길에서 들은 진짜 ‘생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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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자 강은일 교수와 함께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꽃나무에 자잘하게 달려 있던 꽃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보드라운 연둣빛 새싹이 달렸고요. 겨우내 말라 있던 초목에 물기가 돌고 통통한 이파리가 달렸습니다. 봄이 생동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나날이에요.

이렇게 좋은 날, 오늘도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에 참여하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오감으로 만나는 서울둘레길' 프로그램은 4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매주 1회, 총 5회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매주 서울을 삥 둘러싼 둘레길을 걷는데요. 오늘은 '청각으로 만나는 자유의 길'이란 주제로 서울둘레길 4코스, 대모·우면산 부분을 걷습니다.

오늘 둘레길을 함께 걸을 명사는 해금 연주자인 강은일 교수입니다. 강은일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금 연주자세요. 벌써부터 오늘 산길을 걸으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어떤 연주를 들려주실지 엄청 기대됩니다.

예술의전당

오늘의 집결지는 예술의 전당입니다. 요즈음의 전시를 알리는 깃발 아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오늘 함께 둘레길을 걸을 서른 분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감정 노동자분들입니다. 콜센터 직원이나 항공 승무원처럼 웃는 낯과 부드러운 말씨로 고객을 응대하는 이들을 감정 노동자라 일컫습니다. 평소 개인적인 감정을 감추느라 고생이 많았을 분들인데요. 부디 오늘만은 화사한 봄볕에 몸도 마음도 살살 풀어지길 바라봅니다.

10시, 모두 모이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됩니다. 둘레길 소개, 함께 걸을 강은일 교수의 소개가 이어진 다음 드디어 둘레길을 향해 출발!

숲길

숲길을 걸으려면 예술의 전당 뒤쪽의 꽤 비탈진 시멘트 길을 걸어야 합니다. 길이 가파른 탓에 걷다 보면 어느새 턱 끝까지 숨이 찹니다. 사람들 말소리도 줄어들고요. 침묵은 대성사에 이를 때까지 계속됩니다. 대성사는 백제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한 절이에요. 이 대성사 옆으로 숲길로 이어지는 길목이 있지요. 대성사 근방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드디어 흙길에 발을 내딛습니다.

숲 벤치

얼마나 걸었을까요?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산에 들어오면 쨍한 볕은 체로 걸러지듯 나뭇가지 사이로, 나뭇잎 사이로 걸러져 시원한 그늘이 생깁니다. 바람은 솔솔 불고, 나무 사이로 비껴드는 볕은 봄을 관망하기에 그만입니다. 우리는 조금 쉬어가기로 합니다. 늘어서 있는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땀을 식히고, 강은일 교수의 이야기에 귀도 기울여요.

강은일 교수가 새소리처럼 낭랑한 목소리로 해금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해금은 활로 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찰현 악기예요. 강은일 교수는 18세기는 거문고의 시대, 20세기는 가야금, 21세기는 해금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하며, 해금이 점차 힘 있는 악기가 되어간다는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전에는 관악기도 현악기도 아니라 말했던 해금이 이제는 관악기며 현악기로 불리고 있다면서요. 이젠 세계적인 악기가 된 얼후처럼 해금도 세계적 악기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양재 시민의 숲

둘레길의 마지막은 양재 시민의숲입니다. 색색들이 피어난 꽃들은 그 화려함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근처 어린이집에서 소풍 온 꼬마 친구들도 신이 났고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느긋하게 산책하는 직장인도 눈에 띕니다.

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강은일 교수의 연주입니다. 너른 잔디밭에 공연장이 마련되었어요. 주최 측에서 깔고 앉을 돗자리를 준비해준 덕분에 사람들은 함께 온 직장 동료, 친구와 함께 돗자리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켭니다. 산길을 걷느라 노곤해진 몸이 가뿐해지는 순간입니다.

서울둘레길 공연

해금과 서양 악기 여럿이 모여 장중한 선율을 만듭니다. 해금은 우리 민족과 참 닮은 악기예요. 해금의 소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닮아 있습니다. 경쾌하고 때때론 구슬픕니다. 마음을 끌어당기고 온 정신을 한데 모이게 합니다. 특히 <밀양>을 연주할 때 해금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심중한 소리가 더욱더 마음에 스밉니다. 산책하던 사람들도 시선을 던지고 귀를 기울입니다. 소풍 나왔던 유치원생도 어느새 근처로 모여들어 돗자리에 엉덩이를 붙입니다. 어떤 친구는 짧은 팔다리로 춤도 추고요. 선생님이 자꾸만 쉿! 하며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은 해금과 서양 악기가 펼쳐놓는 음악 소리에 빠져들며 때때로 재잘거립니다.

볕과 바람과 악기 소리가 섞여들어 공원에 널리 퍼집니다. 바로 앞에서 듣는 생음악은 귀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봄날, 마음을 어루만져 생채기를 보듬는 해금의 소리에 몸이 가벼워집니다. 이러니 다음번 둘레길이 기대가 안 될 수 있겠어요?

출처 :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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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에서 들은 진짜 ‘생음악’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문아람 생산일 2015-04-27
관리번호 D000002214526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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