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론은 어떤 책임을 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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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무는 팽목항ⓒ뉴시스

해 저무는 팽목항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91

최근 이태임, 예원 사건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배우 이태임이 MBC 예능프로그램 촬영 중에, 함께 출연한 걸그룹 출신 예원에게 욕설을 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당시 이태임은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던 터에 후배 예원이 반말을 해서 욱하는 마음에 욕설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예원 측에선 반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언론도 예원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이른바 찌라시가 이태임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욕설을 했다고 알리는 바람에 이태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다. 대중은 이태임의 말을 전면 불신하고, 후배를 모함하는 거짓말쟁이, 파렴치한으로 몰아 매장시켰다. 특히 폭로보도 전문 매체인 디스패치가 당시 있었던 일을 재구성했다며 대화록 형식의 기사를 냈는데 거기엔 이태임이 아무 이유 없이 욕을 하고, 예원은 고개 숙이고 눈물을 글썽였다는 내용이 담겨 이태임이 매장당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렇게 마무리된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당시 촬영 영상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그 영상엔 놀랍게도 예원이 반말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건의 진행 과정도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랐다. 폭로보도 전문 매체의 기사가 완전히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찌라시가 전했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욕설도 없었다.

이 반전이 초래한 충격은 컸다. 언론과 찌라시에 의해 국민이 감쪽같이 속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신문과 찌라시가 국민을 얼마든지 농락하며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줬다. 만약 동영상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이태임은 영원히, 후배가 하지도 않은 반말을 했다며 후배를 모함한 거짓말쟁이 파렴치한으로 남았을 것이다.

태진아 사건에서도 언론의 행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태진아의 억대 도박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USA라는 매체는 한국의 시사저널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이 시사저널의 미국 지사라도 되는 것처럼 사칭했다. 태진아로부터 돈을 투자 받겠다고 대화하는 장면이 녹취된 것과 유명 언론을 사칭한 행위는, 국내에 존재하는 일부 사이비 언론의 행태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들이 대단한 언론사인 것처럼 부풀리면서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일부의 행태 말이다.

그런 사이비 언론뿐만 아니라 일부 정식 매체들도 기업이나 관청을 상대로 기사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나 행사 계약을 따내는 조건으로 안 좋은 기사를 빼주고, 광고를 안 주면 폭로 보도를 하거나, 돈을 받고 상대가 준 홍보자료를 마치 객관적인 기사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가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에 홍보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선 방송작가 출신자들을 채용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월호 사건 당시 팽목항 인터뷰에서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전한 홍가혜 씨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당시 언론에서 홍가혜 씨가 걸그룹의 사촌언니를 사칭했다든가, 연예부 기자를 사칭했다는 기사를 냈었다. 또 홍가혜 씨가 SNS에 자신이 TV에 출연한 유명인이 됐다며 '이러다 나 영화배우 데뷔하는 거 아닌가몰라'라고 썼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이런 보도들로 홍가혜 씨는 엄청난 조롱을 받았었는데, 최근 그 보도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홍가혜 씨의 잘못은 팽목항에서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확인도 하지 않고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인터뷰했다는 데 있다. 그것 때문에 구속까지 됐다. 언론은 홍가혜 씨에 대해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확인도 하지 않고 마치 진실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서 홍가혜 씨와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데 언론은 어떤 책임을 졌을까?

언론이 국민을 속인 이태임 예원 사건, 시사저널USA가 상기시킨 사이비 언론의 문제, 그리고 홍가혜 사건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린 거짓 뉴스를 듣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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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21937324 등록일 2015-04-08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4-07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