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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향취 가득한 '덕수궁'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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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펼쳐진 덕수궁 석조전 동관과 서관 모습
잔디밭에 펼쳐진 덕수궁 석조전 동관과 서관 모습 ⓒ박분

꽃이 만발하는 계절, 바람도 쐬고 봄꽃 구경도 할 겸해서 덕수궁으로 향했다.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을 지나 중화문에 이르니 먼발치로 중화전이 모습을 보인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은 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 연회, 사신 접대 등 공식 행사가 이뤄졌던 곳으로 넓게 펼쳐진 앞뜰에 품계석이 즐비하다.
중화문 너머로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이 보인다.
중화문 너머로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이 보인다. ⓒ박분

덕수궁은 당초 궁이 아닌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였다.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임시 거처로 사용하면서 경운궁이라 불리게 됐다. 1897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덕수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비로소 전각들을 세우고 궁궐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 연회 등을 베풀던 곳이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 연회 등을 베풀던 곳이다. ⓒ박분

덕수궁에는 전통 양식의 전각 외에 서양식 건물도 함께 있음이 큰 특징이다. 대한제국 시절, 1900년에 착공해 지어진 석조전이 대표적이다. 석조전 앞은 벚꽃이 만개했다. 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도 꽃만큼 화사하다.
봄꽃이 만개한 덕수궁 석조전
봄꽃이 만개한 덕수궁 석조전 ⓒ박분

석조전은 황제의 권위와 근대 국가로서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세워진 당대 최대의 서양식 건물이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위풍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의 석조전은 미술관을 품고 있어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 받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조전 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조전 서관 ⓒ박분

석조전을 지나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핀 꽃길을 지나면 이채를 띤 건물이 한 채 보인다. 덕수궁에서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한 이 건물은 ‘정관헌’이다. 석조전과 함께 서양식 건물로 1900년 대한제국 시절 지어졌다. 정관헌은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아 연회를 열던 휴식처이자 연회의 장소로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덕수궁의 정관헌,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아 연회를 열던 서양식 건물이다.
덕수궁의 정관헌,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아 연회를 열던 서양식 건물이다. ⓒ박분

궁에서 보는 전각들과는 사뭇 다른 수수한 모습의 건물은 ‘석어당’이다. 석어당 앞뜰의 살구나무는 올해도 예쁜 꽃을 피웠다. 덕수궁에서 유일한 목조 2층의 건물인 석어당은 임진왜란 때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에 돌아와 임시로 머물던 곳이다. 단청을 입히지 않아 소박해보이면서도 격조 높은 품격이 느껴진다.
덕수궁에서 유일한 목조 2층의 건물인 석어당
덕수궁에서 유일한 목조 2층의 건물인 석어당 ⓒ박분

덕수궁은 미술관을 품고 있어 고즈넉한 궁궐에서 미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궁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조전 서관에서는 때마침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을 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시기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시인과 소설가, 화가 등 예술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입구 모습,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입구 모습,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보인다. ⓒ박분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상, 김기림, 김광균 등의 시인과 이태준, 박태원 등의 소설가, 이중섭, 김환기 등의 화가들을 전시된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에는 시인과 소설가, 화가들의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잘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어 이를 통해 한국 근대기에 가장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문화적 토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장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장 전경 ⓒ박분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일제강점기는 한편으론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자라난 시기이기도 했다. 전시의 구성은 매우 인상적이다. 좀 더 책을 집중해 볼 수 있도록 실내 가득히 스탠드가 놓여있는가 하면 수직형의 케이스로 채워진 코너도 있다. 케이스 안에는 보존된 귀중한 책들이 놓여있다.
실내 가득히 스탠드가 놓인 전시실 풍경이 독특하다.
실내 가득히 스탠드가 놓인 전시실 풍경이 독특하다. ⓒ박분

근대기의 ‘책’도 전시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잘 알려진 시집들이다. 아름다운 이 시집들은 원본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본
전시장에서 만난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본 ⓒ박분

문인과 화가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신문과 잡지의 편집 방향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중적 파급력이 컸던 신문소설의 삽화가도 재조명하고 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유명한 소설가 박태원이 신문에 연재하며 직접 그린 소설 속 삽화도 흥미롭다. 1955년 이중섭이 연필로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도 보인다. 일본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뭉클한 울림을 전한다.
소설가 박태원이 신문에 연재하며 직접 그린 소설 속 삽화
소설가 박태원이 신문에 연재하며 직접 그린 소설 속 삽화 ⓒ박분

천경자 김환기의 표지화가 실린 잡지 ‘현대문학’도 다량 전시되어 시선을 끈다. 문학을 품은 미술, 미술이 녹아든 문학이 서로 협력해 이루어 낸 결과물이다. 문인과 화가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예술적 동반자로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경자 김환기의 표지화가 실린 잡지 ‘현대문학’도 다량 전시되어 시선을 끈다.
천경자 김환기의 표지화가 실린 잡지 ‘현대문학’도 다량 전시되어 시선을 끈다. ⓒ박분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에서도 상호 교류하며 작품을 통해 풍요로운 신세계를 꿈꾼 근대기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입장료 1,000원으로 덕수궁에 입장하면 전시는 관람은 무료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계절, 옛 대한제국의 궁궐에서 문화예술의 향취에 흠뻑 취해보면 어떨까?

■ 덕수궁

○ 위치 :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 운영시간 : 매일 09:00 ~ 21:00
- 석조전 특별전시회 09:30~17:30, 사전예약제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1,000원, 한복 착용 시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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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향취 가득한 '덕수궁' 산책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박분 생산일 2021-04-20
관리번호 D000004239301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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