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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웬 카페가? 노원구 청원고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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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학교 유휴공간을 바꾸다!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노원구 청원고등학교 본관이다.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노원구 청원고등학교 본관이다. ⓒ윤혜숙

노원구에 있는 청원고등학교는 본관 건물 지하에 카페가 있다. 그런데 학교 부속건물도 아닌 본관 건물 안에 카페가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사연이 있는 카페일 것 같아서 늦은 오후에 청원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최태숙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정면에 ‘make it’이라는 글자가 이곳에 미술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미술실 옆으로 ‘청원나무카페’가 있다. 카페에 입장하는 학생은 입구에서 발열 검사를 한 뒤 정상 체온이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
발열 검사를 통과해야 청원나무카페에 입장할 수 있다.
발열 검사를 통과해야 청원나무카페에 입장할 수 있다. ⓒ윤혜숙

카페에는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그 주위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이곳에 들러서 혼자 혹은 여럿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인지라 다들 마스크를 쓴 채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곳은 온전히 청원고 학생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미술실 옆 재료 창고가 청원나무카페로 바뀌었다.
미술실 옆 재료 창고가 청원나무카페로 바뀌었다. ⓒ윤혜숙

청원고에서 청원나무카페가 탄생하기까지 서울 노원구에서 추진하는 ‘뚝딱 프로젝트’가 있었다. 노원구는 학교 내 유휴공간을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에 청원고가 뚝딱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마침내 지금의 카페를 조성하게 되었다.

애초에 카페가 있던 공간은 미술실 옆 재료 창고였다. 학생들은 이곳을 미술 준비실이라고 불렀다. 창고의 특성 그대로 칙칙하고 어둡고 공간이 좁았다. 청원고 건축부 동아리를 주축으로 미술부 등 여러 동아리 학생들 10명 남짓 모여서 이 공간을 바꾸기로 했다. 버려진 공간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뚝딱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카페의 중앙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생기를 준다.
카페의 중앙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생기를 준다. ⓒ윤혜숙

지하에 있는 공간인 만큼 햇빛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생명력이 있는 나무를 가운데 배치하고 학생들이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친환경에 맞춰 중앙에 커다란 나무를 배치하고, 가구나 소품도 나무로 구성하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콘셉트를 ‘따뜻한 휴식공간’으로 정했다.

2020년 5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말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물론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원격수업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구글 클래스 등을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모임을 했다. 또 등교할 때마다 방과 후에 모여서 모임을 이어나갔다.
청원나무카페는 학생들의 따뜻한 휴식공간이다.
청원나무카페는 학생들의 따뜻한 휴식공간이다. ⓒ윤혜숙

학교의 유휴공간을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어나가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설령 학생들이 건축학도를 꿈꾸고 있다고 하더라도 건축을 위한 디자인이나 안전에 관한 전문지식은 없다. 노원구청에서 건축 분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한 자문위원을 초청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자문위원이 피드백을 주면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나갔다.
카페에 혼자 와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학생도 있다.
카페에 혼자 와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학생도 있다. ⓒ윤혜숙

청원고에서 뚝딱 프로젝트의 주역으로 참여했던 3명의 학생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선이강, 장우진, 박지우 군이다.

작년에 뚝딱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이어서 필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화재와 같은 위험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비상구 등을 확보하고, 거기에 맞춰서 가구 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공간에 많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서 자꾸만 실용성을 따지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안전을 소홀히 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10명 남짓 학생들이 모여서 의견을 내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럴 때면 자문위원에게 물어보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조율 과정을 거쳤다. 공사가 진행될 적에 학생들은 공사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등 공사에 참여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사에 직접 참여하진 못했다. 그게 아쉽다고 말한다.
카페에 여럿이 와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페에 여럿이 와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혜숙

그래도 공사가 끝나고 청원나무카페가 문을 열었을 때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막연했는데 학생들이 낸 의견이 공간에 구현된 모습을 바라보니 정말 뜻깊었다고 말한다.

청원나무카페를 이용해 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엔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공간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카페를 보면서 예상외로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해서 후회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간혹 카페라고 해서 음료를 판매하는 것을 기대했던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지우, 선이강, 장우진 학생(사진 좌로부터)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지우, 선이강, 장우진 학생(사진 좌로부터) ⓒ윤혜숙

학교의 유휴공간을 바꾸려는 학교를 위해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지우 군은 “학생들의 공간인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반영하길 바란다”라며, “공공기관 중 학교가 유독 평당 설계비가 낮은 편이다”라는 점을 아쉬워했다.

장우진 군은 “학교의 유휴공간을 바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에겐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하나의 추억이자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라면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것을 당부했다.

선이강 군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라면서 “건축 분야 전문가나 자문위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건축부 동아리 부장인 선이강 군은 마지막으로 “학교 안에 카페를 조성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었고, 결과물을 대하니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덧붙인다.
미술실 옆에 청원나무카페가 있다.
미술실 옆에 청원나무카페가 있다. ⓒ윤혜숙

뚝딱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창 시절을 영원히 기억할 만한 추억 하나를 경험했다. 미리 준비한 질문지 없이 필자가 즉석에서 질문하건만, 그들은 망설임 없이 술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그들이 뚝딱 프로젝트에 들였던 시간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청원고 학생들에겐 청원나무카페가 학교의 명소이자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방과 후 시간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생겨서 학교 밖에서 따로 모일 필요가 없다.
청원나무카페는 학생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청원나무카페는 학생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다. ⓒ윤혜숙

서울 노원구는 빈 교실, 복도, 로비 등 학교의 유휴공간을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는 '뚝딱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있다. 2019년 공모를 통해 2개교로 시작한 해당 사업은 학생과 지역 주민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4개교로 확대했다. 학생 의견이 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도 학교별 종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과 교사, 마을 지역 예술가가 공간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해 학교 내 유휴공간을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탄생시킨다는 점이다.

청원고는 기존에 쓰지 않던 미술 창고 공간(54평)을 '청원나무카페'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청원고는 건축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다수 참여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였다. 휴식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 등 식물을 활용해서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럽고 푸르른 느낌을 담아냈다. 지금 그곳에서 학생들은 휴식을 취하며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도 흐뭇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 내 유휴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의 뚝딱 프로젝트는 학교 내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내 쉼터 문화예술플랫폼 '뚝딱'이 있기 때문이다.

■ 서울 노원구 교육지원과

○ 홈페이지 : https://www.nowon.kr/www/index.html
○ 문의 : 02-2116-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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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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