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가 남긴 딜쿠샤 전시관

문서 본문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 전시관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 전시관 ⓒ김윤경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딜쿠샤가 새로 피어났다. 푸른 눈을 가진 독립운동가,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가 80년 만에 전시관으로 개관하였다. 딜쿠샤는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사업가이자, 임시 특파원인 앨버트 W. 테일러가 살았던 곳이다. 정식 개방을 앞두고 2월 25일 딜쿠샤를 찾았다.
딜쿠샤 전시관 거실에 있는 괘종시계
딜쿠샤 전시관 거실에 있는 괘종시계 ⓒ김윤경

“째깍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크다고 기록된 괘종시계가 바로 이 시계입니다.” 해설을 맡은 안미경 학예연구사(서울역사박물관)이 말했다.

체온 측정과 QR코드 등을 마치고 빨간 벽돌집 내부에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옛 모습이 풍겨왔다. 2017년 국가등록 문화재로 등록된 딜쿠샤는 3.1 운동을 해외에 알린 인물의 유일한 유적이자,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다.
가루담배를 가져온 도자기와 티파니 램프등이 매력적이다
가루담배를 가져온 도자기와 티파니 램프등이 매력적이다 ⓒ김윤경

전시관은 중앙 거실을 두고 동?서쪽 복도로 나눠져 있다. 총 2층으로 1, 2층 중앙 거실과 복도를 따라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총 6개의 방이 있다.
왼쪽)주칠 원반,  오른쪽) 10폭 자수화조도 병풍
좌)주칠 원반, 우) 10폭 자수화조도 병풍 ⓒ김윤경

하나하나 복원된 전시품에서는 앨버트 부부의 생활 속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진을 연구해 당시의 90% 이상 재현 고증해 낸 전시품 중에는 현재 구매할 수 없는 물건도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2층 거실에 있는 10폭의 ‘자수화조도 병풍’ 나 ‘주칠원반’ 등이 그렇다. 주칠은 궁중에서 사용하던 색감으로 현재는 모두 유물로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딜쿠샤를 지을 때, 한국 날씨를 고려한 것도 흥미롭다. 겨울철 매서운 추위를 막을 벽난로를 각 방마다 설치하거나, 여름철 무더위와 장마를 대비해 베란다에 큰 창 3개와 곳곳에 여러 창문 등으로 바람이 잘 통하게 구상했다.
1층 거실에서 메리 가문의 문장이나 괘종시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층 거실에서 메리 가문의 문장이나 괘종시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김윤경

당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1층

가장 먼저 만나는 1층 거실은 앨버트와 부인 메리의 일상이 담겨 있다. 입구 옆에 놓인 삼층장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2주간 전시하는 호박목걸이.
2주간 전시하는 호박목걸이 ⓒ김윤경

1층 전체는 부부가 처음 만나 결혼하고 추방됐다가, 앨버트 사후 메리가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삶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인 사업가 앨버트가 영국인 연극배우 메리를 위해 선물한 노란 호박 목걸이가 눈에 띈다. 호박 목걸이는 훗날 메리가 서울살이를 떠올리며 펴낸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노란 호박 목걸이를 보니 그들의 사랑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1층 동쪽 방에 있는 호박 목걸이와 호박 귀걸이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월 1일부터 대여, 2주간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서쪽 방에는 안타까움이 스민다. 미국으로 강제추방된 여정과 그 이후가 그려있기 때문. 전시품 속 여러 편지와 자료들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추방 때 짐 싼 가방이나 메리가 앨버트 유해와 한국에 올 당시 여권 등은 아련하다. 자료를 보고 있으니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간절한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현재 앨버트는 그의 유언대로 아버지와 함께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묻혀 있다.
2층 거실에서 이것저것 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2층 거실에서 이것저것 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김윤경

앨버트의 언론 활동과 건축양식에 주목할 2층

이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볼까?
2층 거실 바닥에 있는 페르시안 러너와 양측에 있는 티파니 램프와 슬랙 램프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부부가 즐겨 쉬던 곳이다.
한국 근대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딜쿠샤의 공동벽 쌓기.
한국 근대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딜쿠샤의 공동벽 쌓기 ⓒ김윤경

2층 동쪽 방은 한국 근대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딜쿠샤의 건축 복원 과정을 소개했다. 일부러 한 면을 방치한 천장을 유심히 보자. 1920~30년대 국내 서양식 집의 건축기법과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데, 프랑스식 ‘공동벽 쌓기’라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시품과 함께 모형이 있어 알기 쉽다. 일반 쌓기와 달리 벽돌을 눕히지 않고 세워서 쌓아 공은 들지만, 단열과 보온, 방습, 방음에 유용하고 안정적이다.
연합통신 특파원의 기사 및 독립 관련 자료들이 모아져 있는 2층 서쪽 방.
연합통신 특파원의 기사 및 독립 관련 자료들이 모아져 있는 2층 서쪽 방 ⓒ김윤경

2층 서쪽 방은 연합통신 통신원인 앨버트의 활동을 기록했다. 특히 독립 유적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고종국장 사진이나 뉴욕타임스 기록 등을 유심히 보면 좋겠다.

학예사가 추천하는 두 가지는

“1, 2층의 당시 현장 고증된 모습과 2층 서측 앨버트 연합통신에 관련한 전시실은 놓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날 해설을 해준 안미경 학예연구사가 답했다. 필자가 많은 전시품 가운데 처음 온 시민이 보면 좋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이 두 가지를 꼽았다.

한국을 사랑한 앨버트 W. 테일러

앨버트 W. 테일러는 1896년 조선에 입국, 평안도 금광 감독관과 충청도 금광 운영을 했다. 또한 연합통신 임시특파원으로 고종 국장과 3.1운동 및 제암리 학살사건 등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갓 낳은 아들을 보러 갔던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서 3.1운동 독립선언서 사본을 발견해 침대와 구두 뒤축에 숨겨 외신을 통해 보도한 일은 지금 들어도 긴장감이 든다.
420년 된 보호수 은행나무.
420년 된 보호수 은행나무 ⓒ김윤경

더 쉽게 딜쿠샤를 찾는 법

스마트폰으로 딜쿠샤 주소를 따라가면 아직 공사 중인 앞길이 막혀 자칫 헤맬 수 있다. 골목길이라 눈앞에 두고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권율 장군터를 검색해 찾아가면 편리하다. 걸어서 1분 거리다.
함께 권율장군터 앞 420년 된 보호수 은행나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은행나무는 앨버트 W 테일러의 부인인 메리 L. 테일러가 딜쿠샤 위치를 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딜쿠샤에서 바라본 앞마당. 이 길이 진입로가 되면 한결 편리해진다.
딜쿠샤에서 바라본 앞마당. 이 길이 진입로가 되면 한결 편리해진다ⓒ김윤경

서울시 관계자는 앞길 진입로 공사 및 조경 등이 5~6월경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리돼 독립문과 이어질 앞마당을 생각하니 더 반갑다. 함께 딜쿠샤 외벽에 있는 정초석도 넘기지 말자. 딜쿠샤를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정초석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김윤경
앨버트의 손녀 제니퍼 L.테일러가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이라고 감격했다.
앨버트의 손녀 제니퍼 L.테일러가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이라고 감격했다 ⓒ김윤경

딜쿠샤 내?외부에는 해외 언론사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표정들은 밝았으나 진지했다. 또한 그곳에는 앨버트의 손녀이자 전시품을 기증한 제니퍼 L. 테일러도 함께 했다. 100여 년 전 당시 앨버트가 전한 독립운동이 딜쿠샤와 함께 다시 한 번 전 세계로 퍼져가는 듯 보였다. 또 독립문을 따라 서대문 형무소 경교장 등과 함께 또 하나의 소중한 독립유적이 우리 곁으로 왔다는 의미가 더더욱 반갑다.

■ 딜쿠샤 전시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사직로 2길 17
○ 운영시간 : 09:00-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 관람신청: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서 '딜쿠샤' 검색하여 사전예약
○ 문의 : 070-4126-8853

문서 정보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가 남긴 딜쿠샤 전시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윤경 생산일 2021-03-02
관리번호 D0000042031538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