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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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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원리와 유럽챔피언과의 대국 결과에 대한 논문이 실린 `네이처`지 표지(출처 : nature.com)

알파고의 원리와 유럽챔피언과의 대국 결과에 대한 논문이 실린 `네이처`지 표지(출처 : nature.com)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17) 천변만화(千變萬化) 인공지능

지난주 바둑 관련 뉴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쎈돌’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바둑은 컴퓨터, 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분야로 알려졌지만 알파고가 이미 지난 10월에 프로 2단인 유럽챔피언과의 시합에서 다섯 번을 모두 이겼다고 하니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올해 3월에 열릴 역사적인 대국에서 인공지능의 승리를 내다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이 9단의 말대로 3년, 5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출처 보기 ☞ 클릭)

인공지능이 바둑이라는 ‘금단의 영역’까지 넘보는 걸 보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나 로봇, 인공지능보다 나은 점이 없어진 인간은 앞으로 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리라. 글쎄,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할까.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하나 살펴보자. 열자(列子)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열어구(列禦寇)란 사람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출처 보기 ☞ 클릭)

어느날, 주(周)나라 목왕(穆王)은 서쪽으로 시찰을 다녀오던 길에 언사(偃師)라는 공인(工人), 그러니까 기술자를 만났다. 언사는 뭘 잘하느냐는 목왕의 질문에 자신있게 뭐든지 잘 만든다고 대답했고, 이에 목왕은 그럼 만든 물건을 가져와서 보여달라고 했다. 이에 언사는 창우(倡優)라고 하는 사람 크기의 인형을 가져와서 보여줬는데, 워낙 사람하고 똑같이 생겨서 목왕이 “가져온다는 물건은 어쩌고 같이 온 저자는 누구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게다가 이 인형은 사람처럼 변화무쌍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천변만화(千變萬化)’라는 표현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어쨌든 너무나 신기해한 목왕이 후궁들도 오라고 해 함께 창후의 노래와 춤을 감상했는데 아뿔싸, 이 창후라는 것이 목왕이 총애하는 후궁에게 지긋이 유혹의 눈짓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대노한 목왕이 “이게 인형일 리가 없다! 어디서 저런 방자한 놈을 궁에 들이려 하느냐!”며 언사를 죽이려 하자 놀란 언사는 황급히 그 자리에서 인형을 분해해 목왕에게 보여주었다. 확실히 창후는 모두 가죽이나 나무를 아교와 옻으로 붙여 만든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사람과 똑 같은 구조의 모조 내장과 골격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분해된 부품들을 조립하자 창후는 다시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는데, 시험삼아 심장을 떼어내자 창후는 말을 하지 못했고, 간을 제거하니 눈이 보이지 않았으며, 신장을 붙이지 않으니 걷지를 못했다고 한다. 이에 목왕은 “인간의 재주가 조물주에 필적하는구나”라고 말한 뒤 언사를 수레에 태워 공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인공지능과 연관지어보면 창후는 인간과 같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공지능의 이상형일 것이다. 알파고가 지향하는 바도 이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창후를 본 목왕이 종국에 감탄해 마지않은 대상은 창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 낸 인간의 솜씨였다. 즉,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하는 일이 생긴다 해도 그걸로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그런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뛰어난 솜씨로 그것과는 다른, 더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3월 대국의 결과를 기다려보자. 이 9단이 이기면 이긴 대로, 진다면 또 그것대로 의미 있고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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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한다 해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최순욱 생산일 2016-02-03
관리번호 D000004175372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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