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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이 살아남는 법…공릉동 핫플 '책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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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동네 책방'이 더욱 개성 넘치는 콘셉트로 진화하고 있다. 독서 모임이나 소규모 강좌를 토대로 커뮤티니 활동을 하는가 하면, 예술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변신하는 등 팔색조 같은 매력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깊어진 불황 속에서 ‘동네 책방 위기론’이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사실 동네 책방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며 오히려 전례 없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노원구 공릉동의 동네 책방 ‘책人감’을 방문하여 동네 책방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자리한 '책인감' 서점 & 카페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자리한 '책인감' 서점 & 카페 ⓒ강사랑

나들이 코스로 유명한 공릉동 경춘선 숲길에는 아기자기한 숍과 까페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가볍게 방문하기 좋은 까페 겸 동네 책방 ‘책인감’이 있다. ‘책’과 ‘책방’을 키워드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한 전직 회사원 이철재 대표가 꾸려가는 곳이다. 작은 책방치고는 선보이고 있는 책들의 면모가 꽤 다양하다. 책인감은 독립출판물과 일반 서적을 함께 판매한다. 특정 분야의 책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역사와 고전, 심리, 과학 등 책방지기가 엄선한 여러 분야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맡고 있는 공간답게 주민들의 취향을 고려한 책들도 선보인다.

책인감은 책 냄새와 사람 냄새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책인감은 책 냄새와 사람 냄새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강사랑

책인감을 둘러본 첫 인상은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책인감은 단어 책임감을 연상시킨다.) ‘프로페셔널’에 가까웠다. 동네 책방 특유의 소박한 개성을 간직하면서 체계적이고 탄력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카운터 쪽 벽면에는 책방 이용 방법과 각종 모임, 강좌 스케쥴이 빼곡이 붙여져있다. “독서, 책쓰기, 그림 그리기…. 아, 와인 기초강좌 모임도 있네요?”(기자)

책인감이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사람 냄새가 나는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 때문일 것이다. 이철재 대표는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강좌와 모임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회사 생활에서의 경험을 살려 엑셀 강좌를 진행하는가 하면 독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 묘미!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 묘미! ⓒ강사랑

책방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가로, 또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강사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이 대표는 “여러 강연이나 모임을 주최하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책방을 시작하며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선에서 한걸음 나아가 다양한 시도를 결심한 바 있다. 모든 과정이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경험이고,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책인감에서 진행하는 각종 강좌는 사실 지역센터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이다. 책도 읽고 취미 생활도 공유하는 단란함에 반해 주민들은 물론 멀리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책방 운영 실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임이나 독립출판 과정에 대해 배우고 직접 출판에 도전하는 강좌는 동네 책방같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책인감이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독립출판 도전 강좌는 현재 일요반과 평일반으로 나누어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책인감이 문을 연지 올해로 3년차다. ‘삼년차 책방지기’ 이 대표로부터 전해듣는 책방 운영의 낭만과 현실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많은 동네 책방들이 트렌드를 내세우며 호기롭게 문을 열다가도 경영난에 부딪히며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책방 또한 엄연한 사업장이며, 일정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온라인 대형서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 구조 속에서 동네 서점이 수익을 창출하며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동네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e-booK의 대중화 같은 시대적인 변화 요인도 작용하며, 도서출판시장의 불완전한 유통 구조처럼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특히 동네 책방 운영자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문제는 도서출판시장의 유통 구조이다. 이 대표는 책방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내 도서유통망은 비정상이라고 할만큼 문제가 많아요. 온라인 서점 중심으로 책이 먼저 배분되서 유통되고, 오프라인은 뒤늦게 비싼 가격에 책을 받아요. 사실상 온라인 서점이 도매상으로 기능하는 것이죠.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동네 서점이 살아남기 힘듭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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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동네 책방의 매력을 외면하기 어렵다. ⓒ강사랑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통과하면서 동네 책방의 타격은 어느때보다 막심한 상황이다. 책인감 또한 매출상 타격은 물론이고 자칫 운영을 중단할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돌파구로 삼은 것은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한 꾸준한 소통이었다. 책방 소식을 알리고, 향후 모임과 강좌 계획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한편 전화 주문과 특별 프로모션을 병행했다. 책인감은 서울시가 동네 책방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긴급 지원 사업에 지원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여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는 소규모 동네책방 120개소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는 먼저 서울시내 동네책방의 신청을 받아 온라인 프로그램 기획, 운영비, 장소사용료 등을 총 100만원 내외로 지원한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프로그램 기획·운영이 어려운 동네서점에는 영상 촬영과 서울도서관 유튜브·SNS 채널을 통한 온라인 게재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달 30개소 동네책방에 운영비를 지원했고, 이번 달(5월) 중으로 나머지 90개소에도 지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비용을 지원받은 동네책방은 올해 10월까지 각 서점별 특색에 맞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고 이후 그 결과를 서울도서관에 제출해야 한다.

 SNS 채널을 통한 꾸준한 소통과 업데이트로 돌파구를 찾는 책인감 서점

SNS 채널을 통한 꾸준한 소통과 업데이트로 돌파구를 찾는 책인감 서점 ⓒ강사랑

현재 노원구에서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책방은 책인감을 비롯하여 ‘노원문구’, ‘지구불시착’ 등 3곳이다. 책인감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원 사업 대상 책방으로 선정되었다. 지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책방으로서는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책인감을 나서면서, 과연 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동네 책방 혹은 동네 서점의 개성 넘치는 매력과 온라인 대형서점의 편리한 시스템을 저울질한다면?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동네 책방만이 채워줄 수 있는 어떤 빈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동네 책방은 이용하면 할수록 더욱 뚜렷한 존재감을 알린다. 이를 책방의 입장에서 적용한다면, 동네 책방이 동네 책방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때, 즉 책 냄새를 풍기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 공간으로서 순기능을 발휘할 때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상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대면이 아닌 '비대면'의 방향으로 빠르게 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추측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어느때보다도 대면의 중요성을, 그리고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깊은 갈증을 깨달았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살았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요즘, 우리 주변에 있는 동네 책방의 존재가 달리 보인다. 작지만 풍성한 만남이 내재해 있고, 조용해 보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전략과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그들. 우리 곁에 있는 동네 책방의 꽃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책人감 서점
○ 위치 : 서울 노원구 동일로182길 63-1 2층
○ 영업시간 : 화~일요일 12:00~21:00,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haegin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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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이 살아남는 법…공릉동 핫플 '책인감'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강사랑 생산일 2020-05-11
관리번호 D000003992446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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