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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의 보물창고, '중림창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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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 약현성당 옆 골목에, 낯선 건물이 문을 열었다. 언덕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이 건물은 오래된 불법 건축물과 창고를 새롭게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중림창고’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사업 앵커시설 가운데 하나인 중림창고가 문을 열었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사업 앵커시설 가운데 하나인 중림창고가 문을 열었다 ©이선미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서계, 중림, 회현동 지역에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앵커시설 여덟 곳을 개관했다. 앵커시설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을 늘이고 문화거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구성되었다. 그 가운데 중림창고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전시, 판매, 문화활동을 하는 공간이자 서울로7017을 통해 구도심을 산책하는 루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중림창고는 언덕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중림창고는 언덕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선미

서울시는 앵커시설 운영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얻음으로써 이 일대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기반이자 주민주도 자립모델로 만들어 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역 일대 지역주민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과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이하 USO) 등이 운영을 맡고 있는 중림창고는 3개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현재 1층에 도시서점과 심야살롱이, 2층에는 세 곳의 전시공간과 중림동 수선집이 문을 열고 있다. 그 가운데 중림동 수선집은 예전부터 이 자리에서 수선을 해온 송윤애 할머니의 작업실로 동네사람들도 편안하게 오고가는 마을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중림창고는 3개동이 하나로 연결된 공간이다

중림창고는 3개동이 하나로 연결된 공간이다 ©이선미

USO는 시민들이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히 공간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콘텐츠를 공간에 담겠다는 것이 USO의 생각이다. 특히 에디터들의 감각으로 창작자들을 찾아내 그들을 소비자와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자 한다. 커뮤니티와 서점, 전시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시민들과 교류하겠다는 것이다.

심야살롱은 다양한 테마를 함께 체험하고 교류하기 위해 계속되고 있다

심야살롱은 다양한 테마를 함께 체험하고 교류하기 위해 계속되고 있다 ©이선미

기자가 찾은 날도 심야살롱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날은 시인이자 편집자인 김민정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두 시간쯤 후에 도착할 참석자들을 위해 준비하느라 창고가 분주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일찍 나와야 해서 그 분위기를 담지는 못했다.

중림창고 내부의 모습

중림창고 내부 ©이선미

도시서점은 온라인에서 제품구매 사이트가 링크되듯 오프라인의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을 자처한다. 매거진과 단행본은 물론이고 콘텐츠를 접목한 굿즈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1층에 자리한 도시서점 내부의 모습

1층에 자리한 도시서점 ©이선미

2층에 마련된 세 곳의 전시실에서는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이라는 주제로 생각, 기록, 취향이라는 방식의 전시가 진행중이다.

제주의 토속 소재를 테마로 한 전시

스페이스B에서는 ‘제주의 토속 소재’를 테마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선미

‘도시를 기반으로 공간을 캔버스 삼아 각종 콘텐츠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무장한 USO는 매번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잡지처럼 중림창고가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오프라인 잡지 같은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외관이나 인테리어를 통해 보여주는 것보다 그 안을 채울 콘텐츠를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을 자신들의 장점이라고 밝힌 관계자의 말처럼 더 알차고 좋은 내용으로 중림동의 진짜 '화수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스페이스C에서 전시 중인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고요의 방'

2층 스페이스C에서 전시 중인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고요의 방'©이선미

골목으로 난 문이 다 유리여서 주민들도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묻곤 한다. 건물 앞 벽돌 바닥은 누구나 앉아서 머물 수 있는 의자처럼 디자인했다. 벌써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었다고도 한다. 오르막길이다 보니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골목이 환히 보인다. 저 아래로는 도심의 마천루가 펼쳐지고 위쪽으로는 중림동 골목이 이어진다. 서울의 시간이 겹쳐지는 풍경이다. 무엇 하나, 어디 한 곳 허투루 할 수 없는 도시의 살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심야살롱 준비로 분주한 중림창고 위로 서울의 달이 환하다

심야살롱 준비로 분주한 중림창고 위로 서울의 달이 환하다 ©이선미

중림창고 바로 앞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복도식 주상복합 아파트인 성요셉 아파트가 있다. 중림창고처럼 이 아파트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세워졌다. 현재 6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에서는 여전히 방앗간과 떡집 등이 문을 열고 있다. 두 건물 사이의 골목에 거의 50년의 세월이 강처럼 흐른다. 중림창고가 그 강을 오가는 밝고 활력 있는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다.

중림창고와 성요셉 아파트 사이의 골목에는 50년이라는 세월이 강처럼 흐른다.©이선미

마을이 활기차게 변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 누구도 겉만 화려하고 멋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낙후된 마을이 새롭게 변모하며 옛 모습과 새로운 꿈들이 잘 어우러지기를 바란다. 지금 서울역 주변 마을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고칠 것은 고치고 담을 것은 담으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발산하는 멋진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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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의 보물창고, '중림창고'를 소개합니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선미 생산일 2020-01-20
관리번호 D000003917529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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