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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역사 밝히는 330개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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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리는 독립운동’이라니 참 어여쁜 말이다. 빛일 수 없었던 백 년 전 독립운동이 오늘 빛으로 돌아왔다. 민족의 빛, 나라의 빛이었던 독립운동이 이제 마땅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지난 8월 15일 인사동 태화관터에 ‘3.1독립선언광장’을 조성했다. 바로 이곳에서 1919년 3월 1일 33인의 민족대표가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마침내 3.1독립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독립운동이 전국 각지에 퍼지고 해외에까지 널리 확산되었기에 더욱 뜻깊은 장소였다.

태화빌딩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민족대표 33인
태화빌딩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민족대표 33인 이선미

서울시는 이를 기억하며, 독립운동이 펼쳐졌던 국내외 10개 지역, 즉 하얼빈과 사할린, 쿠바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와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돌을 옮겨와 광장을 조성했다. 또한 백두산과 한라산을 상징하는 우물과 수로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33인의 민족대표를 상징하는 330개의 조명을 설치해 23일 오후 점등식을 갖게 되었다.

점등식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점등식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이선미

서해성(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3.1운동은 우리 역사의 빛이고, 오늘은 3.1독립선언광장이 캔버스가 되어 시민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서해성 총감독이 광장에 배치된 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해성 총감독이 광장에 배치된 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선미

광장 조성에 애쓴 이들도 무엇보다 이 공간이 시민들에게 친숙한 곳이 되기를 바랐다. 강맹훈(서울시 도시재생실장)과 김영종(종로구청장)의 인사도 다르지 않았다.

기존의 주차장을 광장으로 조성하는 데 많은 수고를 한 종로구 김영종 구청장과 관계자들도 이곳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했다
기존의 주차장을 광장으로 조성하는 데 많은 수고를 한 종로구 김영종 구청장과 관계자들도 이곳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했다 이선미

점등식을 축하하는 공연도 이어졌다. 퍼포먼스 그룹 ‘오’는 안중근을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을 보여주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영웅이지만 그저 우리와 같았던 그 시대의 사람들. 그들의 고뇌가 짧은 공연으로도 마음을 울렸다.

'광장에서 만나는 안중근'을 주제로 퍼포먼스 그룹 '오'가 보여준 뮤지컬 <영웅>
'광장에서 만나는 안중근'을 주제로 퍼포먼스 그룹 '오'가 보여준 뮤지컬 '영웅' 이선미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우리 꿈 이루도록 하늘이여 도와주소서…” 그들이 바쳤던 한 생. 말 그대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친’ 그 생 앞에 너무나 늦은 그리움이 무거웠다.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이선미

절체절명의 암흑 속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이들의 숨소리가 남아 있는 광장에서 이제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하다. 온전히 빛 속에서 즐거운 한때를 누린다. 성인부터 어린이까지 18명의 비올라 연주자가 연주한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롤에는 점등식에 함께한 시민들도 덩달아 흥이 났다.

비올리스트 김남중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캐럴 연주에 시민들도 흥이 났다
비올리스트 김남중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캐럴 연주에 시민들도 흥이 났다 이선미

광장이라고 하지만 결코 크지 않은 공간이다. 지난 백 년 독립운동사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우리 현실이다. 우후죽순 마천루가 들어선 도심에서 옛 자취를 온전히 복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 작은 마당에 깊고도 너른 그리움의 물길, 간절한 기원의 바윗돌들, 한없는 감사를 담은 불빛들이 가득 들어섰다. 백두산에서 한라산 백록담에 이르는 물길을 은유한 수로도 있다.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와 우리 민족 공동체를 상징하는 느티나무도 심었다. 공간 자체는 크지 않으나 이 자리가 환기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크지 않은 광장이지만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는 3.1독립선언광장이다
크지 않은 광장이지만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는 3.1독립선언광장이다 이선미

이제 이 공간에 눈이 내리고 새봄이 오고 또 한해가 오고 가면 그 또한 역사가 되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은 공간의 이야기가 새로운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백 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바로 여기, 어디쯤에서 나라를 위해 횃불이 됐던 33인이 독립운동의 포문을 열었다고, 그들의 삶이 우리 민족을 빛으로 이끌었다고. 그러므로 이곳은 넓은 광장(廣場)은 아니라도 빛[光]의 마당은 될 수 있으리라. 의미의 마당은 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조금씩 서울의 공간이 제 의미, 제 살아온 흔적을 얻어가는 일이 또한 오늘의 역사가 아닐까.

공연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공연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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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역사 밝히는 330개의 빛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선미 생산일 2019-12-24
관리번호 D000003899778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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