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낡은 도심을 되살리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 보는 도심 속 이색 여행을 떠나보자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18) - 도시재생을 생각해보는 서울 도심 속 이색 여행지

？물건도, 집안 정리도, 인생도 정리가 필요하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고치고 되살려 써야 할 것을 현명하게 골라내야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가야 할지, 쇠퇴한 지역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으로 가야 할지, 그도 아니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많은 이들의 이해와 요구가 엇갈린 도심 개발은 늘 뜨거운 감자다. 크고 작은 논란을 낳곤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도시 개발에 대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서울 도심 속 특별한 공간을 찾아가 보았다. 나들이 삼아 둘러보며, 이천년 역사의 도시 서울의 낡은 도심 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역사 보존과 도시 개발의 조화로운 공존,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역사 문화재 보존과 도시 개발의 상생사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재개발, 재건축하면 옛 건물이나 시설물을 모두 허물고, 새롭게 개발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거 역사 유적은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첨단 건물을 세워 올린 사례도 있다. 종각역 인근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건물로, 지하 1층에 건물 공사 중 발굴된 유구를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보존하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으로 개방했다.？

이천년 역사의 도시 서울은 땅속 아래 옛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동안 재개발 공사 중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더라도 문화유적으로 보존하긴 쉽지 않았다. 대부분 유물만 박물관으로 옮긴 후,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곳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는 발굴 당시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 건물 터파기를 할 때 유적들을 떼 냈다가 다시 가져와 복원한 것이란 한계가 있지만, 역사 보존과 도시 개발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힌다.？

역사 문화재 보존과 도시 개발의 첫 상생사례로 재개발 사업 시행자가 이 유적지를 서울시에 기부 채납하는 대신 기존 22층 건물에서 26층으로 건물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했다. ？ ？

지난해 6월 개관한 전시관은 연면적 3,817㎡ 크기의 서울시 최대 규모 유적전시관이다. 한양과 경성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장터, 관아, 집터, 골목길 등이 복원되어 있으니, 600년 옛길도 돌아볼 겸 찾아가 보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

？？2. 숨은 역사 찾기, ‘서울도서관’을 품은 ‘서울신청사’

시민청 태평홀

재건축을 하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옛 공간 일부를 옮겨와 복원해둔 사례도 있다. 서울신청사 지하 태평홀이 그 예로, 과거 서울시청 본관 3층에 있던 것을 옮겨와 재현해 놓은 것이다. 2008년 신청사 건설을 위해 철거했던 태평홀을 우여곡절 끝에 복원해둔 것이다.

구청사에 있던 태평홀은 일제 강점기 의회 격인 경성부협의회 회의장으로 쓰였고, 그 뒤론 역대 시장들이 주재하는 주요 회의와 행사 공간으로 사용됐다. 현재 태평홀에선 작고 뜻깊은 시민청 결혼식, 시민대학 등 다양한 시민참여 행사가 열린다.？

신청사 지하 1층에 있는 ‘군기시유적전시실’에는 신청사 건립공사 중 출토된 조선시대 군기시 및 근대 건물지 유구 45기와 보물 861-2호 불랑기자포 등 590여 점의 군기시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신청사 앞에 있는 서울도서관은 1926년에 건립되어 경성부 청사로 사용되다 광복 후 서울시청사로 쓰였던 건물이다. 등록문화재 제 52호로 곳곳에 옛 모습이 남아있다. 3층에는 옛 시장실을 복원해두었으며, 5층에는 서울청사 건축물의 역사와 건축 방법 등을 알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을 품은 서울시청사를 둘러볼 때는 ‘시청사 통통투어’를 신청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볼 수 있다. 통통투어 신청은 서울시청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3 공간의 재탄생, ‘세운상가’

건립 당시 모습이 남아 있는 세운상가

재건축 재개발이 아닌, 기존의 틀은 유지하되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도시재생 사례도 있다. 서울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지역 특성에 맞게 방식도 제각각이라 한 곳만 봐서는 도시재생을 이해하긴 어렵다.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의 낙후된 공간을 개선하고,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을 살리는 방식이라 마을공동체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전진기지로 되살아나고 있는 세운상가도 도시재생 사례로 꼽힌다. 오랜 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슬럼화되고 있던 이곳에 도시재생이란 새로운 해법으로 변화의 기운을 몰고 온 건 2016년. 역사와 환경을 보존하고, 주민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자생력을 강화하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세운상가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교육, 제작 활동을 지원하는 4개 전략기관(서울시립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씨즈, 팹랩서울)이 운영하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장기간 비어있던 아세아상가 3층에는 청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이, 과거 보일러실이었던 지하 공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현장캠퍼스가, 세운상가 5층에는 개방형 디지털 제작소 팹랩 서울이 있다.

세운상가 2·3층 보행데크에는 ‘세운 메이커스 큐브’라는 이름의 창업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현재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 소셜로봇을 제작 보급하는 ‘서큘러스’, 드론 특수촬영장비를 이용한 ‘랩앤스튜디오 보리’ 등 19개 팀이 입주해 있다. 이들 스마트 세대 청년들의 열정과 기존 세운상가의 토박이 아날로그 세대 기술장인들의 내공이 만나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 전진기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

전문 해설사와 함께 다니면 세운상가 장인도 만나고 상인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좌), 세운상가 지하에도 발굴 유적이 보존되어 있다(우)

？？또한, 지하에는 공사 중 발견된 중부관아터와 유적을 관람할 수 있으며, 9층 옥상은 종묘부터 남산까지 주변 도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세운상가 곳곳에는 청년 맛집이나 책방, 이색적인 청년 상점도 입주해 있어, 이색적인 공간을 찾아온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세운상가는 무작정 돌아보면 구석구석 조성된 공간들을 다 찾아보기 어렵다. 이왕이면 세운상가 전문 해설사(문의 및 신청 02-2278-0811)와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세운상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다시 세운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4. 시민이 직접 되살린 ‘최순우 옛집’

시민문화유산1호로 보존한 ‘최순우 옛집’

시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 문화유산을 보존한 사례도 있다. 성북구에 있는 최순우 옛집과 권진규 아틀리에가 대표적인 시민문화유산이다.

성북동에 위치한 혜곡 최순우 기념관은 1930년대 초 지어진 근대한옥이다.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머문 곳이다. 선생이 사셨을 당시 모습을 사진 등을 참고하고 지인들의 자문을 받아 재현해 두었고, 기증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 모금으로 매입한, 시민문화유산 1호다. 인근에 시민유산 3호인 권진규 아틀리에도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후원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자연 문화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찾아 알리고 역사 인물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살려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처럼 낡은 도심을 되살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리고 더욱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어떻게 남기고 어떤 방식으로 바꿔나가야 할지 서로의 생각을 모아보면 어떨까? 앞서 제시한 공간뿐 아니라 서울 도심 속 오래가게와 서울시 미래유산을 함께 돌아보며 새로운 상상을 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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