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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迷路) 속 미로(美路)를 걷다! '서촌 골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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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수 미술관

박노수 미술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나와 자하문로를 따라 걸으면 미로 같은 골목길이 펼쳐진다. 세종대왕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라고 하여 ‘세종마을’로 알려진 이 지역은 언제부턴지 서촌으로도 불리고 있다. 경복궁을 통해 궁궐로 입궐하던 조선시대 관리들이 궁궐의 서쪽 지역에 모여 살면서 ‘서촌’으로 불리게 됐다고도 한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청운효자동, 사직동 일대의 마을을 이른다. 통인동·체부동·옥인동·사직동 등도 법정동으로 남아 서촌으로 불린다. 이 일대를 걷다보면 한국 근현대에 지어진 개량한옥들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조선왕조는 사라졌지만 서촌 풍경은 남아 여전히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촌의 골목길

서촌의 골목길

서촌의 골목길은 북촌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북촌만큼 반듯하고 널찍하지가 않다. 좁다랗고 구부정한데다 가로막힌 골목길도 많아 되돌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서촌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릴 적 보았던 정겨운 모습들이 스친다. 처마 밑의 구멍 숭숭 난 빗물받이 홈통, 창틀 아래 갈라진 벽에 회칠을 해 덧바른 흔적 등이 문득 지나온 세월을 묻는다. 청와대 인접 지역이라 개발 제한이 있어 서울 도심 한복판임에도 높은 건물이 없는 것도 서촌만의 매력이다.

상촌재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쎄울레이디’

상촌재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쎄울레이디’

서촌 골목에서 여유롭게?즐기는 전시

옥인로에 들어서면 소담한 한옥 한 채가 나타난다. 종로구가 조성한 한옥문화공간인 ‘상촌재’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 3개동으로 나뉜 이곳에서는 세시풍속에 맞춘 절기행사와 한복, 전통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방문한 날, 상촌재에서는 전통한복과 개화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 ‘쎄울레이디’를 열고 있었다. 전통한복과 신한복, 그리고 미디어아트와 접목한 한복 전시이다.

쎄울레이디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

쎄울레이디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

사랑채와 별채에서는 전통한복과 개화기 때의 신한복이 영상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선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문화, 예술, 패션의 중심지인 서울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서울에 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써내려갔던 여성들의 삶과 함께 그들이 입었던 ‘한복’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는 12월1일까지 열리며 전시기간 동안 해금 공연과 한복과 여성을 주제로 한 전시큐레이팅도 진행한다. ‘쎄울레이디’ 관람은 무료이며, 상촌재 정기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문의 : 종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02-6203-1142)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

통인시장에서 엽전 내고 먹는 맛있는 도시락

상촌재 인근에는 큰 재래시장이 있다. ‘도시락 카페’를 통해 널리 알려진 통인시장이다. 오후 두시쯤, 시장이 활기를 띠기엔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시장 안은 제법 붐비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한 ‘도시락 카페’는 쉽게 말해 도시락에 직접 음식을 담아와 즐기는 독특한 먹거리 방식으로 통인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엽전으로 값을 지불하는 방식도 색다른 체험거리다.

고객센터에서 1개에 500원짜리 엽전을 적당량 구입해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원하는 음식들을 엽전을 내고 골라 담으면 된다. 메뉴는 반찬류와 간식거리 등 다양하다.

통인시장은 기름떢볶이로도 유명하다. 도시락 통을 든 손님들로 채 문전성시를 이 또한 통인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별미라 그냥 지나치기에는 서운하다.

통인시장 입구에 위치한 마을쉼터 정자

통인시장 입구에 위치한 마을쉼터 정자

대오서점, 박노수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문화산책

통인시장 반대편 입구로 나와 마을 쉼터인 정자에서 숨을 돌린다. 통인시장 정자 앞 도로 표지판에는 옥인길, 인왕산수성동계곡, 옥류동천길 등 이 지역 길에 대한 방향표시가 돼 있다. 이리저리 살피다 방향을 잡아본다.

옥인길의 연속이지만 방향은 수성동계곡을 향하고 있어 옥류동천길과도 닿을 듯하다. 이름이 어여쁜 이 하천은 수성동계곡에서 내려오던 하천으로 지금은 복개돼 볼 수 없음이 아쉽다. 하지만 겸재 정선과 우암 송시열의 그림과 글에 등정한 수성동과 옥류동 계곡으로 미루어 짐작을 할 뿐이다.

시장에서 몇 백보 정도 떨어졌음에도 옥류동천길의 서촌 골목길은 유달리 한적하다. 아담한 카페와 빵가게, 밥집 앞에 네댓 명 쯤 줄 서서 기다리는 광경도 종종 보게 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인 ‘대오서점’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내 정원 ‘남정의 뜰’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내 정원 ‘남정의 뜰’

대오서점에서 100여m 정도 지나오면 단풍나무가 곱게 가을 색을 입은 언덕에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이다.

1938년에 지어진 이 집은 화가 박노수가 실제 살았던 집으로 담장에는 ‘박노수’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박노수(1927~2013)는 독자적 화풍을 시도한 한국화 1세대 화가다. 수백여점의 작품과 함께 그가 종로구에 기증한 이 가옥은 2013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정원에서 바라본 박노수미술관

정원에서 바라본 박노수미술관

한옥과 양옥을 절충한 형식의 이 가옥은 고풍스런 외양에 단아한 모습이다. 기다란 복도 양옆으로 응접실과 안방, 2층 화실과 다락방 등 여러 형태의 공간들이 작품전시와 프로그램실로 쓰이고 있다. 공공에 기증한 뜻 깊은 공간이라 둘러보는 마음 또한 각별해진다.

미술관 앞뜰은 박노수의 호를 딴 ‘남정의 뜰’로 불리는 정원으로 둘러볼 만하다. 빨갛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 정원에는 그가 평생 수집하고 돌봐온 미술품들이 그득하다.

투박하게 빚은 석등과 향로석, 낙엽이 들어앉은 돌확 등이 엄마의 품속처럼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정원에서 바라보는 미술관도 특별한 감상 포인트다. 특히 붉은색 창틀이 꽤 인상적이다.

미술관 뒤편 전망대

미술관 뒤편 전망대

미술관 뒤편에는 마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서촌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가슴에 담아볼 수 있다.

가을 끝자락에 서촌을 거닐며 역사와 문화의 향취를 새겨보면 좋을 듯싶다.

■ 서울시 직영공원, 실내 여가문화시설

○ 상촌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11)

?- 관람시간 : 오전 9시~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

○ 통인시장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 월요일 휴무

?- 문의 : 통인시장 홈페이지

○ 박노수미술관 (서울 종로구 옥인1길 34)

?- 관람시간 : 오전 10시~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어린이 1,200, 성인 3,000원

?- 문의 :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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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迷路) 속 미로(美路)를 걷다! '서촌 골목 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8-11-26
관리번호 D000003499304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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