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바위와 인연 깊은 옛 고을, 공암나루길을 걷다

문서 본문

가양대교 남단에서 시작되는 공암나루길

가양대교 남단에서 시작되는 공암나루길

“탑산 중턱에는 석탑(石塔)이 하나 감추어져 있고, 앞쪽으로 흐르는 한강에는 손을 맞잡은 듯 바위 3개(일명 광주바위)가 모여 있다. 쪽배에 몸을 실은 노파가 바위 사이를 오가며 세월을 고기삼아 낚시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노라니 치유는 덤의 선물 같다” 조선시대 공암나루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겸재의 ‘공암층탑(孔岩層塔)’을 감상한 기자의 느낌이다.

겸재 정선이 그린 공암나루 일대 풍경 ‘공암층탑’

겸재 정선이 그린 공암나루 일대 풍경 ‘공암층탑’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65세 때인 1740년 양천현감으로 부임하여 5년간 현감으로 재직했다. 당시 양천현아는 ‘궁산’을 진산(鎭山)으로 하고 있었는데, 겸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궁산’에 올라 한강변의 모습을 산수화로 남겼다. 아쉽게도 당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림의 배경인 공암나루가 있었던 가양동에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암나루길(공암나루근린공원)’로 되살아났다.

공암나루터 표석

공암나루터 표석

옛날 탑산(塔山)에는 큰 구멍이 뚫린 바위가 있어서 ‘공암(孔巖)’이라 불리었다. 지정학적으로 한양도성과 강화를 이어줄 수 있는 중간 위치로서, 교통의 목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곳에 ‘공암나루’가 생겨났다. 1982~1986년 올림픽대로를 건설하면서 한강의 일부가 매립되어 지금처럼 육지가 되었고, 가양동 성당 앞에 서 있는 ‘공암나루 터’란 표석만이 옛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공암나루길 중간쯤에 위치한 따릉이 대여소

공암나루길 중간쯤에 위치한 따릉이 대여소

‘공암나루길’은 서울둘레길 제7코스(봉산·앵봉산)의 스탬프시설이 있는 가양대교 남단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 4번출구에서 약 5분 거리, ‘궁산공원둘레길’ 입구까지 쭉 뻗은 1.5km의 산책로이다. 느티나무, 벚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콰이어, 장미 등이 한데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이다. 족구장, 농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은 물론이고 어린이놀이터, 생태연못, 원두막, 정자 등도 넉넉하다. 엘리베이터 탑에 오르면 시원하게 내달리는 올림픽대로의 차량 행렬과 강·남북의 도심풍경 그리고 멀리 북한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중간쯤에서 만나는 ‘따릉이’를 이용하면 시원하게 한강변을 내달릴 수 있다.

구암공원 내 광주바위

구암공원 내 광주바위

공암나루길의 또 다른 명물은 ‘광주바위’와 ‘허가바위’이다. 12m 높이의 풍채 좋은 ‘광주바위’는 한강에 떠있던 바위섬이었으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구암공원(龜巖公園) 연못 안의 바위섬이 되었다. 먼 옛날 큰 홍수 때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떠내려 온 바위라 하여 ‘광주바위’라 한다는 전설이다. 1742년 겸재의 작품 에도 ‘광주암’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소요정은 탑산 위에 자리했던 풍광 좋은 정자로 옛날에는 길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넋이 빠져 구경하던 명소였다고 한다.

허가바위

허가바위

‘허가바위’는 탑산 기슭에 있는 커다란 구멍 뚫린 바위이다. 양천허씨(陽川許氏) 시조 허선문(김수로왕 왕비 허 황후의 30대손)이 태어났다는 설화에서 ‘허가바위’란 이름이 유래했다. 가로 6m, 세로 2m, 깊이 5m, 동시에 10~15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천연동굴로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한강에서 조개와 물고기를 잡으며 사용한 헐거동굴(穴居洞窟)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울시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귀양 왔던 허준이 바위에서 동의보감을 완성했다는 설도 있다.

구암공원의 허준 동상

구암공원의 허준 동상

이 외에도 공암나루길에는 허준을 기리는 ‘구암공원(龜巖公園)’이 있다. 의성 허준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하여 그의 아호를 따서 ‘구암(龜巖)’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환자를 치료하던 허준의 모습은 동상으로 환생했고, 그의 일생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상세히 둘러볼 수 있는 허준박물관이 있다. 또한 탑산 아래에는 동의보감 집필 장소라는 안내판이 있고, 주변 도로는 허준 테마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서울의 공원길은 몇 개나 될까? 무더위가 밀려오는 요즘,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계획한다면 ‘공암나루길’을 권하고 싶다.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곳곳마다 알토란이고, 궁산 땅굴과 소악루· 양천향교· 겸재정선미술관까지 둘러볼 수 있는 가성비가 높은 공암나루길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행된 ‘서울테마산책길Ⅲ’에도 소개되어 있다.

■ 공암나루길 & 공암나루근린공원
○ 공암나루길 : 지하철 9호선 가양역 3번 출구에서 한강방면으로 300m (도보 5분)

○ 공암나루근린공원 :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3번 출구에서 한강방면으로 600m (도보 10분)

○ 한강 역사탐방 문의 : 한강사업본부 02-3780-0763

문서 정보

바위와 인연 깊은 옛 고을, 공암나루길을 걷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용수 생산일 2018-06-28
관리번호 D0000033913487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