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 봄바람 타고 다녀온 DMZ여행

문서 본문

서울시와 함께 DMZ여행을 나선 시민들. 철조망 사이를 걸으니 DMZ여행이 실감났다.

서울시와 함께 DMZ여행을 나선 시민들. 철조망 사이를 걸으니 DMZ여행이 실감났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광장을 찾은 사람들은 들떠 있었다. 가벼운 나들이옷 차림의 사람들 중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민들은 페이스 페인트을 하거나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설레는 봄바람 여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서울시가 시민 100명과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DMZ 지역을 둘러보고 평화를 기원하는 '봄바람 타고 떠나는 공감여행' 참가자들이었다. 100명을 모집하는 데 5,0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서울은 물론 대구, 대전, 고양시 등 전국에서 4살 꼬마부터 78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나와 시민들을 배웅했다.

서울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전 날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나갔던 강변을 따라 1시간여를 달렸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출입이 통제되는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가 잠시 멈춰 섰다.?봄바람은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사람의 출입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는 걸 비로소 실감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제3땅굴이다. 귀순자의 제보를 통해 발견한 제3땅굴은 정전 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해설사는 제3땅굴은 1,600m 길이에 시간당 무장병력 3만 명이 이동 가능하고 서울까지 오는 데 차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어린 참가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축축한 동굴을 걸어 들어가며 부모들은 자녀에게 땅굴 사건을 열심히 설명했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큰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왔는지 몸으로 느끼는 체험의 장이었다.

도라산 전망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도라산 전망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제3땅굴을 나와 도라산 전망대로 가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야가 맑지 않은 탓에 북쪽 땅이 제대로 안 보이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라산 전망대는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잡고 있다. 북쪽을 향해 놓여있는 수십대의 망원경을 통해 보면 개성공단과 북한의 선전마을, 그리고 북한의 깃발을 볼 수 있다. 육안으로도 넓게 펼쳐진 북녘 땅을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으로 북한땅을 보고 있는 시민들

망원경으로 북한땅을 보고 있는 시민들

굽이굽이 비탈길을 올라 도착한 도라산 전망대 주차장엔 관광버스가 가득했다. 외국인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바라볼 때도 감격스럽지만 특히 망원경이 인기였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1시 방향”, “11시 방향” 하면서 일일이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북한 땅이 궁금한 아이들은 망원경에 머리를 박고 “어디? 어디?”를 연발했다. 생각보다 북한이 가까이 있어 놀랐다는 한 어린이는 “지금은 망원경을 통해 보지만 어제 남한과 북한이 친해졌으니 곧 북한 땅에 직접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라산역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라산역

도라산역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문을 연 도라산역은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역으로 유라시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 여기서 기차를 타면 평양까지는 1~2시간, 베이징까지 5~6시간밖에 안 걸린다.

한 어린이가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며 지도를 가리켰다.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지금은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1,000원짜리 열차표를 끊으면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세계지도에 굵은 선으로 표시된 유라시아 횡단열차 노선도를 보면서 열차를 타고 평양이나 러시아, 혹은 유럽을 향해 달려볼 수 있는 날을 그려보기도 했다. “통일이 되면 비행기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며 초등학생도 그런 꿈을 꾸게 하는 곳이었다. 베를린 장벽을 떼내온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동독과 서독을 운행하던 화물열차를 보면서 우리도 평화와 공존을 꿈꾸게 했다.

안보체험장으로 운영 중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안보체험장으로 운영 중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갈라져서 싸우게 됐을까? 사람들의 궁금증은 캠프 그리브스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과거 미군이 주둔했다가 철수한 후 안보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캠프 그리브스 탐방 후 초청 명사 최태성 강사가 남북관계 역사의 중요한 포인트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큰별쌤 최태성 강사의 교실 밖 역사 이야기 덕분에 분단에서부터 2018 남북정상회담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전에서 온 박진우 군이 최태성 강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대전에서 온 박진우 군이 최태성 강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이번 DMZ 봄바람 여행은 신나기도 하고 의미도 있는 일석이조의 여행이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보았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가한 가족들에게는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와 평화 공존의 미래를 들려줄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이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길을 나선 사람들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을 먼저 확인하는 신나는 기회였다.

박원순 시장이 여행단을 배웅하며 “평화란 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아서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DMZ여행은 평화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65년의 분단을 거치고 찾아오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깊이 깨닫게 했다. 이제 새롭게 불어오기 시작한 평화의 바람을 소중하고 정성껏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버스에 올랐다.

DMZ전시관 앞 포토존에 선 시민

DMZ전시관 앞 포토존에 선 시민

문서 정보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 봄바람 타고 다녀온 DMZ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은주 생산일 2018-04-30
관리번호 D0000033514905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