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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서울서점은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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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에 많지만, 그중 소소하지만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시회는 놓치기 아쉬운 곳이다.ⓒ김윤경

서울도서관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서점 120년 전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에 많지만, 그중 소소하지만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시회는 놓치기 아쉬운 곳이다. 상투적이라도 역시 가을은 책의 계절이다. 그동안 바빠서 책 한 권 읽지 못했다면 서울도서관을 방문해보자. 책을 대여할 수도 있고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다. 현재 서울도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서울서점 120년展>이 열리고 있다.

<서울서점 120년展> 전시실에는 유심히 구경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전시실 왼편에는 서울서점의 역사가 자세히 붙어 있었다. 개화기(1890~1900년대)부터 일제강점기(1910~1945년)를 지나 해방기(1946~1950년), 체제정비기(1960~1970년대), 발전기(1980~1990년대), 변혁기(2000년~현재)까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시는 서점에 대해 몰랐던 정보를 전달해 더욱 재미있었다. 개화기 ‘서포(서점의 전신)’에서 시작한 서점이 2000년을 넘어 현재 동네서점과 북카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됐는지 알게 되었다. 서포는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는데 외부 지식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던 개화기에 들어서자 민중의식 고취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 단지 책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산업 중심에 놓였던 점이 놀라웠다.

박인환과 서점 마리서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전시물 ⓒ김윤경

박인환과 서점 마리서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전시물

또한 입체적인 전시물이 눈에 띄었다. 군데군데 세워진 나무 전시판은 옛 서점 중 6개의 유명 서점으로 꾸몄다. 육당 최남선과 ‘신문관’, 지송욱과 ‘신구서림’, 노익형과 ‘박문서관’, 간송 전형필과 ‘한남서림’, 고유상과 ‘회동서관’, 시인 박인환과 ‘마리서사’가 바로 그 예다.

이중 시인 박인환과 마리서사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박인환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서점 마리서사는 1945년 종로 낙원동에 세워졌다. 그는 평양의전을 다니다 그만두고 한국모더니즘 시운동을 주도한 공간을 만들었다, 마리서사라는 이름이 일본식 이름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고 시인이 좋아한 프랑스 여류 문인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서울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광화문에 박인환 집터가 있던 표지석이 있다고 한다. 전시 설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었다.

초기 서울서점의 모습은 인쇄, 판매, 출판이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한 곳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아쉽게도 그 터만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래도 이번 전시를 통해 잊어서는 안 될 민족 서점들의 자취를 알게 되었다.

한국도서보급주식회사에서 기증한 자료(좌), 1920년대 발행된 책인 `나의 참회` 등 옛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우) ⓒ김윤경

한국도서보급주식회사에서 기증한 자료(좌), 1920년대 발행된 책인 `나의 참회` 등 옛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우)

전시장 앞 편에는 1921년 책인 『나의 참회』, 1950년에 발행된 『시의 이해』를 비롯한 당시 옛 서적들이 놓여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서울서점 컬러링, 서점 엽서 꾸미기 등도 마련됐다. 서울서점 컬러링은 6가지 서점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서점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다.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이근욱 교수는 전시를 찾은 기자에게 유익한 설명을 전해주었다. 그는 “요즘 작은 서점이 많아져 동네마다 책방도 생겼고 책방지도가 생겼다”며 “옛 서점들이 터만 남아 아쉽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재의 서점들이 점점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출판과 인쇄 등을 겸업했던 우리 서점이 지금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전시인 만큼 시민들이 많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울도서관에서는 ‘자료실별 테마도서 전시’가 10월 10일부터 11월 5일까지 장애인자료실, 일반자료실 1~2, 디지털자료실, 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등 6개 자료실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2016년 말부터 서울도서관과 함께 동네책방을 잇는 ‘책방산책프로젝트’(bookstore-tour.com)를 진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 가까운 곳에 여러 색깔의 책방들이 있다. 책방들은 책을 따라 걷는 산책로와 함께 기획 돼 가을날 걸으며 사색하기 좋다. 책방산책을 보고 가까운 곳을 찾아 가보는 것도 좋겠다.

작은 전시는 꼼꼼하게 볼 게 많아서인지 더 큰 울림을 준다. 높아진 가을 하늘, 어디서나 책 읽기 좋은 날이다. 그냥 보내기에 아쉽다. 책 한 권 대여하며 전시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 서울서점 120년展 안내

○ 장소 : 서울도서관 1층 기획전시실

○ 일시 : 2017년 10월 17일(화)~11월 12일(일)

○ 시간 : 평일 09:00~21:00 / 주말 09:00~18:0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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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서울서점은 어떤 모습?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윤경 생산일 2017-10-24
관리번호 D000003175072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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