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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한 그릇 2500원?! 착한가격업소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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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요즘, 서울시는 양질의 서비스에도 저렴한 가격을 제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개인서비스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뉴시스

높은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요즘, 서울시는 양질의 서비스에도 저렴한 가격을 제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개인서비스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에 장보기가 많이 겁나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치솟는 물가 속에, 놀랍게도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이 2,500원, 직접 만든 수제버거가 3,000원, 양복 한 벌 세탁이 4,000원대라면 믿을 수 있나요? 바로 ‘착한가격업소’ 이야기인데요, 행정자치부, 서울시, 자치구가 협의해 착한가격뿐만 아니라 청결상태, 서비스 등까지 파악해서 지정한 곳이라니 더욱 믿음이 갑니다. 이현정 시민기자단이 서울의 ‘착한가격업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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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울 착한 경제 (76) 서울시 착한가격업소

극심한 가뭄과 폭염,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채소나 과일은 물론, 달걀이나 닭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축산물, 오징어 등 수산물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음료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더욱 오를 전망이라는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외식은커녕 장보기도 겁날 정도. 이럴 때, 착한가격업소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개인서비스업소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행정자치부와 서울시, 자치구가 협의하여 지정한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서울시로부터 업소별 희망에 따라 쓰레기봉투, 주방세제, 미용물품 등 맞춤형 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요청업소를 대상으로 전문 위생관리와 전기시설 안전점검이 무상 지원된다.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이 2,500원인 망원동 `고향집` 착한가게업소 ⓒ이현정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이 2,500원인 망원동 `고향집` 착한가게업소

“처음에는 칼국수를 3,000원에 오픈했어요. 안 알려져서 그런 건지 비싸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손님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백일 만에 2,000원으로 내렸죠. 일단 손님을 많이 오게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에…, 처음에는 손해를 봤는데 하루 300명 이상, 400명 정도 오니까 손해가 안 나더라고요. 대신 제가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일합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서너 사람이 준비해야 하는 양을 혼자서 아침 일찍 와서 준비하는 거죠. 일하는 분들은 점심 장사 시작하면 나오시라고 하고…”

망원동에 있는 ‘고향집’은 2,000원 칼국수로 유명하다. 몇 달 전 2,500원으로 올렸다는데, 혼자 먹기 벅찰 만큼 양도 푸짐했다. 고향집 김남욱 사장은 착한가격업소 지정 전 구청에서 나와 “냉장고나 주방 청소가 잘 되어 있는지 위생 점검을 했다”고 전한다.

착한 가격은 물론 위생청결, 서비스 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정받아야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될 수 있다. ⓒ이현정

착한 가격은 물론 위생청결, 서비스 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정받아야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될 수 있다.

실제 착한가격업소는 지역평균 미만 가격 (60점), 영업장 위생청결 (30점), 종사자 친절도 등 서비스 (5점), 옥외 가격 표시제·원산지 표시제 이행 여부 등 공공성 (5점)을 기준으로 총합 70점 이상이라야 지정된다. 지역평균 가격 미만이면서도 매장 관리도 일정 수준 이상은 되어야 선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착한가격업소 정책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는데, 서울에만 현재 815곳(2017년 5월 말 기준)이 있다. 음식점뿐 아니라, 세탁소, 이발소, 미용실, 사진관, 노래방, 당구장,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소들이 지정되어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 퍼져 있는데, 강남구가 105개 업소로 가장 많다.

청국장 단 하나의 메뉴를 3,500원에 제공하는 `강남원조 청국장집`ⓒ이현정

청국장 단 하나의 메뉴를 3,500원에 제공하는 `강남원조 청국장집`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강남원조 청국장집’은 3,500원에 식사를 제공한다. 메뉴는 청국장 단 하나뿐. 무생채며, 열무김치, 콩나물무침, 부추, 콩자반, 김 등이 곁들여 나와 함께 비벼 먹으면 건강한 한 끼로 충분하다. 500원만 추가하면 달걀부침도 제공된다. 강남원조 청국장집은 따로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부부가 음식 조리에서 서빙까지 직접 하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 착한가격업소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원가절감 등 경영 효율화를 통해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커트는 5,000원, 파마는 1만5,000원에 해드리고 있어요. 다 그렇게는 안 하고 할머니들만… 어려운 분들께는 한 달에 두 명 씩 무료로 봉사해드리고요. 우리 집이라 세가 안 나가니까 그렇게 하지, 세 나가면 못하죠.”

‘주연헤어센스’ 유옥희 씨 또한, 자기 가게에서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없이 착한 가격으로 서비스할 수 있었다고 한다. 30년 동안 망원동에서 미용실을 해왔다는데, 2011년부터 착한가격업소로 함께 해오며 어르신들께 봉사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도 엿볼 수 있었다.

착한가격업소 비결은 인건비와 임대료

“이렇게 싸게 팔면 진짜 별로 남지 않아요. 많이 오셔야 유지되는데 쉽지 않죠. 저희는 임대료를 안내니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젠 너무 안돼서 가게 문을 닫을까 생각 중이에요.”

아기자기한 가게 안쪽에 녹색 정원이 숨겨져 있는 ‘제인버거’는 망원동 수제 맛집으로 유명하다. 냉동 패티가 아닌 직접 만든 패티를 쓰는 수제 버거임에도 3,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었다. 제인버거 또한 자신의 집에 딸린 가게에서 혼자서 운영하며 지금껏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망원동 수제 햄버거 가게 `제인버거`, 수제 버거를 3,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현정

망원동 수제 햄버거 가게 `제인버거`, 수제 버거를 3,000원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가격 파괴형 프렌차이즈가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며, 착한가격업소들도 버티기 힘겨운 실정이다. 실제 서울시 착한가격업소는 2012년 말 최대 1,092개에 이르기도 했으나, 지난 5년 동안 25%가량 줄었다. 인건비나 재료비 상승으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 업소 지정을 자진 취소하거나, 경기침체로 영세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착한가격업소는 3,000원대의 저렴한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 4~5,000원대 6,000원 선도 있다. 해당 지역의 평균 가격보다 싸야 한다는데, 지역 평균가가 얼마인지 평가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보도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서울시 착한가격업소는 `서울시 물가 정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가격 정보 등이 발 빠르게 업데이트되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기 불편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인건비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맞췄다는데, 노동여건을 생각하면 과연 착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나 하는 비판도 있다. 인건비를 줄인 만큼 노동 시간이나 노동 강도가 세졌다면 나쁜 가격이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다만 몇 백 원이라도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고, 주택가 골목까지 파고든 프렌차이즈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 가격경쟁에서조차 힘겨운 영세상인들을 응원하려면, 착한가격업소와 같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세상인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이 홍보란 점을 생각하면, 착한가격업소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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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한 그릇 2500원?! 착한가격업소 비결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7-06-27
관리번호 D000003056333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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