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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도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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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21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서울도시농업박람회가 열렸다.ⓒ이현정

지난 5월 18~21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서울도시농업박람회가 열렸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74) 제6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찾은 세계 도시농부들

세계는 지금 도시농업이 대세다. 주말농장이나 텃밭, 베란다, 옥상은 물론, 자투리땅, 뭐 그마저도 없다면 상자 텃밭이나 작은 화분에서라도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추나 치커리, 배추와 같은 잎채소부터 가지, 토마토, 딸기, 당근 같은 열매·뿌리채소, 향신료로 쓰이는 각종 허브까지 서울 도심 속에서도 나만의 텃밭을 가꾸는 도시 농부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회색빛 도심 속에서도 농사짓기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 지난 5월 18~21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제6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 참가한 국내외 도시농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농업이 주는 혜택과 그 매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제6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개막공연 모습 ⓒ이현정

제6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개막공연 모습

도시농업으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현대인 질병과 관련된 의사 권고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도시농업입니다."

호주에서 온 도시농부, 그린 딘 씨는 '제6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국제 컨퍼런스'에서 '장수의 비결 도시농업 - 고령 인구를 위한, 도시농업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고, 직접 재배해 만든 건강한 음식을 나눌 수 있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는데, 이를 통해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고립 위기에 놓인 노년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에 오존주의보까지 공기질이 안 좋다 보니, 비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작두콩을 꼬투리째 수확해, 그대로 썰어 살짝 볶아 차로 마시면 비염이나 기관지에 좋습니다. 단, 몸에 열이 많으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열 많은 사람은 수세미와 작두콩을 일대일로 같이 끓여 섭취하면 됩니다."

요리하는 도시농부 박선홍 씨는 7년간 텃밭을 가꿔 수확한 작물들로 요리하며 터득한 재배 노하우와 요리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시금치는 씨앗을 뿌려 겨울을 나면 단맛이 많이 나고, 영양가 많은 당근 잎은 튀김이나 부침개 등으로 즐기면 좋고, 로즈마리 등 허브는 수확해 식초나 올리브유에 3개월 숙성시켜 활용하면 된다는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들이었다.

도시농업은 이렇듯 신선한 청정 채소를 직접 키워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생태 환경 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될 뿐 아니라,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채소도 즐길 수 있게 되는 등 편식 습관도 고칠 수 있어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다.

"열매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진 일이 있었는데요. 가지치기하지 않으면, 너무 욕심을 내면, 우리 삶도 이렇게 꺾이겠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농사에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석 교수는 '도시 텃밭에서 발견한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3년 정도 된 자신의 농사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해주었는데, '내가 밭을 돌본 게 아니라, 밭이 나를 돌봤다 생각한다'는 그의 발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통해 도시농업 방법과 매력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이현정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통해 도시농업 방법과 매력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도시농업으로 사회적 변화를 만들다!

'제6회 도시농업박람회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포르, 대만, 일본, 한국 등 9개국 세계 도시농부들이 강연자로 나서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온 오르탕스 세례 씨는 직장 내 텃밭 정원을 도입했을 때 업무능률향상 등의 효과가 있음을 밝혔고, 싱가포르에서 온 크리스토퍼 레우 씨는 도시농장이 사회적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프라우케 엘 씨는 베를린에서 지난 15년간 공유지를 주민들과 함께 텃밭 정원으로 가꾸며 진정한 커뮤니티 가든으로 거듭나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했다.

또한, 이날 강연에서는 빈곤이나 차별, 실업, 주거 환경 등 오늘날 도시 문제를 도시농업을 매개로 해결하는 대안 사례들도 소개되었다.

"도시농업은 사회적 변화의 촉매재로 활용해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빈곤 문제도 실생활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죠.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릅니다. 저흰 텃밭 교육을 하면서 푸드시스템에서의 불평등이나 농부들의 처우나 환경 문제 등 폭넓은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정의를 옹호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솔리드 그라운드 마리 농장 코디네이터 스콧 베흐머씨는 미국 시애틀에서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그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농장에서는 해마다 1만2,000~1만5,000파운드 채소를 수확하는데, 모두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매해 2,000~3,000여 명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고, 농장에서는 이들에게 원예기술을 알려주고 직접 농사짓도록 하고, 수확한 것으로 요리하는 방법 등도 교육한다. 교육과 자원봉사, 나아가 사회 문제 근본 원인까지 함께 생각해보는 커뮤니티 가든, 현대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도 경쟁 성장기에는 효용성 있는 인간이었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배제되는 것이 일본 문제였습니다. 장애인이나 노인뿐 아니라 초일류 엘리트였던 사람도 쓰임을 다하면 폐기물처럼 취급당하는 사회였던 거죠. 이런 식으로 사회 폐기물처럼 취급받던 사람들이 저희 농원으로 와서 살아나는, 재생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미누마 탄보 복지농장 이사 이노세 코헤이 씨는 도시의 버려진 땅, 개발할 수조차 없는 땅을 장애인이나 퇴직자, 뜻을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과 복지농장으로 일군 사례를 소개했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하니 도와 달라가 아니라 함께하는 과정으로 설계하는 것"이라는 이노세 코헤이 씨는 "천천히 설명을 잘하면 중증 장애인들도 경운기를 몰 수 있을 정도로 잘합니다. 오히려 퇴직자분들이 더 힘들죠"라며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날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서울 행촌마을 사례도 소개되었는데, 도시 농업으로 쇠퇴한 마을 미관도 공동체도 되살아나는 서울 마을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이렇듯 세계 도시농부들 이야기를 들으니, 도심 속 크고 작은 텃밭은 나만의 힐링 공간일 뿐 아니라, 때로는 채소가게이자 약방이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정원이자, 공동체 교류의 장이며, 문화 공간이자 평화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주말엔 행촌마을 등 서울 도심 속 도시 공동체 텃밭도 둘러보고, 내친 김에 작은 모종이라도 사서 상자 텃밭에라도 심어보는 건 어떨까? 삭막한 도시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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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7-05-30
관리번호 D000003026194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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