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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팥배나무 눈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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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하냔 배 꽃잎처럼 피어나는 팥배나무 꽃잎  ⓒ김종성

5월이면 하냔 배 꽃잎처럼 피어나는 팥배나무 꽃잎

서울 둘레길 중 하나인 봉산(약 209m)은 정다운 이름이 어울리는 동네 뒷산이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사이에 위치해 서울의 서쪽 경계를 이룬다.

조선시대에 무악봉수대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 봉령산 혹은 봉산(烽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봉산은 은평구 수색동에서 증산동, 신사동, 구산동 등을 지나 서오릉 입구까지 이어지는 긴 능선길(약 9km)이 특징이다. 이 능선길은 험하지 않은데다 적당히 경사진 오르막길이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동네마다 산 이름이 바뀐다. 신사동을 지날 때는 팻말에 덕산이라고 바뀌어있고, 증산동에는 비단산이라고 되어 있다. 산 모양이 마치 떡시루 같다고 하여 증산(시루 증甑, 뫼 산山), 한글로는 비단산이라 불렀다 한다.

봉산은 능선길이 부드럽고 그늘이 많아 걷기 좋다 ⓒ김종성

봉산은 능선길이 부드럽고 그늘이 많아 걷기 좋다

봉산의 울창한 나무숲이 그늘을 드리워 이맘때쯤 따가워지는 햇살 아래에서도 걷기 좋다. 주말에도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한갓진 산길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길섶에서 고개 들어 여행자를 반기는 노란 애기똥풀꽃, 금계국꽃 등과 눈을 맞추면 마음이 절로 화사해진다. 아예 숲 속 정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산속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봉산 숲 속 정자에서 책을 읽으면서 쉬고 있는 시민들 ⓒ김종성

봉산 숲 속 정자에서 책을 읽으면서 쉬고 있는 시민들

봉산에는 특별한 숲이 있는데, 바로 팥배나무 군락지다. 능선길을 걷다 보면 ‘봉산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안내팻말이 나온다. 팻말을 지나치면 등산길 옆으로 팥배나무 군락지로 가는 나무데크 생태탐방로가 나온다. 산에 주로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참나무류, 아까시나무 등이 서식해 팥배나무가 모여 있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가치 있는 곳이다. 멋진 팥배나무 숲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서울시에서 이곳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생태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팥배나무 군락 ⓒ김종성

생태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팥배나무 군락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가 팥을, 꽃은 배나무 꽃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배꽃을 닮았다. 오뉴월에 핀다는 새하얀 꽃잎이 푸른 신록 위에서 더욱 눈부시다. ‘매혹’이라는 꽃말이 어울린다. 팥배나무 꽃에 꿀샘이 풍부한지 벌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알아보니 팥배나무는 아까시나무처럼 꿀을 생산하는 귀한 밀원(蜜源)이라고 한다. 또 가을이면 팥배나무에 빨갛게 익은 팥알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산속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의 주된 먹이가 된다고 한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서울시에서 지정한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팥배나무 숲이 있다 ⓒ김종성

2007년, 서울시에서 지정한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팥배나무 숲이 있다

봉산의 팥배나무 군락지가 특별한 이유는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처럼 숲을 이루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봉산에서는 날씬한 몸체에 10m가 넘는 훤칠한 팥배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룬 경관을 볼 수 있다. 자외선이 많은 오뉴월 햇살을 차양처럼 막아준 덕분에 상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10m 넘는 키 큰 팥배나무 ⓒ김종성

10m 넘는 키 큰 팥배나무

팥배나무 숲을 지나면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2014년 서울시 최초로 ‘편백나무 치유의 숲’을 계획한 은평구는 봉산 한쪽 자락에 1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을 조성 중이다.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풍부하다. 편백나무 숲 조성이 완료되면 시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봉산 찾아가기
○ 교통 : 지하철 6호선 전철 증산역 3번출구 도보 10분 증산체육공원
○ 문의 : 서울시 자연생태과 (02-2115-7551), 은평구청 공원녹지과 (02-351-8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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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팥배나무 눈꽃이 피었습니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종성 생산일 2017-05-23
관리번호 D000003018777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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