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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 젊음에게 기회와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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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다.ⓒ뉴시스

한 대학교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 있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학교를 다니던 시절, 내가 친구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그렇게 돈 벌어서 어디에 써? 매일 일하는데 왜 맨날 돈이 없냐”였다. 실제로 하루도 빠짐없이 과외, 아르바이트, 교내 근로, 각종 단기 알바 등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의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왜 항상 돈이 없는지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없었다. 지방에서 상경하여 고달프게 서울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 대학생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학교생활과의 양립이었다. 평소 시간표만 보면 나는 학생이라기보다는 노동자에 가까웠다. 언제나 아르바이트가 학교생활이나 공부보다 우선되었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쉽사리 일을 놓을 수가 없었다. 타지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금전적으로 완전히 지원해줄 수 없는 집안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였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자취방에 돌아오는 길에 종종 생각했다. “누가 나한테 조건 없이 용돈 좀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학생답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때는 그래, 상상 속에선 뭔들 안 되겠어, 하고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데 웬걸, 이제 그 상상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서울시에서 곧 시행하는 청년수당이 그것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2017년 1월 1일 이전부터 서울시에 주민 등록한 만 19세부터 29세 미만의 중위 소득 150% 이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매월 50만원씩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 간 지급하는 수당이다. 5월 2일부터 19일까지 신청을 받으며, 6월 21일에 최종 대상자를 발표한다. 50만원이라니, 꽤 큰 금액이다.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사업 홈페이지 화면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사업 홈페이지 화면

이렇게 서울시 청년수당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꽤 힘든 과정을 겪었다. 사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처음 시행된 건 작년이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이유로 시행에 반대한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어 1차 지급이 시행된 후 2차 지급이 중지되었다. 이후 서울시와 복지부는 법적 공방에 들어갔고, 올해 들어 서울시 측이 복지부의 시정 명령을 일부 수용, 복지부가 정책 시행에 동의하면서 청년수당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생애 1회 수령이 가능하며 대학 졸업 예상자이자 주 30시간 미만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단, 지난 2016년 8월 1차 지급을 받고 2차 지급이 중단되었던 청년들은 2017년 사업에 한하여 연령 상관없이 다시 한 번 지원이 가능하다. ▲ 대학교 또는 대학원 재학생 ▲ 실업급여 수급자 및 정부사업 참여자 ▲ 주 30시간 이상을 일하며 정기 소득이 있는 자 ▲ 기준 중위소득 150% 이상 가구 청년(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8만8,200원 / 직장가입자 16만8,468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당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닌 서울시 시금고인 우리은행 카드로 지급된다. 이는 청년수당이 원래의 지급 목적과 벗어난 곳에 쓰이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원 대상자에 선정되면, 처음 2개월은 조건 없이 수당이 지급되며 3개월 이후부터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 결과 보고를 근거로 지급된다. 수당 자체는 크게 직접비(구직활동비-학원 수강료, 응시료 등)와 간접비(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로 구분되고, 직접적 구직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비용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 카드로 지급되기 때문에 카드사용이 가능한 모든 곳에 사용 가능하지만, 사업 취지에 맞지 않은 특급 호텔, 총포류 판매업, 카지노, 상품권 판매, 귀금속, 안마시술소, 주점 등에서의 사용은 제한된다.(☞ 청년의 오랜 기다림 `서울시 청년수당` 2일부터 접수)

지난 2월, `청년안전망, 청년수당으로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시 청년보장 정책 토론회 현장 ⓒ뉴시스

지난 2월, `청년안전망, 청년수당으로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시 청년보장 정책 토론회 현장

청년수당이 시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는 서울시 구직 청년들에게 귀중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 설계를 위한 시간 투자에 열중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청년빈곤층’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보건복지포럼> 2017년 2월호에 실린 ‘청년의 빈곤 실태 : 청년, 누가 가난한가’에 따르면, 만 19세에서 34세의 대한민국 청년층 중 근로 빈곤 혹은 불안정 고용을 경험한 비율은 2015년 기준 32.6%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30% 이상을 기록해왔다. (2011년 제외, 2011년 또한 29.6%로 30%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빈곤층 청년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진로와 관계없는 곳에 소비한다. 딱 최저시급 혹은 그조차도 되지 않는 시급을 받으면서 질 낮은 노동을 이어가고, 결국 금전적 압박으로 인해 진로 준비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조선비즈 2017.4.10. ‘청년취업자 20%는 1년 이하 계약직…’ 기사 참고)

게다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다수 빈곤 구제 정책은 노동인구라고 인식되는 청년층보다는 노인층 등 기타 비노동인구에 집중되어 있어서, 빈곤층 청년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한겨레신문 2016.01.18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기사 참고)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은 오롯이 청년들을 위한 구제 정책이라는 점과, 당장의 생활과 청년의 미래를 함께 고려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꿈꾸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과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들 개인에게 이익일 뿐만 아니라, 살아온 배경에 관계없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가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주는 것은 단순히 돈과 시간이 아니라, 기회와 희망이라는 생각도 한편 든다. 누군가는 청년수당으로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고,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없다면, 그 차이를 최소화하여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앞으로 서울시 청년수당을 비롯한 다양한 청년 복지 정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MISFITS이 글을 20대 청년 미디어 ‘미스핏츠’(misfits.kr/about)가 쓴 기사입니다. 미스핏츠는 스펙 쌓기와 무한 경쟁에 파묻힌 20대의 모습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온전한 20대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내 손안에 서울>에도 2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 특히 청년, 여성 분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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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 젊음에게 기회와 희망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미스핏츠 생산일 2017-05-10
관리번호 D000003005227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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